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 제약사업부 매각… 그린케미칼에 집중LG화학, 진단사업 매각… 글로벌 신약개발에 투자보령, 백신 자회사 매각 추진… 우주사업 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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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약바이오업계가 미래먹거리를 위한 신사업에 투자하면서 기존의 사업부문을 매각하며 재원마련에 나서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은 제약사업부를 사모펀드 운용사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글랜우드PE)에 매각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매각규모는 6000억원이다.

    SK케미칼은 국내 1호 천연물치료제인 '조인스정', 세계 최초 필름형 발기부전치료제 '엠빅스에스' 등을 개발했다. 하지만 제약사업부의 매출은 그린케미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올해 2분기 기준 제약사업부 매출은 863억원이며, 그린케미칼은 2116억원이다.

    SK케미칼은 이번 매각을 통해 친환경 소재 사업인 그린케미칼에 집중하겠단 전략이다. SK케미칼은 폐플라스틱 활용 친환경 소재 분야에 2025년까지 1조2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번 매각을 통해 마련한 재원을 투자비용으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SK케미칼은 친환경 사업에 집중하면서 사업부를 슬림화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2020년 PEF운용사 한앤컴퍼니에 바이오에너지 사업부를 약 3800억원에 넘겼고, 2021년 폴리페닐렌설파이드(PPS) 관련 시설과 토지자산을 HDC현대EP에 380억원에 매각했다.

    인수협상대상자인 글랜우드PE는 앞서 LG화학의 체외진단용 의료기기 사업(진단사업부문)도 인수했다. LG화학은 1992년부터 진단시약 제품을 생산하는 등 국내 진단시장에 진출했지만 신약 개발과 진단 사업을 병행하기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해 사업부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단사업을 정리하는 대신 LG화학은 글로벌 신약개발에 더 집중할 계획이다. LG화학은 지난 1월 미국 항암 신약 개발 기업 아베오나 테라퓨틱스를 5억7100만달러(약 7000억원)에 인수했다. 항암제 개발 회사인 아베오는 작년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3차 치료제로 허가받은 신장암 표적 항암제인 포티브다(FOTIVDA·성분명 티보자닙)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랜우드PE는 LG화학 진단사업부와 SK케미칼 제약사업부를 동시에 인수하면서 이들 사업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보령은 백신 사업 중심의 보령바이오파마 매각에 나섰다. 보령바이오파마의 몸값은 4000억~5000억원대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보령바이오파마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600억원과 220억원 수준이다.

    보령이 매각에 나선데는 오너 3세 김정균 대표의 의지가 컸다. 김 대표는 미래먹거리로 우주사업에 공들이고 있다. 보령바이오파마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우주 사업 육성에 투자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령은 지난해 4월 우주 헬스케어 사업 진출을 공식화한 바 있으며 올해 5월 액시엄 스페이스, MIT 우주연구기관 SEI와 함께 'HIS(Humans In Space)' 프로그램을 출범했다. 지난 4월에는 인류 최초의 민간 우주정거장(ISS) 건설을 추진 중인 미국 액시엄 스페이스와 조인트벤처(JV) 설립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보령은 오는 10월 23~25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우주산업 컨퍼런스 'AIAA ASCEND(Accelerating Space Commerce, Exploration, and New Discovery)'에서 HIS 심포지엄을 개최할 예정이며, 연내 JV 설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 대비 수익성이 낮거나 비주력사업부문을 매각하면서 유동성을 확보해 신사업육성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며 "제약바이오 분야 특성상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비용에 대한 부담감도 반영됐을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