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성장 전략 '가계대출 → 기업대출' 선회하나은행 선점 효과… 우리은행 공격적 드라이브"안정된 마진 유지 불가능"… 부실 부메랑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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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나은행의 기세가 무섭다. 지난해 국민과 신한은행을 제치고 3조가 넘는 순익을 기록하며 리딩뱅크에 올랐다. 올들어서도 그 기세는 계속되고 있다. 공격적인 기업대출 확장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 실적부진에 빠진 우리은행은 '기업대출' 확대를 꺼내들었다. 오는 2027년까지 전체 대출자산 중 기업대출의 비중을 60%까지 높이기로 했다. 전략발표회 현장을 유튜브로 생중계하며 의욕을 다졌다.

    # 최근 중소‧중견기업 CEO와 임직원들을 위한 각종 강연과 세미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현장의 기업대출 고객들을 직접 찾아나서고 있는 것이다.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한 자산성장 전략이 한계에 부딪힌 은행들이 기업대출 시장에서 혈투를 벌이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정부의 대출규제에 따라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기업대출(대·중소기업대출) 잔액이 1년새 60조 이상 불어났다.

    지난달 말 기준 747조4893억원으로 전년 동기(687조4271억원) 대비 8.74% 증가했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 증가 폭이 가장 크다.

    하나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150조9263억원(8월말 기준)으로 작년 말보다 9.4% 증가했고, 전체 원화대출 가운데 기업대출 비중이 53%로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크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영업현장 중심 경영 일환으로 올들어 더욱 공격적으로 기업대출 확장에 나서고 있다.

    상반기 기업대출 증가율이 2.9%에 그친 KB국민은행도 현장영업을 강화하며 고삐를 조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21일 중소‧중견기업 CEO를 초청해 '2023 K-Business 리더스 포럼'을 개최했다. 기업금융 거래를 맺고 있는 우수 중소·중견기업 CEO와 그 배우자 등 약 200여명을 대상으로  트렌드, 역사·경영, 심리학, 와인 등 강연 등을 제공하며 스킨십을 가졌다. 양종희 회장 내정자도 직접 행사장을 찾아 기업들과 접점을 넓혔다.

    기업대출 점유율이 4위로 처진 우리은행은 ‘기업금융 명가 재건’ 내세우며 매년 대출 규모를 중소기업은 10%, 대기업은 30%씩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소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전국 산업단지(경기도 안산시 시화반월산단, 인천시 남동공단, 창원시 국가산단)에 BIZ프라임센터를 연내 개소할 계획이며 40여명의 지점장급 베테랑들을 투입했다.

    기업들도 은행을 찾고 있다.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며 비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회사채 발행 대신 은행 대출로 자금조달을 변경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회사채 A- 등급 3년물 금리는 6.023%로 채권시장 경색 여파가 남아있던 연초 수준으로 복귀했다. 

    문제는 기업대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리스크도 동반한다는 점이다.

    성장률이 침체되고 기업들도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형편에 한정된 시장 안에서 은행들간 과열 경쟁은 치킨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

    과도한 금리 경쟁으로 마진을 크게 줄이거나, 비우량 기업에도 대출을 실행하는 경우가 늘어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기업금융 담당자(RM) 간의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우량기업을 확보하기 위해 각종 금리할인과 우대 재량을 영업담당자에게 할당해주고 있다”며 "위험가중자산 비중 등 목표치를 설정하고 안정된 마진을 유지하는게 불가능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7월말 기준 국내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전년 동월 대비 0.17%포인트 상승한 0.41%로 집계됐다.

    특히 중소기업 연체율은 0.22%포인트 확대된 0.49%에 달했다. 중소법인은 0.17%포인트 늘어난 0.51%, 개인사업자는 0.28%포인트 확대된 0.45%로 집계됐다. 

    최근에는 인터넷은행들도 개인사업자 대출시장에 뛰어들고 있어 은행들간 경쟁강도는 더욱 세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장은 기업대출 자산 증대로 효과를 볼 수 있지만 2~3년 후 '부실'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며 "기업대출을 늘리기 위한 영업력 못지 않게 은행 간 리스크 관리 역량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