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희 前비서관 딸 4차례 학폭 사건 연루전주 초등학교서도 집단 폭행 발생전문가들 "가해 학생 선도조치 세분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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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의 초등학생 자녀 학교 폭력 사건과 전주 초등생 집단 폭행 사건 등 저연령대 학폭 사건이 잇따른 가운데 해결 방안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다.

    '촉법소년' 연령대를 확대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하는 강경파와 사회 물정에 어두운 저연령대인 만큼 광범위한 피해 학생 지원책과 효과적인 가해 학생 교정 교육을 통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온건파가 맞서는 형국이다.

    특히 정부 교육 당국의 안일한 대응이 지속적인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는 만큼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4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자녀 학폭 무마 의혹'으로 사퇴한 김승희(52) 전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의 초등학생 딸은 올해만 모두 4차례의 학폭 사건에 연루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2건은 학폭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가 열렸다. 1건은 가해자와 피해자 간에 화해를 했고 1건은 학폭 신고 접수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김 전 비서관의 딸은 지난 7월10일과 같은 달 17일 잇따라 학교 화장실에서 같은 학교 2학년 여학생을 리코더와 주먹 등으로 수차례 때려 전치 9주의 상해를 입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비서관은 이날 자녀의 학폭 사건 의혹이 제기되자 즉각 사퇴했다.

    김 전 비서관 자녀 사건 외에도 최근 전북 전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집단 폭행 사건이 발생해 전북교육청이 진상조사에 나섰다. 전북교육청에 따르면 A학생의 부모는 지난 13일 B초등학교 5학년 학생 10명이 지난 11일부터 3일 간 쉬는 시간마다 A학생을 폭행했다며 학교에 신고했다.

    가해 학생들은 A학생의 팔다리를 잡고 명치를 때리는 것은 물론 머리로 박치기 하거나 교실로 못 들어가게 막고 실내화를 숨기는 등 장기간 괴롭혀 온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측은 사건 당일 가해 학생 10명에 대해 긴급조치 2호(피해 학생 접촉금지) 처분을 내렸다.  학교는 학폭 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피해 학생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이렇듯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유형의 학폭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 수년 간 학폭 피해를 입은 학생들이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지난해 9월6일 발표한 '2022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 학폭 피해 사례는 2017년 2.1%에서 2018년 2.8%, 2019년 3.6%로 증가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진행된 2020년에는 1.8%로 잠시 하락했지만 2021년 2.5%로 다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3.8%로 급증했다.

    푸른나무재단이 지난달 12일 발표한 '2023년 전국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에서도 초등학교 학폭 피해 경험 비율이 7.7%로 집계됐다. 이는 상급 학교인 중학교(6.4%)나 고등학교(4.9%)보다 높은 수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금이라도 초등생 학폭에 대한 구체적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초등생 학폭과 관련한 교육부 차원의 선도 지침이나 예방 제도 등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점에서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해준 학교폭력연구소장은 "우선적으로 학폭 가해 학생에 대한 선도 조치를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가해 학생들에게 처벌로 내려지는 교내 사회봉사 같은 것은 전혀 효과가 없고 보다 강력한 처벌과 실효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폭 증가 원인에 대해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서로 간의 갈등 해결 방법에 서투르다"며 "최근에는 유튜브 등 SNS를 통해 폭력적인 콘텐츠를 보고 모방할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함께 생활하는 친구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폭력을 행사했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지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인성 교육과 가해 학생에 대한 선도 교육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