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무력충돌 등 국제유가 변동성 커져농산물 가격 13.5%↑… 사과 72.4%·상추 40.7%↑政, '범부처 특별물가안정체계' 가동… 김장재료 수급안정 대책 내놔
  • ▲ 대형마트 ⓒ연합뉴스
    ▲ 대형마트 ⓒ연합뉴스
    소비자물가가 3개월 연속 3%대를 기록하는 등 정부의 예상을 빗나갔다. 정부는 추석연휴가 지나면 10월부터 물가가 안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진 데다, 이상기후로 인한 농산물 가격 불안정 등으로 물가 불안이 지속하는 모습이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37(2020=100)로 1년 전보다 3.8% 상승했다.

    지난해 7월 6.3%까지 올랐던 물가가 올해 2월 4.8%를 나타낸 뒤 지난 7월 2.3%까지 하락했지만, 8월 3.4%, 9월 3.7%를 기록하는 등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애초 10월 소비자물가는 3%대를 유지하더라도, 9월보다는 다소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9월보다 0.1%포인트(p) 오르며 정부의 물가안정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석유류는 1년 전보다 1.3% 하락했지만, 하락 폭이 점점 줄어들면서 오히려 물가 상승 폭을 키웠다. 석유류는 7월 마이너스(-) 25.9%, 8월 -11%였지만, 9월 -4.9%로 내림 폭이 둔화하는 추세다.

    전달과 비교하면 석유류 가격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의 영향으로 오히려 1.4% 올랐다.

    농·축·수산물은 농산물 가격이 크게 뛰면서 1년 전보다 7.3% 상승했다. 전달 3.7% 상승에 비하면 3.6%p 상승 폭이 확대됐다.

    이 중에서도 농산물이 13.5% 상승해 지난 2021년 5월 14.9%를 기록한 이후 2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농산물은 통상 추석 연휴를 지나고 가을에 공급이 늘면서 가격이 안정되지만, 올해는 이상기후로 작황이 부진하면서 가격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농산물의 물가상승률에 대한 기여도는 0.61%p로 나타났다. 이는 농산물 가격이 전체 물가를 0.61%p쯤 끌어올렸다는 의미다. 신선 어개·채소·과실 등 계절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55개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는 12.1% 상승했다.

    신선과실지수는 26.2%나 상승하면서 지난 2011년 1월 31.9%를 기록한 후, 12년 9개월 만에 상승 폭이 가장 컸다.

    품목별로는 사과 72.4%, 상추 40.7%, 파 24.6%, 토마토 22.8%, 쌀 19.1% 등이 크게 올랐다.

    정부는 이날 오전 비상경제장관회의를 통해 정부가 비축한 배추와 천일염 등 김장재료를 시장에 방출하고 농수산물 할인 혜택을 확대하는 수급안정 대책을 내놨다.
  • ▲ 배추가 진열된 대형마트 ⓒ연합뉴스
    ▲ 배추가 진열된 대형마트 ⓒ연합뉴스
    축산물은 1년 전보다 0.1% 하락했다. 닭고기가 13.2% 상승했지만, 국산 쇠고기 -3.1%, 수입 쇠고기 -0.1%, 돼지고기 -0.2%를 기록하면서 전체 가격이 하락했다.

    수산물 가격은 오징어 15.6%, 고등어 5.7% 등으로 전체적으로 3.0% 올랐다.

    가공식품은 4.9% 상승했다. 이 중에서도 아이스크림 15.2%, 우유 14.3%, 빵 5.5% 등의 오름폭이 컸다.

    석유류의 경우 휘발유는 6.9% 상승했지만, 경유 -7.9%, 자동차용 LPG -11.8%, 등유 -9.8%를 보이면서 전체적으로는 1.3% 하락했다.

    전기·가스·수도는 9.6% 올랐다. 전기료 14%, 도시가스 5.6%, 상수도료 4.6%를 기록했다.

    공공서비스 물가는 택시료 20%, 시내버스료 11.3% 등이 상승했지만, 국제항공료 -4%, 유치원납입금 -9.7%를 보이며 전체적으로 2.2% 상승했다. 개인서비스는 외식 물가 상승으로 4.1% 올랐다.

    구매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4.6% 상승했다. 식품 생활물가지수는 5.8%였으며 식품 이외 물가는 3.8% 상승했다. 전월세 포함 생활물가지수는 3.9% 올랐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1년 전보다 3.6% 올랐다. 전달 3.8%보다 상승 폭이 축소됐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전체 물가 상승률을 밑돈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도 3.2%로 전달 3.3%보다 상승 폭이 줄었다.

    통계청 김보경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농산물 상승률이 증가하고 석유류 하락 폭도 축소되면서 상승률이 전달보다 높아졌다"며 "11월 물가는 국제유가나 환율 등 외부 요인이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 ▲ 추경호 경제부총리 ⓒ연합뉴스
    ▲ 추경호 경제부총리 ⓒ연합뉴스
    이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국내 물가는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와 이상저온 등으로 애초 예상보다 하락 속도가 더 완만할 것"이라며 "모든 부처가 물가 안정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는 범부처 특별물가안정체계를 즉시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김장재료 수급안정 대책과 더불어 바나나·망고, 전지·탈지분유, 버터·치즈, 코코아 등 수입과일과 식품원료에 대해 신규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농산물 의제매입세액공제 한도를 10%p 상향하는 등 식품·외식 물가 안정 방안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