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지난해 2월 12년만에 일본 재진출요코하마 외곽에 고객경험센터(CXC) 운영'마인드 쉐어' 장기적 관점 판매확대 추진
  • ▲ 조현상 현대차 일본법인장이 인터뷰하는 모습. ⓒ한국자동차기자협회
    ▲ 조현상 현대차 일본법인장이 인터뷰하는 모습.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일본 자동차 시장은 수입 브랜드 비중이 5.4%에 그칠 정도로 폐쇄적인 시장입니다. 게다가 고객 눈높이가 높아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입니다. 하지만 단기적인 목표보다 ‘스며들기’ 전략으로 서서히 신뢰를 얻어나가려고 합니다.”

    조원상 현대자동차 일본법인장(상무)이 지난 26일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주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 2009년 시장 철수 이후 12년만인 지난해 2월 일본 시장 재진출을 선언했다. 

    당시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12년간 다양한 형태로 고민을 계속해왔으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진지하게 고객과 마주보기로 결심했다”면서 “일본 시장은 배워나가야 하는 장소임과 동시에 도전해야 하는 장소”라고 언급한 바 있다. 

    현대차는 일본 시장에서 판매방식을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을 통해 탐색부터 결제, 배송까지 전 과정을 원스탑 세일즈로 운영한다. 이를 위해 요코하마 외곽에 고객경험센터(CXC)를 운영하면서 일본 시장 공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 ▲ CXC 야외전시장 모습. ⓒ한국자동차기자협회
    ▲ CXC 야외전시장 모습.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조 법인장은 일본 진출 이후 올해 8월 기준 700여대를 판매한다고 밝혔다. 또한 ‘마켓 쉐어’보다 ‘마인드 쉐어’ 전략으로 조심스럽게 시장 접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유럽, 중국에서 주재했지만 일본 시장이 가장 까다로운 것 같다”면서 “좁은 길, 협소한 주차장, 관세 장벽도 있지만 일본 소비자의 마인드가 보수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일본 고객의 품질 만족도를 맞추는 업체는 독일 브랜드 한 두 곳외에 어려울 정도”라면서 “‘일본 브랜드가 한국에서 차를 많이 파는데, 현대차는 왜 못하냐’고 할 수 있지만 일본 시장은 경차가 40%를 차지하며, 수입 브랜드 비중이 5%에 불과할 정도로 폐쇄적인 곳”이라고 부연했다.  

    조 법인장은 이런 이유로 스며들기 전략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적인 방식인 딜러망을 구축하고 마케팅을 전개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현지 상황에 맞는 전략을 채택했다는 것이다. 

    그는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기 보다 현지 고객들이 현대차를 선택하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다시 구매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면서 “다른 업체와 차별화된 방식으로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면서 일본 고객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서서히 스며들어가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 ▲ CXC 내 차량정비공간 ⓒ한국자동차기자협회
    ▲ CXC 내 차량정비공간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재진출 이후 일본에서의 성과도 있었다. 현대차의 ‘아이오닉5’는 지난해 12월 ‘일본 올해의 차(Car of the year Japan, J-COTY) 2022-2023’에서 ‘올해의 수입차’ 부문 수상했다. 한국 자동차 역사 상 J-COTY에서 수상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건 이번이 최초다. 

    조 법인장은 “독일 브랜드 외에 일본에서 수상한 사례도 없으며, 진입 첫 해 받은 적도 없다”면서 “특히 J-COTY는 기명으로 투표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이번 수상이 더욱 의미가 있다”고 소감을 나타냈다. 

    아울러 현대차의 전용 전기차, 고성능 라인업 등을 활용해 일본 시장에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는 “아이오닉5, 아이오닉6 등 전용 전기차 외에 파생 전기차, 고성능 N브랜드를 토대로 ‘후광 효과’를 가져갈 수 있는 전략적 포지션 입지를 구축할 것”이라며 “렌트카, 카셰어링은 물론 사회공헌을 통해 일본 고객에게 더욱 친숙한 이미지를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번 인터뷰에서 조 법인장은 일본 고객들의 성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까다로운 고객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CXC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설명도 함께 했다. 
  • ▲ 조 법인장은 일본 고객 성향 등에 대해 언급했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
    ▲ 조 법인장은 일본 고객 성향 등에 대해 언급했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조 법인장은 “일본 고객들은 시승을 하지 않으면 구매를 하지 않고 한 두 번이 아니라 일주일 정도 차를 빌려 주행하고 기계식 주차장에 넣어보는 등 여러가지 핵심 사항을 꼼꼼히 고민한다”면서 “결국 정확한 상품 정보와 제반 이점을 설명하는 게 필요하고, CXC에서 고객 클레임, 고객 니즈에 대응한다”고 말했다. 

    기억에 남는 고객 일화도 소개했다. 70대 고객이 손편지를 보내왔는데 감동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고객분이 차량이 마음에 들었지만 ‘막상 디지털 온라인으로 사는 것에 대해 걱정이 많았다’고 했다”면서 “하지만 CXC를 찾아 직원들 도움을 받아 해보니까 생각보다 쉬웠으며, 인생의 활력을 찾아 고맙다고 했는데, 그때 저도 감사하고 사업의 의미에 대해 되새길 수 있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CXC가 현재 관동 지역에 있으니 두 번째는 관서 지방이 되지 않을까 싶고, 여러 후보군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CXC를 잘 운영하고 나아가 현대차가 일본에서 신뢰받는 브랜드로 성장하는 게 저희의 리딩 스토리”라고 말했다. 

    한편, CXC는 요코하마 외곽에 위치했으며, 약 740㎡ 넓이에 차량 인도, 수리, 세차, 충전 등 모든 것을 원스톱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현대차 E-Pit 급속충전기 2대, 연구용으로 일본사 제품 급속충전기 2대와 완속충전기 5대가 설치돼 고객들이 충전을 경험할 수 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