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17곳, 재무여건 매해 악화… 지난해 부채비율 319%적자난에도 특혜대출 일상화… 한전·석유公 등 시중금리 '절반'수준 지원성비위 등으로 징계받아도 보수·성과급 지급… 윤리의식·혈세낭비 지적
  • ▲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 재정 그래프.ⓒ국회예산정책처
    ▲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 재정 그래프.ⓒ국회예산정책처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들의 방만경영과 기강해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공공기관은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만큼 높은 사회적 책임과 윤리의식을 요구받는다. 하지만 다수의 기관에서 직원들에게 특혜대출을 해주거나 비위를 저질러도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 기관 대부분이 천문학적인 부채를 떠안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이 쏟아진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공공기관 현황과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은 41곳이 운영 중이다. 이 중 준정부기관을 제외한 공기업은 한국전력공사 등 시장형 11곳, 한국가스기술공사 등 준시장형 6곳 등 총 17개가 있다. 

    이들 공기업의 재무 상황은 매해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공기업 17곳의 총 매출액은 186조1881억 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54조7048억 원(41.6%) 늘었다. 다만 순이익을 나타내는 지표는 모두 전년 대비 감소했다. 지난해 공기업들의 영업손익은 전년에 비해 24조6587억 원 줄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익도 19조2824억 원 떨어졌다. 당기순이익률은 △2020년 마이너스(-) 1.7% △2021년 -3.5% △2022년 -12.8% 등으로 매해 감소 폭이 확대했다.

    이런 수익성 악화 등으로 인해 공기업들은 천문학적인 부채를 떠안고 있다. 지난해 기준 이들 공기업의 총 부채는 283조308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68조9318억 원(32.2%) 늘었다. 같은 기간 사채·차입금도 132조5893억 원에서 189조9528억 원으로 43.2%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2018년 152.3%  △2020년 174.2% △2022년 318.9% 등으로 해가 갈수록 증가세다. 지난해 300%대를 넘어선 데에는 한전과 가스공사의 부채가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이들 기관은 불안한 재무 여건에도 사내 대출에 막대한 금액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에 의하면 한전은 2018년 이후 줄곧 한국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보다 낮은 수준의 금리로 '생활안정자금' 대출을 제공했다. 올 1월 기준 한은의 가계대출 금리는 5.34%였지만, 한전은 절반 수준에 가까운 3.0%의 금리를 설정했다.

    현행 '공공기관의 혁신에 관한 지침'은 공공기관 임직원에 대한 사회통념상 과도한 복지후생제도 운영을 지양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대출 이자율은 한은 금리를 하한으로, 대출 한도는 2000만 원으로 하라고 규정했다. 한전은 이를 반영하기 위한 취지로 지난 7월 말에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하지만 개정 이전 대여자의 경우 여전히 대출 이자율을 준수하지 않는다. 한은의 가계대출 금리 미만으로 생활안정자금을 지원받은 인원은 총 3054명이다. 지원액수는 582억 원에 달한다.
  • ▲ 한국전력공사.ⓒ연합뉴스
    ▲ 한국전력공사.ⓒ연합뉴스
    이런 특혜 제공은 다른 기관에서도 벌어졌다. 올 7월 기준 한전KDN은 110명의 직원에게 시중 금리보다 낮은 수준으로 총 22억 원의 생활안정자금 대출을 지원했다. 한전KPS도 한은의 가계대출 금리(5.34%)보다 대폭 낮은 수준인 1.0%의 금리로 대출을 제공했다. 한전기술은 196명의 직원에게 2.5%의 낮은 금리로 총 37억 원 규모의 대출을 해준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기관은 모두 한전의 계열사다.

    공기업들의 후한 사내 대출은 생활안정자금뿐만 아니라 '주택자금'에 대해서도 이뤄졌다. 한전은 올 1~6월 한은 금리보다 절반 가까이 낮은 수준으로 총 1억1200만 원의 주택자금 대출을 제공했다. 같은 기간 한국석유공사는 17명에게 22억7000만 원, 한국지역난방공사는 30명에게 48억8600만 원의 주택자금 대출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관은 내부 기강과 윤리의식 측면에서도 여러 문제를 드러냈다. 가스공사는 정직 징계를 받은 직원에겐 정직 기간에 보수 전액을 감액하라는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경영에 관한 지침'과 '국가공무원법' 등 관련 규정이 있음에도 징계 직원에게 보수를 지급했다. 가스공사가 규정을 어기고 불필요한 보수를 지급한 규모는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21억 원에 달한다. 

    한전기술에서는 징계를 받은 직원의 성과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최하위 등급보다 높은 등급을 부여해 성과급을 과다 지급한 사실이 적발됐다. 재산비위와 성비위, 부정청탁 등으로 징계를 받은 직원에게 최대 S등급에서 최소 D등급의 후한 평가를 내렸다. 과다 지급된 성과급의 규모는 43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예정처는 공공기관에 요구되는 사회적 통념을 고려해 기관 차원의 자정 노력으로 내부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제언한다. 예정처는 보고서에서 "공공기관은 경영에 있어 '공공기관의 혁신에 관한 지침'의 취지와 내용을 고려해 관련 현안들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면서 "임직원은 높은 수준의 윤리의식과 사회적 책임이 요구된다는 것을 항시 인지하고, 직원들의 인사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징계위원회 등 관련 제도 운영의 내실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