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때문에 말 배우는게 느려졌다"발달지연 아동 실손의료보험금 미지급 이슈일부 미술·음악·놀이 치료로 변질현대해상 "우선 지급하겠다" 약속
  • 이성재 현대해상 대표가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려다 돌연 철회됐다. 발달지연 아동의 치료비에 대한 실손의료보험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발달지연 치료는 또래에 비해 언어나 행동이 발달한 속도가 느린 아동에 대한 치료 행위를 말한다. 보험사들은 어린이보험 등을 통해 이런 비급여 치료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

    다만 최근 들어 이런 발달지연 치료에 대한 실손보험금 청구가 급격히 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현대해상을 비롯해 삼성화재·DB손보·KB손보·메리츠화재 등 5개 손해보험사가 아동 발달지연과 관련해 지급한 실손보험금은 746억6600만원으로 나타났다.

    2019년 280억원에서 2020년 388억원, 2021년 829억원, 지난해 1185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3년새 관련 보험금 지급이 급격히 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기간 아이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일상 활동에 제약이 생기면서 발달지연 아동이 늘었을 것으로 본다. 보통 아이들은 다른 사람의 입 모양을 보고 말을 따라하는데 마스크 착용으로 말을 배우는데 느린 것이 대표적인 발달지연 사례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질병 통계에 따르면 발달지연 환자(R62 코드 기준)는 코로나19 기간 4만명 넘게 늘었다. 코로나19 대유행 전인 2019년에는 6만1849명, 지난해에는 10만3107명이었다.

    이에 일부 병원들은 민간자격증을 취득한 미술·음악·놀이 치료사 등을 고용해 발연지연 센터에서 치료를 한 후 실손보험금을 청구하기도 했다. 실손보험을 든 부모 입장에서는 내 돈 한푼 안 들이고 치료를 받을 수 있다보니 급격히 늘어난 측면도 있다.

    이런 상황에 올해 상반기 어린이보험 시장점유율 1위인 현대해상이 민간자격증을 취득한 미술·음악·놀이 치료사 등의 행위가 실손보험 청구 대상이 아니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달지연 아동 치료기관에 발송하면서 이슈화 됐다.

    현대해상은 지난 5월부터 발달 지연 어린이의 심리 치료비 지급에 대해 면허가 없는 민간 놀이치료사가 진행하는 건에 대해 '무면허 의료행위'로 규정해 지급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민간자격 치료사의 치료에 보험금 지급 중지를 선언한 것이다. 다른 보험사들도 보험금 지급 중지를 검토했지만 결론을 낸 곳은 현대해상뿐이다. 이 대표가 다수의 손해보험사 대표 중 유일하게 국감에 불러갈 뻔한 이유였다.

    현대해상은 국회 정무위에 발달지연 아동 보험금 지급 거절과 관련해 제도 개선 사항을 건의한 상태다. 의료 행위자 자격을 재정립하고 발달지연 치료에 대한 치료 횟수와 치료비 단가 등을 체계화해야 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하지만 발달지연 아동을 둔 부모들은 보험사들이 갑자기 실손보험금 지급을 중단하면 매달 치료비 부담이 수십, 수백만원대로 불어난다는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의료계도 민간 치료사의 발달지연 아동 대상 치료를 의료행위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논란이 있는 가운데 국회 정무위 소속 강훈식 의원은 지난 26일 급히 이성재 대표와 좌담회를 열고 발달지연 아동 실손보험 부지급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 자리에서 이 대표는 "당사가 청구건이 가장 많고 지급 보험금도 현격하게 늘다 보니 과거에는 이슈가 아니었던 민간치료사가 이슈가 돼서 지급 심사 기준에 차이가 생겼다"며 "제도적 보완이 충분히 될 때까지는 보험금 청구 건에 대해 우선적으로 지급하면서 고객분들께 안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강훈식 의원이 이 대표의 종합감사 증인 출석을 앞두고 급히 철회한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