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출산·육아 부담 크고 커리어에 악영향… 교육수준 높아도 임금 낮아주말근무·야근에 인센티브 주는 기업문화도 한몫… "사회적 차원의 돌봄 제공 필요"美경제학회장 지낸 여성 노동경제학 대가… 하버드대 경제학과 최초의 여성 종신교수
  • ▲ 노벨경제학상 수상한 클로디아 골딘 미 하버드대 교수.ⓒ연합뉴스
    ▲ 노벨경제학상 수상한 클로디아 골딘 미 하버드대 교수.ⓒ연합뉴스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와 남녀 간 임금 격차 발생의 원인 등을 규명한 미국의 저명한 노동경제학자인 클로디아 골딘(77·여) 하버드대학 교수가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게 됐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9일(현지시각)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골딘 교수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골딘 교수는 1946년 미국 뉴욕 출신으로 코넬대를 나와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3년 미국경제학회장을 지냈다. 하버드대 경제학과에서 여성으로는 처음 종신 교수에 올랐으며 그동안 꾸준히 노벨경제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노벨위원회는 "(골딘 교수가) 수 세기에 걸친 여성 소득과 노동시장 참여에 대한 포괄적 설명을 사상 처음으로 제공했다"면서 "노동시장 내 성별 격차의 핵심 동인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골딘 교수는 200년 넘게 축적된 미 노동시장 관련 자료를 분석해 성별에 따른 소득과 고용률 격차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피고 성별 간 격차의 원인을 규명해 냈다.

    골딘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는 농업사회에서 늘었다가 19세기 초 산업사회로 전환되며 한때 감소했고 20세기 들어 서비스 부문 성장으로 다시 증가세를 보였다.

    현재 대다수 고소득 국가에서 여성의 교육수준은 남성보다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노동으로 얻는 수입은 남성보다 적은 실정이다. 남녀는 대학졸업 후 사회에 진출할 때는 같은 선상에서 출발하지만, 10년쯤 지나면 상당한 임금 격차가 생긴다. 직업이 같아도 소득에 차이가 발생한다.

    일각에선 남녀가 주로 선택하는 직업 차이 때문에 임금 격차가 생긴다고 본다. 하지만 골딘 교수는 이런 차이가 출산·육아에 따른 부담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출산과 육아가 여성의 커리어에 악영향을 미치며 이는 '부부간 공평성'이 깨지는 데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기업문화도 소득 격차를 벌리는 데 한몫했다. 주말 근무와 시간외·야근 시 각종 수당으로 더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는 미국의 기업 문화와 고용환경이 임금 격차를 부채질했다는 분석이다. 특정 업무에서 여성을 노골적으로 배제하는 등의 성차별이 사라지고도 미국에서 남녀 간 임금 격차가 여전한 이유라고 골딘 교수는 지적했다.

    골딘 교수는 이런 배경으로 일하는 남성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힘들어지고 여성은 커리어를 포기해야 한다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선 사회적 차원에서 돌봄을 제공하는 등 일과 삶이 양립할 수 있는 사회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골딘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로 본격 도입된 화상회의 등 원격 근무가 여성 고용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주목했다. 팬데믹 기간 원격 근무가 보편화하면서 고소득 일자리에 대한 여성의 접근성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골딘 교수는 지난 2021년 10월 펴낸 저서 '커리어 그리고 가정'(원제: Career and Family: Women's Century-Long Journey toward Equity)에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했다.

    골딘 교수는 AFP 통신 취재진에 "이 분야에서 일하면서 이렇게 많은 것이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남녀 간 임금) 격차가 왜 큰지 이해하기 위해 애쓰는 많은 이들을 위해 매우 중요한 상"이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한편 골딘 교수는 최근 제자인 황지수 서울대 교수 등과 한국의 저출산 문제와 여성의 일과 가정 균형에 대해 적잖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