KDI, 중간점검 통해 "경제적 타당성 극히 낮아 사업 추진 곤란"서울시, 수정, 보완 작업… 역 위치, 노선 일부 변경 가능성도
  • ▲ 고양시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가 창릉신도시 일대를 가리키고 있다. ⓒ연합뉴스
    ▲ 고양시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가 창릉신도시 일대를 가리키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용산에서 경기 고양시 삼송지구를 연결하는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 중간점검에서 경제성이 현저히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혜 지역으로 꼽히던 삼송지구, 원흥지구 입장에서는 인접한 창릉신도시 개발에 따른 호재는커녕 교통 인프라 확충 지연이라는 된서리를 맞게 된 셈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은 최근 서북부 연장사업의 예타 중간점검에서 "지역별 이용 수요와 도로에서 철도로의 전환수요가 불일치하는 등 분석방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결과적으로 경제적 타당성(B/C)이 극히 낮아 사업 추진이 곤란하다"고 평가했다.

    관련 내용을 통보받은 서울시는 사업 타당성을 높일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의 과정을 거쳐 다음 달 KDI에 예타 관련 추가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해당 사업이) 예타 중간점검에서 '추진이 어렵다'는 결과를 받은 게 맞다"며 "최종 예타 결과가 나올 올 연말까지 수정, 보완 작업을 거쳐야 한다. 어떤 새로운 방법이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B/C를 높이기 위해 역 위치나 노선을 일부 변경할 가능성도 있다.

    이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노선변경을 언급할 수는 없지만, 경제성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아직 최종 결과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를 반영한 최종 예타 결과는 연말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본 사업은 사업비 1조6532억원의 소요되는 국책사업이다. 현재 강남~광교를 잇는 신분당선을 서울 용산역에서 서울역, 시청역을 거쳐 종로구 상명대역, 은평구 독바위역을 지난다. 이후 은평뉴타운을 넘어 삼송역으로 이어지는 총 18.4㎞ 길이의 노선이다. 환승역 4개소를 포함해 정거장 7개소를 만들 예정이다.

    이 노선은 지난해 6월 신청 세 번째 만에 예타 대상 사업에 포함됐다. 사업성 확보가 어려워 두 번 거절당한 바 있다. 시는 동빙고~삼송을 잇는 노선을 용산~삼송으로 바꿔 사업비를 낮췄다. 그러나 이 마저도 '경제성이 없다'는 중간평가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일반적인 철도 사업의 경우 B/C값이 1.0을 넘어야 추진하지만, 본 사업은 0.86을 기록했다.

    유정석 단국대 교수(도시계획·부동산학)는 "이번 예타의 중간결과는 창릉신도시 등 서울 및 경기 서북부 지역의 미래수요를 제대로 담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경기 서북부 지역의 교통망이 열악한 점을 고려, 향후 인구 유입분 등을 반영할 수 있는 정책적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 ▲ 수도권지하철 3호선 운행이 중단된 지난해 10월 아침 삼송역 인근 버스정류장에 서울로 출근하려는 시민들이 줄을 선 모습. ⓒ연합뉴스
    ▲ 수도권지하철 3호선 운행이 중단된 지난해 10월 아침 삼송역 인근 버스정류장에 서울로 출근하려는 시민들이 줄을 선 모습. ⓒ연합뉴스

    이들 지역은 3기 신도시 개발계획 발표 이후 반발이 거센 일산‧파주 등 2기 신도시와 달리 남모르게 미소를 띠던 곳이다. 창릉신도시와 경계를 맞대고 있는 만큼 신도시 벨트를 형성하면 시너지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향동지구의 경우 3기 신도시 발표 직후 호가가 2000만~3000만원 상승했다. '고양향동 호반베르디움 4단지(970가구, 7월 입주 예정)' 전용 84㎡ 분양권은 최근 6억3320만원까지 올랐다. 최초 분양가는 4억5000만원대였고, 올해 초 6억원에 매물로 나오던 아파트다.

    향동지구에서는 △고양향동 호반베르디움 2단지(461가구) △호반베르디움 3단지(716가구) △고양향동 중흥S클래스 951가구 등이 하반기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삼송지구는 지난해 9.13대책 이후 하락하던 집값을 거의 회복했다. 원흥동 '삼송마을 15단지 계룡리슈빌' 전용 84㎡는 5억8000만원까지 올랐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5억원 초반대에 매물이 나와도 거래가 뜸했던 아파트다. '고양원흥 동일스위트' 전용 84㎡는 지난 5월 초 5억2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지난해 9월 4억6380만원까지 가격이 떨어졌던 곳이다.

    원흥동 A공인 대표는 "호가만으로 집값이 올랐다고 단정 지을 수 없지만, 발표 당시만 하더라도 집주인들은 집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였다"며 "신분당선 연장사업이 더뎌질 것으로 보이면서 사실상 3기 신도시 개발에 따른 직접적인 수혜 자체가 불안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중간점검 결과 미비한 철도교통망은 개선이 쉽지 않아졌다. 현재 경기 일산에서 서울 은평구까지는 도심 접근을 수도권지하철 3호선 한 개 노선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파주운정~강남삼성 간 GTX A노선은 GTX 중 진행이 가장 빠르다지만, 지난해 말 착공식을 연 뒤 아직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고양향동·지축지구 1만1400여가구, 수색·증산뉴타운 1만1300여가구 등이 입주하고, 고양 창릉동이 3기 신도시로 낙점돼 3만8000여가구가 배정되면서 인근 주민의 교통 피로도 또한 높아지는 상황이다.

    실제 원흥·삼송지구 지역민들은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사업의 조속한 실행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는 등 즉각 반발했다. 주민들은 "3기 신도시 창릉지구 고양선은 예타 면제로 조속히 진행하고 있다"며 "도로가 좁고 지하철 인프라도 열악해 신분당선 연장이 시급한 만큼 예타를 면제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송지구 B공인 관계자는 "신분당선 연장 계획을 믿고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분양받은 이들이 적지 않다"며 "예타 통과가 좌절될 경우 부동산 가격이 조정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분당선 연장을 요청한 고양 식사지구도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식사지구는 인근 풍동·중산동을 포함, 12만명이 살고 있고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도 많다. 하지만 가까운 철도역이 없고 환승버스 노선도 부족해 '교통 오지'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지역 주민들은 국민청원 등 각종 민원을 통해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운동을 끊임없이 벌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