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임배추 물량, 2020년 1만박스→작년 4만박스 '4배' 성장송영덕 더문경팜 대표 “11월에 가장 맛있는, 문경 배추”‘베타후레쉬’ 최대 생산지 문경… 일반 배추와 확연히 구분되는 맛
  • ▲ 문경에 위치한 '베타후레쉬' 경작지.ⓒ강필성 기자
    ▲ 문경에 위치한 '베타후레쉬' 경작지.ⓒ강필성 기자
    김장철이 다가오면서 김장인구 감소로 인한 유통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지만 이마트는 유독 다른 분위기다. 김장 채소의 매출 감소는커녕 올해도 절임배추 조기완판 신화를 이어가고 있던 것. 절임배추의 물량만 2020년 1만박스에서 작년 4만박스까지 4배 이상 성장했다. 

    이런 이마트의 김장매출 성장의 한 축에는 이마트에서만 찾을 수 있는 신품종 배추 ‘베타후레쉬’가 자리하고 있다. 이 ‘베타후레쉬’의 산지인 문경 농가를 지난 1일 직접 찾아봤다. 

    ‘베타후레쉬’를 키워 절임 공정까지 모두 진행하는 농업회사법인 더문경팜은 경상북도 문경시 영순면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경북 지방에서 HACCP인증을 취득한 몇 안되는 곳이기도 하다. 제조 설비에는 방진복과 방진모, 신발 커버까지 모두 신어야만 들어갈 수 있다. 

    이곳에서 만난 송영덕(52) 더문경팜 대표이사는 문경 배추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남달랐다.

  • ▲ 송영덕 더문경팜 대표이사.ⓒ강필성 기자
    ▲ 송영덕 더문경팜 대표이사.ⓒ강필성 기자
    그는 “제 고향이라서가 아니라 이 시기에 진짜 배추 맛은 아는 사람은 문경 배추만 찾는다”며 “서리를 몇 번 맞아야 배추가 수분이 빠지고 당도가 올라가는데 지금 시기에는 문경, 영양, 괴산 등의 배추가 가장 맛있는 시기인데 그중 문경이 최고”라고 강조했다. 

    11월 김장에 해남배추를 쓰는 사람들에 대해 송 대표는 맛을 잘 모르는 ‘쑥맥’이라 표현했다. 최남단에 자리해 온후한 해남 특성상 해남배추가 가장 맛있는 시기는 겨울이 지나는 1~4월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어 “특히 ‘베타후레쉬’는 일반 배추와 식감이 훨씬 아삭하고 높은 당도, 쉽게 무르지 않는다는 강점이 있다”며 “일부 항암배추라고 알려지기도 했는데 노화방지, 비타민A 생성에 도움을 주는 ‘베타카로틴’ 성분이 풍부해 면역력에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 ▲ 더문경팜 공장 모습.ⓒ강필성 기자
    ▲ 더문경팜 공장 모습.ⓒ강필성 기자
    ‘베타후레쉬’는 이마트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배추 품종이다.

    일반 배추에 비해 크기가 작고 기후에 민감한데다 키우는 기간도 일반 배추 대비 7~10일 가량 더 길기 때문에 유통사와 사전 물량 계약 없이 대량으로 재배하는 농가는 거의 없다. ‘베타후레쉬’가 이마트에서만 판매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베타후레쉬’는 뿌리부터 올라오는 특유의 오랜지색 때문에 지식이 없이 본다면 병든 배추처럼 보이기도 한다. 크기도 일반 배추보다 작아 1박스(20kg) 기준 해남배추는 5포기라면 ‘베타후레쉬’는 8포기가 들어간다. 농가가 일반 시장보다 이마트를 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베타후레쉬’를 택한 이마트의 이 전략은 성공했다. 면역에 좋은 배추라는 입소문이 타면서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한 것. 이에 따른 ‘베타후레쉬’ 절임배추 사전예약 판매는 늘 완판 신화를 써내려갔다. 이에 이마트는 ‘베타후레쉬’의 물량을 꾸준히 늘리는 중이다.

    이마트는 2015년 5000여평 수준이었던 ‘베타후레쉬’ 배추 재배면적을 2019년 기준 1만5000평으로 늘렸고 이어 올해는 6만3000평까지 12배 이상 확대했다. 더문경팜은 무안, 해남, 예산, 천안 등지의 경작지 중에서 중 가장 많은 양의 ‘베타후레쉬’를 길러내는 곳이다. 
  • ▲ 왼쪽부터 오랜지 빛깔이 감도는 '베타후레쉬'와 일반 배추.ⓒ강필성 기자
    ▲ 왼쪽부터 오랜지 빛깔이 감도는 '베타후레쉬'와 일반 배추.ⓒ강필성 기자
    그렇다면 실제 맛은 어떨까.

    송 대표와 함께 공장에서 30여 km 떨어진 ‘베타후레쉬’ 경장지를 찾아가 직접 갓 따온 배추를 시식해봤다. 일반배추는 수확이 한참이었지만 ‘베타후레쉬’는 재배기간이 긴 만큼 아직 수확 전이었다.

    갓 따낸 일반 배추와 ‘베타후레쉬’를 절반 쪼개자 뿌리에서 올라오는 오랜지 빛깔에서 분명히 구분된다. 더 큰 차이는 맛과 식감이었다. 신선한 일반 배추의 쌉싸름한 아삭함도 나쁘지 않았지만 ‘베타후레쉬’의 단단하고 치밀한 조직과 뚜렷한 단맛은 같은 배추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이 단단함은 쉽게 무르지 않아 김장을 담궈도 천천히 익어 오래도록 신선한 맛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됐다고 한다. 
  • ▲ '베타후레쉬'의 속 단면. 오랜지 색의 단면이 인상적이다.ⓒ강필성 기자
    ▲ '베타후레쉬'의 속 단면. 오랜지 색의 단면이 인상적이다.ⓒ강필성 기자
    송 대표는 “맛없는 사과보다는 달고 맛있는 게 ‘베타후레쉬’”라며 “수확을 할  때도 손이 흠뻑 젖는 일반배추와 달리 ‘베타후레쉬’는 손이 끈적일 정도의 당도 차이가 확연하게 두드러진다”고 자신했다.

    올해 김장은 ‘베타후레쉬’로 해야겠다는 결심도 잠깐, 아쉽게도 이마트의 올해 ‘베타후레쉬’의 절임배추는 사전예약은 모두 물량이 동난 상태다. ‘베타후레쉬’ 절임배추는 이마트가 사전 예약을 개시한 지난 10월 26일 이후 사흘만인 28일 완판됐고 일반 절임배추는 하루 늦은 29일 동났다. ‘베타후레쉬’에 관심이 있다면 내년을 기다려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