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발굴 및 후원 적극 지원… 韓 문화융성 기반 마련'이건희 컬렉션 신드롬'… 대중문화로 저변 확대르네상스 이끈 메디치家와 비견… "KH유산 한국의 시대정신"
  • ▲ 지난 1993년 6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프랑크푸르트 캠핀스키 호텔에서 신경영을 선언하고 있다.ⓒ삼성
    ▲ 지난 1993년 6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프랑크푸르트 캠핀스키 호텔에서 신경영을 선언하고 있다.ⓒ삼성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은 문화 발굴과 후원에 적극적이었으며 한국의 문화융성 기반을 마련한 예술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1993년 6월 내부 회의에서 "대한민국의 문화재다, 골동품이다 하는 것은 한데 모아야 가치가 있는 것"이라며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영국 대영박물관,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 등을 언급한 바 있다. 

    또한 한국 미술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지원도 꾸준히 이어갔다. 영국 빅토리아 알버트 박물관, 미국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프랑스 기메박물관에 한국관 설치를 지원한 것도 우리 문화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지난 2021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유족들이 천문학적 규모의 문화재·미술품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건희 선대회장의 뜻을 계승하기 위해서다.  

    당시 유족들은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상속 재산의 상당 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유산의 약 60%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사회환원을 실천했다.

    한국 미술계 발전을 위해 이 회장이 평생 모은 문화재·미술품 2만3000여점을 국가기관 등에 기증하고 ▲감염병 극복 지원 ▲소아암 희귀질환 지원 등 의료공헌에도 1조원을 기부하는 3대 기증사업을 추진했다.

    유족들이 부담해야 할 12조원 이상의 상속세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역대 최고 수준이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된 특별전을 시작으로 지역순회가 진행되고 있으며 매회 매진을 기록, '이건희 컬렉션 신드롬'은 이어지고 있다. 컬렉션 감상을 위해 차례로 미술관을 방문하는 '이건희 컬렉션 투어족'도 생겨날 정도다.

    2021년 4월 유족의 대규모 미술품 기증이 이뤄지기 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작품의 수는 연평균 64점에 불과했지만 이건희 컬렉션 기증 뒤 2021년 4월부터 연말까지 553점이 기증돼 9배 이상 증가했다.

    미술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더불어 젊은 세대로 수요층이 확장되며 한국 미술계는 전례 없는 대 호황을 누렸으며 미술이 더이상 소수의 전유물이 아닌 모두가 향유하는 대중문화로서 저변을 확대시키는 긍정적 변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최근 삼성은 세계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한국실 전담 큐레이터 운영을 위해 200만 달러를 후원하기로 했다. '이건희 컬렉션' 250여점은 오는 2025년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전시될 예정이다. 2026년에 미국 시카고미술관, 영국 런던의 대영박물관에서도 차례로 전시한다.

    이를 두고 학계에서는 이 선대회장이 이탈리아 피렌체의 르네상스를 이끈 메디치家와 비견했다. 과거 피렌체의 메디치가(家)가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이끌었듯 이 선대회장은 사회 전반의 분야에 공헌하며 경영 외에도 한국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의미다. 

    김상근 연세대 신과대학 교수는 "이 선대회장과 유족들의 유산 덕분에 한국은 '게티' '구겐하임' 같은 미술 컬렉션을 갖게 됐다"며 "이 선대회장은 이탈리아 피렌체의 르네상스를 이끈 메디치가에 필적할 만한 업적을 남긴 한국의 시대 정신"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이재용 회장과 유족들은 유산 중 1조원을 감염병 확산 방지와 소아암·희귀질환 치료를 위해 기부했다.

    삼성가(家)의 '의료 공헌'은 이건희 선대회장의 ▲인간존중 ▲상생 ▲인류사회 공헌의 경영철학을 계승해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공헌 활동을 지속하겠다는 다짐과 약속이기도 하다.

    유족들은 감염병 극복에 7000억원을 기부하기로 했으며, 이 가운데 5000억원은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사용된다. 2026년 공사를 시작해 2028년 서울 중구에 완공될 예정이다.

    2000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축 및 필요 설비 구축, 감염병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제반 연구 지원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사용된다.

    여기에 유족들은 소아암·희귀질환에 걸려 고통을 겪고있는 어린이 환자들에 3000억원을 기부했다. 소아암 환아 1만2000여명, 희귀질환 환아 5000여명 등 총 1만7000여명이 도움을 받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