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일정 단축·물량 확대 전망…사전청약 통해 '시그널'1기신도시 입주까지 최소 10년…정책 우선순위서 밀려'특별법' 연내 통과 불투명…리모델링 위축 가속화 전망
  • ▲ 1기신도시중 하나인 경기 부천시 중동 아파트단지. 사진=박정환 기자
    ▲ 1기신도시중 하나인 경기 부천시 중동 아파트단지. 사진=박정환 기자
    경기 고양시 일산·성남시 분당 등 1기신도시 재정비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공급 확대에 매달리고 있는 정부가 정책 역량을 3기신도시에 집중하겠다고 밝히면서 1기신도시 관련 사업이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주택공급의 무게추가 3기신도시 쪽으로 기울면서 '1기신도시 특별법'의 연내 통과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26일 국토교통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공급 활성화 방안의 핵심 축은 17만6000호 규모에 이르는 3기신도시다.

    면적 330만㎡이상인 3기신도시는 △남양주왕숙(5만4000호) △남양주왕숙2(1만4000호) △하남교산(3만3000호) △인천계양(1만7000호) △고양창릉(3만8000호) △부천대장(2만호) 등 5곳이다.

    이들 5곳은 당초 2025~2026년 입주 예정이었지만 토지보상 등이 늦어지며 일정이 2026~2027년으로 1년가량 밀렸다.

    이런 가운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철근 누락' 사태 등으로 입주가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자 정부가 부랴부랴 물량을 3만호이상 늘리고 사전청약을 통해 공급을 앞당기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정부가 공공부문에서 12만호를 추가 확보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중 4분의 1을 차지하는 3기신도시 안착 여부에 따라 대책 성공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정책 포커스가 3기신도시에 맞춰지면서 1기신도시 재정비사업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점쳐진다.

    실제로 재건축 경우 착공부터 입주까지 적어도 10년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당장 '공급난' 불을 꺼야 하는 정부 입장에선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추석 전 대책 발표를 서둘렀던 이유는 임기내 270만호 공급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여기저기서 쏟아졌기 때문"이라며 "적어도 올 연말까지는 확실한 공급 시그널을 줘야 내년 총선 표심도 확보하고 시장 불안감을 완화할 수 있어 3기신도시를 타깃으로 삼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3기신도시는 토지보상 문제만 해결될 경우 재건축보다 빠른 사업 착수가 가능하고 무엇보다 사전청약을 통해 선제적인 공급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며 "반대로 민간 재건축을 통해 공급량을 늘리는 방식은 지금처럼 시장 분위기가 침체된 상태에선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 ▲ 1기신도시중 하나인 경기 부천시 중동 아파트단지. 사진=박정환 기자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속칭 '1기신도시 특별법'의 연내 통과도 불투명해졌다.

    본 법안은 1기신도시처럼 택지조성 완료 후 20년이 지난 100만㎡이상 지역에 안전진단 면제와 토지용도 변경, 용적률 상향(최대 500%) 등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다. 앞서 3월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했지만 야당 측 반대에 부딪혀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다만 시장에선 특별법이 통과되더라도 특혜 논란 등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1기신도시를 제외한 다른 노후 단지 밀집지역에선 특별법을 두고 '과도한 특혜'라는 비판 여론이 적잖다. 70%에 이르는 공공기여율에 대한 주민 합의도 또다른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

    특히 정부의 공급 확대 기조 속에서 리모델링 사업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1기신도시 노후단지 경우 용적률이 200%를 넘어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곳이 적잖았다.

    하지만 올해 초 '특별법'이 발의된 후 상당수 단지들이 리모델링에서 재건축으로 사업 방식을 선회했다. 문제는 기대했던 특별법 추진마저 미뤄지면서 다시 리모델링으로 바꾸기도, 재건축을 밀어붙이기도 애매한 상황이 됐다.

    거시적인 시장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1기신도시 재건축 등을 통한 공급 활성화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전체 공급의 80%를 담당하는 민간 경우 재건축·재개발 수익률과 분양성에 따라 사업 성과가 좌우된다"며 "요즘처럼 시장 경기가 좋지 않을 때엔 재건축 등 민간을 통한 공급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1기신도시 경우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단계부터 난항을 겪을 것"이라며 "특별법이 통과돼도 10년이상이 소요되는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현 시점에서 1기신도시를 활용한 공급을 논하기엔 다소 이른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