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월까지 5억원 이상 대위변제 규모 264건·1029억원보증금 5억원 이상 피해자들 저리 대환대출서도 제외돼전세사기특별법, 피해 구제 못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
  • ▲ 아파트와 빌라촌 전경. ⓒ뉴데일리DB
    ▲ 아파트와 빌라촌 전경. ⓒ뉴데일리DB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시작된 가운데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지원 사각지대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세보증금이 5억원 이상인 경우 피해 인정률이 저조한 데다 전세사기 특별법이 피해자들을 실질적으로 구제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세보증금이 5억원을 넘는 고가 전세 주택의 보증사고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HUG가 올 들어 4월까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대신 갚아준 전세보증금 가운데 5억원 이상인 경우는 264건으로, 대위변제 규모는 총 1029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5억원 이상 보증금 대위변제 규모를 넘어선 수치다.

    연도별 보증금 5억원 이상 대위변제 규모를 보면 △2019년 133건, 401억원 △2020년 187건, 552억원 △2021년 248건, 776억원 △2022년 232건, 813억원 등으로 해마다 건수와 금액이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전세사기 피해 인정은 저조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지난달 20일까지 인정된 전세사기 피해 건수는 모두 6063건이다. 이 중 4억~5억원 구간은 20건만 인정돼 전체의 0.3%에 불과했다.

    맹성규 의원은 이 구간을 넘는 5억원 이상 피해자들도 있는 만큼 이들에 대한 피해 인정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맹 의원은 국감에서 "전세보증금이 5억원 이상인 주택에 대한 전세사기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며 "피해자 인정과 지원에서 보증금 기준을 삭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6월부터 시행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 특별법)'이 국회에서 논의되던 당시 임대보증금 규모가 주요 쟁점이 된 바 있다.

    당시 국토부 측은 "전세 계약의 84%가 4억5000만원 이하"라며 "지금 문제가 되는 다세대·연립 중 서울의 경우 97%가 여기에 해당한다"면서 전세사기 피해자 요건 확대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결국 피해자 요건 중 전세보증금 규모는 '3억원 이하로 하되 시도별 여건을 고려해 최대 5억까지 조정'으로 결정됐다.

    뿐만 아니라 보증금 5억원 이상 구간 피해자들은 저리 대환대출 지원대상에서도 제외됐다.

    5일 국토부는 전세사기 피해자의 이자 부담 완화를 위해 지원대상 확대를 발표했지만, 보증금 기준이 3억원에서 5억원으로 설정돼 5억원 이상 피해자들은 대상에서 빠졌다.
  • ▲ 서울의 한 빌라촌. ⓒ뉴데일리DB
    ▲ 서울의 한 빌라촌. ⓒ뉴데일리DB
    아울러 전세사기특별법이 피해자들을 실질적으로 구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 국회 국토위 소속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전세사기 피해자 결정 부결 현황'을 보면 피해자 결정 과정에서 '요건 미충족'으로 부결된 552건 중 530건이 특별법의 '다수피해 발생' 및 '기망·사기 의도'를 증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전체의 96.0%에 달하는 수치다.

    특별법 제정 당시 임대인의 사기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해당 자료에 의해 우려가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또한 특별법 논의 과정에서 막판에 제외된 '선구제 후구상' 방안의 대안으로 최우선변제금만큼 무이자 장기대출을 제공하는 것이 대책에 포함됐지만, 이 역시 2건 불과했다.

    분할상환 실적은 24건에 그쳤다. 이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전세대출 상환이 어려운 피해자가 신용불량에 처하지 않게 하려고 도입됐다.

    피해자가 신규주택을 구입하거나 피해주택을 낙찰받을 때 이용할 수 있는 특례보금자리론과 디딤돌대출은 각각 12건, 6건으로 집계됐다.

    조오섭 의원은 "국토부가 시행하고 있는 전세사기 대책은 '빚 내줄 테니 미반환 보증금에 대한 손실을 떠안으라'는 무책임한 행정"이라며 "지금이라도 '선구제 후구상' 방안을 논의해 피해보증금 전액은 아니더라도 더 많은 금액을 회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범위에 대한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만큼 근본적인 사기 예방 대책도 고민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사기 피해자가 집중된 구간이 5억원 이하인 것은 맞지만 임차 가구 형태라는 것은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라며 "전세 보증사고와 사기에 대한 보증금액이 점차 확대될 필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세사기는 맨 처음 사고로 시작해 경찰 수사 과정에서 사기로 판단된다"며 "결국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되는지 부채나 지불능력 등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며 "현재 전세사기 사태 이후 보완책들은 나름 마련돼 있지만, 사후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작동이 잘 되는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