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리시한 3시간 전 수정 임시예산안 통과매카시 하원의장, 당내 강경파 대신 민주당 지지 얻는 고육책… 후폭풍 불가피바이든 대통령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예산도 통과시켜야"韓도 남 일 아냐… 나랏빚 급증한 가운데 세수펑크에도 추경 논란
  • ▲ 美 임시 예산안 상원 통과 순간.ⓒ연합뉴스
    ▲ 美 임시 예산안 상원 통과 순간.ⓒ연합뉴스
    정치권의 공방 격화로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초읽기에 들어갔던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가 가까스로 급한 불을 껐다.

    미 의회는 내년도 예산 처리시한인 30일(현지시각) 연방정부에 대한 45일간의 임시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날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새롭게 제안한 임시예산안이 하원 본회의에서 찬성 335표, 반대 91표로 가결됐다. 전날 하원은 공화당 내 강경파 21명이 반대표를 던지고, 민주당도 지난 5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의장이 합의한 지출 총액보다 감액됐다며 전원 반대표를 던져 셧다운 위기를 고조시켰다.

    하원에 이어 상원에서도 찬성 88표, 반대 9표로 임시예산안이 가결됐다. 임시예산안은 이날 오후 9시를 조금 넘긴 시각에 의회 문턱을 넘었다. 셧다운을 3시간여 앞두고 극적으로 처리된 것이다.

    미국의 2024 회계연도는 10월1일부터 시작된다. 미 의회가 아직 내년도 전체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한 상황에서 임시예산안에는 협상 시간을 벌기 위한 정부 운영 예산이 담겼다. 오는 11월17일까지 연방정부 예산을 기존 수준으로 동결해 집행하는 내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임시예산안 통과 후 성명에서 "열심히 일하는 수백만 명의 미국인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안길 수 있는 위기를 막았다"고 평가했다.

    10월1일 0시부터 셧다운이 시작됐다면 필수 업무를 하는 공무원은 무급으로 일하고 나머지 공무원은 무급 휴직에 들어가는 등 정부 기능이 일부 정지될 수밖에 없다. 백악관은 브리핑에서 "셧다운으로 국내총생산(GDP)이 0.1~0.2% 감소할 수 있다. 0.1%는 260억 달러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재닛 옐런 미국 국무장관은 "(셧다운 시) 미국 가계에 피해를 주고 우리가 현재 이루고 있는 진전의 기반을 흔들 수 있는 경제적 역풍을 초래할 것"이라며 공화당을 비난했었다.
  • ▲ 매카시 미 하원의장.ⓒ연합뉴스
    ▲ 매카시 미 하원의장.ⓒ연합뉴스
    그러나 미국의 셧다운 위기에 대한 불씨는 여전하다. AP통신 등 현지 언론은 공화당 내 강경파가 매카시 의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매카시 의장이 임시예산안 수정안을 내놓으면서 연방정부 기관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대신 오는 11월 중순까지 연방정부 예산을 현 수준으로 동결하는 내용을 추가해 사실상 민주당과 손잡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그동안 공화당 강경파는 바이든 행정부의 예산 대폭 삭감과 강경한 이민 정책을 요구해 왔다. 매카시 의장은 셧다운 사태를 막기 위해 사실상 당내 강경파와 등지고 민주당의 지지를 끌어내는 쪽을 선택한 셈이다.

    민주당도 불만이 없잖다. 이번 협상안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요구한 재난 지원 예산 160억 달러(22조 원쯤) 증액은 수용됐지만, 미국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예산 240억 달러(32조 원쯤)는 방영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대(對)우크라이나 지원이 제지받도록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미국 의회가 본예산안 처리까지 시간을 벌긴 했지만, 앞으로 협상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 ▲ 신용평가사 무디스 뉴욕 본사 간판.ⓒ연합뉴스
    ▲ 신용평가사 무디스 뉴욕 본사 간판.ⓒ연합뉴스
    한편 세계 3대 국제신용평가사 중 유일하게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Aaa)' 등급으로 유지하고 있는 무디스는 지난 25일(현지시각) 보고서에서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 사태가 발생하면 미국의 국가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혀 국가신용등급 강등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8월 부채한도를 둘러싼 정쟁을 이유로 미 국가신용을 AAA등급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도 지난 2011년 부채한도 위기 당시 미국의 신용등급을 AA+로 한 단계 강등한 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선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우려가 남의 일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재정준칙 법제화는 1년째 국회서 공회전 중인 가운데 나랏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역대급 세수 펑크 속에 거야(巨野) 더불어민주당은 추가 빚을 내더라도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하자며 정부를 압박하는 중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