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부담·준공사례 전무·불공정계약 우려에 회의론KB부동산신탁, 서울시에 발목…'빠른 사업추진'도 옛말목동 재건축서도 반대여론…방배삼호 등 조합방식 선회
  • ▲ 서울 여의도 재건축 아파트 단지. 사진=박정환 기자
    ▲ 서울 여의도 재건축 아파트 단지. 사진=박정환 기자
    신탁방식 도시정비사업이 중대 기로에 놓였다. 적잖은 수수료와 준공까지 간 사례가 없는 까닭에 신탁방식 정비사업에 대한 회의론이 여전한 가운데 '여의도 한양아파트(KB부동산신탁)' 재건축사업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신탁사 신뢰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누차 강조해온 '빠르고 안정적인 사업추진'이란 타이틀이 무색해 진 셈이다.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등 주요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조합원간 이미 결정된 신탁대행방식에 대한 추진여론이 갈리면서 다툼이 격해지고 있다.  

    목동신시가지 경우 총 14개단지 가운데 5·9·10·11·13·14단지 등 6곳은 신탁방식으로 재건축사업을 추진중이며 4·6·8·12단지는 기존 조합방식을, 나머지 1·2·3·7단지는 아직 사업방식을 정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이들 4개단지 결정에 따라 신탁사가 정비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지 판가름 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여론은 썩 우호적이지 않다.

    신탁방식으로 추진돼온 여의도 한양아파트 정비사업에 제동이 걸리면서 신탁사에 대행을 맡기는 이유가 희석된 까닭이다. 특히 여의도 한양 경우 KB부동산신탁이 확정단계를 거치지 않고 시공사 입찰공고를 내 사업지연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예컨대 시행자는 구체적인 정비계획을 세우고 소유주 3분의 2이상 동의를 받은뒤 관할 자치구와 시 심의를 통과해야 하지만 KB부동산신탁은 이같은 절차를 건너뛰고 시공사선정에 나서 위법논란을 자초했다.

    더불어 신탁방식이 서울시 신속통합기획과 상당부분 맞닿아 있어 향후 사업추진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시가 신통기획을 벗어난 어떠한 정비계획이나 사업방식도 용인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한번 찍히면 고소나 수사의뢰도 마다하지 않는 강경대응 기조로 미뤄볼 때 향후 시가 신탁방식 정비사업을 예의주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귀띔했다.
  • ▲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DB
    ▲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DB
    이번 여의도 한양의 사업지연 탓에 신탁방식 열풍도 한풀 꺽인듯한 모습이다.  

    이미 시장에선 과도한 수수료 탓에 신탁방식에 대한 반대목소리가 적잖았다. 보통 신탁사는 일반분양 수입의 1~3%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사업 규모가 큰 서울 재건축단지 경우 수수료만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에 달할 수 있단 얘기다. 

    조합방식보다 소유주 재량권행사 범위가 좁고 불공정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단점중 하나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국내 12개 부동산신탁사와 협약을 맺은 전국 136개단지 분양계약서를 분석한 결과 97개단지(71.3%)에서 가구 내부구조와 마감재 등 설계·시공 관련 변경통지의무를 명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48개단지(35.3%) 계약서는 소비자 이의제기조차 금지했다.

    이밖에 71개단지(52.2%)는 사업자가 계약이행에 착수한 이후에는 계약해지가 어렵도록 하거나 사업자 귀책이 있더라도 아예 계약해지 조항을 넣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이같은 불공정계약 문제해소와 신탁방식 활성화를 위해 '신탁계약서·시행규정표준안'을 마련하기도 했지만 신탁사 계약해지 요건을 완화함으로써 되려 사업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준공까지 완료된 성공사례가 없는 것도 신탁방식 추진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다. 실제 서울 강남권에서는 서초구 방배동 방배 삼호아파트와 방배7구역, 잠원동 신반포 4차아파트 등이 신탁방식을 추진했다가 조합방식으로 선회하기도 했다.

    목동신시가지에서도 신탁방식 반대여론 조짐이 확산되고 있다. 

    목동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입지와 사업성이 우수한 곳은 자연스럽게 대형건설사간 경쟁구도가 형성되고 사업추진도 탄력을 받아 신탁방식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며 "특히 고급화가 필요한 단지라면 소유주 재량권과 니즈가 잘 반영될 수 있는 조합방식이 적합하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