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조달비용 큰 폭 상승가산금리 올려 대출문턱 높여정기예금은 그대로 4.00~4.05%8월 이후 매달 1조씩 은행채 발행
  • 은행권 자금조달비용이 큰 폭으로 상승함에 따라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일제히 상승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6개월)금리는 연 4.56~6.56%로 상당수 차주가 적용받는 금리하단은 이달 초(연 4.17%) 대비 0.39%p 상승했다. 은행권 자금조달지표인 신규취급 코픽스(COFIX)가 3.66%에서 3.82%로 0.16%p 상승한 영향이다.

    시중금리 상승에도 은행들은 자금조달 경쟁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를 전후해 벌어진 은행권 자금조달 경쟁이 유동성 경색을 불러왔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5대 시중은행의 주력 정기예금 상품금리는 연 4.00~4.05%로 이달 초와 변동이 없다.

    부족한 자금은 은행채 발행으로 메우고 있다. 이달 은행채 순발행액은 3조2100억원으로 지난달 전체 순발행액(4조6800억원)의 70% 수준을 채운 상태다. 은행채 순발행세는 지난 8월 이후 매달 1조원 가량 늘어나는 추세다.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채 규모는 약 38조원 가량. 금융당국이 만기 도래액의 125%까지 은행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풀어줬지만,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금리 환경에서 단기 조달을 선호하는 대기업의 대출 수요 확대는 지속될 전망"이라며 "반면 가계부채 증가 우려로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 증가세는 한차례 둔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달 채권 시장에서 회새채는 1조6297억원 순상환되는 등 지난달 1151억원 순상환에 이어 급격히 경색되는 모습이다. 반면 지난달 기업대출은 11조3000억원 늘며 역대 9월 증가액으로는 통계작성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대출금리 상승에도 대출수요가 여전히 꺾이지 않는 것이다.

    몰려드는 대출수요는 국채 등 주요 시장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안정세를 찾던 국고채 3년물은 전거래일 연 3.974%를 기록하며 다시 4%대를 향해 치솟았고, 미국 국채 10년물은 4.7%선을 회복했다. 예상치 못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은 1350원선을 등락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에 각별한 경계를 갖고 있는 만큼 당분간 자금조달 경쟁이 벌어지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시장금리 상승세가 연말까지 계속된다면 큰 폭의 금리인상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