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급 법안 줄줄이 국회계류…여야협치 필수마지막 '대못' 재초환완화·실거주폐지 '또 연기'반포센트레빌 재건축조합 2년째 사업청산보류중 부동산PF 연장·보증지원…"체감효과 미미할 듯"
  • ▲ 서울 아파트단지 전경. ⓒ뉴데일리DB
    ▲ 서울 아파트단지 전경. ⓒ뉴데일리DB
    정부가 추석전 발표할 주택공급활성화 대책이 벌써부터 '반쪽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완화 등 주요 주택공급 관련법안이 줄줄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시장에선 이번 대책을 두고 파급력이 미미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꽉 막힌 혈을 꿇기 위해선 무엇보다 여야간 국회협치가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2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출범후 주택공급 법안들이 연이어 쏟아졌지만 관련 개정안이 오랜기간 국회에 머물고 있어 시장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일 재초환 완화법, 실거주의무 폐지법 등 논의를 위해 열릴 예정이었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가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으로 또 연기됐다.

    재초환은 재건축을 통해 조합원이 얻은 개발이익 일부를 국가가 환수하는 제도로 안전진단기준완화 이후 마지막 '대못'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9월 정부가 부담금 면제금액을 높이는 재초환 완화방안을 발표했지만 더불어민주당 측 반대로 1년 넘게 국회에 계류돼 있다.

    재초환 완화법 추진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재건축시장도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예컨대 서울 강남권 첫 부담금 부과대상인 서초구 반포동 '반포현대(반포센트레빌아스테리움)' 재건축조합은 서초구청이 완화된 부담금 적용을 위해 부과를 보류하고 있어 준공후 2년이 지난 현재까지 사업을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

    실거주의무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주택 수분양자가 최초 입주가능일부터 최대 5년간 의무적으로 실제 거주해야 하는 제도다.
     
    올초 정부는 '1·3부동산대책'을 통해 실거주의무 폐지조치를 발표했지만 8개월째 국회 첫 관문도 넘지 못하고 있다. 실거주의무 제도를 적용받고 있는 단지는 전국 66개곳·총 4만4000여가구다.

    또다른 공급활성화 정책으로 꼽히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이른바 '1기신도시특별법'도 국회에 발목이 잡혀있다.

    이 법안은 1기신도시 등 노후단지 밀집지역에 안전진단 면제와 용적률 상향 특례를 부여하는 것으로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핵심 방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수도권과 1기신도시 특정지역만 특혜를 본다는 비판여론이 확산되면서 국회에 계류돼 있는 실정이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점이라 정치권도 무턱대고 규제를 풀기엔 부담스럽지 않겠나"라며 "특히 재초환과 실거주의무 규제를 완화하면 자칫 '가진 자들에게만 특혜를 준다'는 역풍을 맞을 수 있어 관련 법안 통과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초환과 실거주의무 폐지 등은 법개정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이번 공급대책엔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정치권에 빠른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는 선에서 다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개최된 주택공급혁신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DB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개최된 주택공급혁신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DB
    업계에선 이들 규제가 지속될 경우 정부 공급대책 효과를 반감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공급대책 핵심은 부동산PF 만기연장, 보증지원 등 금융지원을 통해 민간공급 주체의 막힌 자금줄을 뚫어주는 것이다.

    건설사 유동성 확보를 지원함으로써 적극적인 주택사업 참여를 유도하고 지지부진한 착공률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각종 규제로 인해 수요가 막힌 가운데 사업주체 공급 '혈'만 뚫는 것은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PF 대출만기를 연장하고 대출총량도 늘려주면 건설사 입장에선 당장 급한불을 끌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주택시장 매수세가 아직 살아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무리하게 사업에 들어가거나 공사 첫삽을 뜨는 것은 리스크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조합이든, 무주택자이든 실수요자 입장에선 이번 대책 체감효과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실수요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공급대책이 나와야 장기적으로 건설사들 공급사업 참여도 활기를 띨 것"이라고 부연했다.

    중견건설 B사 관계자는 "규제 탓에 아예 조합설립 단계부터 막혀 있는데 시공사 입장에서 뭘 할 수 있겠나"라며 "특히 중견·중소사 입장에선 지방 분양시장 불씨를 살려줄 직접적인 규제완화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공공부문을 활성화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결국 전체 공급의 70%를 담당할 민간부문 규제를 풀어줄 필요가 있다"며 "재초환 등 규제완화는 야당이 반대하고 있어 총선 이후 구체적인 정책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