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람코 목동7단지 수주발표 하루만…재준위 "사실아냐""전 A조합장이 신탁방식 강행" 주장…사업지연 불가피여의도 한양과 같은 신통기획 사업지…시개입 가능성법적근거 없는 예비신탁사 남발…시장혼란만 가중
  • ▲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7단지 전경. ⓒ재건축 추진위원회
    ▲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7단지 전경. ⓒ재건축 추진위원회
    신탁방식을 채택한 주택재건축정비사업이 끊임없는 잡음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성 결여로 사업이 무기한 지연되거나 토지소유주간 갈등을 초래하면서 신탁사 퇴출론까지 거론되는 분위기다.

    특히 여의도·목동 등 상징성이 큰 사업지에서 신탁방식을 두고 크고작은 문제가 불거진 만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칼을 배들 가능성도 점쳐진다.

    2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7단지(목동7단지) 재건축준비위원회(재준위)는 지난 25일 입장문을 내고 전날 코람코자산신탁이 발표한 목동7단지 우선협상 지정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 사태는 '정비사업 추진위원회(정추위)'와 '재건축 준비위원회(재준위)'간 갈등에서 비롯됐다.

    앞서 코람코자산신탁은 지난 24일 목동7단지 정추위와 업무협약(MOU)를 맺고 예비신탁사로 선정됐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 있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자료를 통해 "목동7단지가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접수까지 마친 만큼 시너지를 통해 기존 2550가구를 4500가구로 탈바꿈시키겠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25일 목동7단지 재준위가 "아직 사업방식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반박자료를 내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재준위가 발표한 입장문에 따르면 과거 해임된 A위원장을 중심으로 정추위가 결성됐고 다른주민들과 협의 없이 비밀리에 코람코자산신탁과 MOU를 체결했다는 주장이다. 

    재준위 관계자는 "정추위가 비밀리에 신탁사 입찰을 진행했고 여기에 코람코자산신탁만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했다"며 "7단지 소유주들 의사와 상관없이 코람코와 MOU를 체결하고 보도자료까지 배포돼 공분이 일고 있는 상황"이라고 언짢아 했다. 

    현행법상 도시정비사업 시공사선정은 경쟁입찰이 2회이상 유찰되면 수의계약 단계로 넘어간다. 반면 신탁사 경우 해당규정이 존재하지 않아 단독입찰시 바로 낙찰이 가능하다.

    재준위는 향후 소유주들과 논의를 거쳐 사업방식을 결정하기 위한 투표에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이또한 주민간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이상 사연지연은 불가피해 보인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목동7단지는 소유주간 갈등양상이 매우 복잡한 사업지중 하나로"라며 "결국 일부 소유주와 신탁사의 무리한 사업강행이 화를 키운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설사 코람코자산신탁이 절차상 합법적인 입찰과정을 거쳤더라도 주민갈등 심화와 사업지연을 초래한 이상 '자질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 ▲ 서울의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 사진=박정환 기자
    ▲ 서울의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 사진=박정환 기자
    여의도 한양아파트에 이어 목동7단지까지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신탁방식 정비사업에 대한 '수술'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미 정비업계 일각에서는 신탁방식을 두고 "전문성은커녕 미숙한 운영으로 사업을 지연시키고 소유주 재산권만 침해하고 있다"며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일반분양 수입의 1~3%에 이르는 수수료도 소유주 여론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중이다. 

    또다른 정비업계 관계자는 "'빠르고 안정적인 사업'을 강점으로 내세운 신탁방식이 오히려 시장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며 "시행사선정 요건을 강화하고 '자질부족' 신탁사는 입찰을 제한하는 충격요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목동7단지 경우 여의도 한양아파트와 같은 신통기획 사업지인 만큼 서울시 개입도 점쳐진다.

    일례로 시는 KB부동산신탁이 확정되지 않은 신통기획안을 토대로 여의도 한양아파트에 대한 시공사 입찰공고를 낸 것에 대해 위법소지가 있다고 보고 '입찰공고 무효'를 권고하기도 했다.

    결국 여의도 한양 재건축 운영위원회와 KB부동산신탁은 이달 29일로 예정됐던 시공사선정 총회를 연기했고 이에 분노한 일부 소유주들은 KB부동산신탁에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정부의 과도한 규제완화가 신탁사 난립과 그에 따른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7월 국회를 통과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에 따르면 신탁사 등이 시행하는 정비사업은 전문성을 감안해 특례가 적용된다. 정비구역 지정과 동시에 사업시행자를 지정하고 정비계획과 사업시행계획을 통합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또한 국토부는 '9·26 주택공급 활성화 대책'을 통해 신탁방식 정비사업 추진시 시행자 지정요건도 완화됐다. 토지면적 3분의 1이상을 신탁(등기이전)해야 하는 요건을 없애면서 신탁방식 추진의 가장 큰 걸림돌이 사라졌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신탁사들이 법적근거도 없는 예비신탁사 선정을 남발하면서 경쟁이 과열되고 그로 인해 사업이 지연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이라며 "이는 정부기조인 공급난 해소에 걸림돌이 되는 만큼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힐난했다.

    국토부 주택정비과 관계자는 "최근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었던 신탁방식 정비사업에 대해 전반적으로 들여다볼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며 "국토부 차원이든 지방자치단체 차원이든 신탁방식에 대한 관리·감독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