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희 우리소아청소년과 원장, 6세까지 집중치료 대책 시급 월 200만원 전액 본인부담 탓에 적기 치료 불투명실손보험 부지급 풀고 건강보험 급여화 추진 행동발달증진센터 활성화도 주요 과제
  • ▲ 한은희 김포 우리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 ⓒ박근빈 기자
    ▲ 한은희 김포 우리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 ⓒ박근빈 기자
    올해 국정감사에서 보험사와 정부가 외면한 발달지연 치료비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발병률이 급증했는데 매달 200만원의 경제적 부담으로 적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아동이 늘어나고 있다. 

    7일 본보와 만난 한은희 김포 우리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대한소아청소년행동발달증진학회 보험이사)은 "발달지연 아동을 위한 진료체계를 갖추기 위해 노력했지만 마땅한 지원책이 없어 의료 공백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며 "국감에서 지적됐듯 신속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발달지연 치료비 문제는 실손보험사가 보험금 부지급 결정을 내리면서 불거졌다. 지난 5월부터 현대해상은 발달지연 아동의 심리 치료비 지급에 대한 심사 기준을 강화했고 다른 보험사도 따라가는 형태를 취했다. 민간 놀이치료사의 치료 행위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규정해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발달지연 권리보호 가족연대(가족연대)가 한 원장을 비롯해 발달지연 치료에 집중하는 대한소아청소년행동발달증진학회 소속 의사들과 함께 일련의 문제를 지적했고 국정감사에서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현대해상은 발달지연 치료비를 지급하기로 했지만 구체적 지침이 나오지 않은 실정으로 아직 갈 길이 멀다. 가족연대는 지속적으로 단체행동을 벌여 신속한 처리를 요구할 방침이다. 

    한 원장은 "치료의 골든타임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6세까지는 뇌가소성이 좋아서 열심히 치료하면 장애가 될 아이들이 정상으로 자랄 수 있어 집중을 해야 할 시기인데 경제적 부담 때문에 기회를 놓치는 것이 정말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현재 국내에서 발달지연 아동이 부담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길은 거의 전무하다"며 "수년째 환자가 급증해도 정부는 무관심으로 일관해 그나마 기댈 수 있는 건 실손보험뿐이었는데 여기서 브레이크가 걸리니 대응할 방법이 없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달지연 치료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급여로 치료하게 되는데 일주일에 4~6회, 한번 치료를 받을 때마다 8~10만원정도 소요된다. 한 달에 200만원 이상 비용부담을 하게 된다.

    또 장애로 진단돼 정부 지원 바우처를 받는다고 해도 월 최고 25만원밖에 지원받을 수가 없어 현실적으로 정부 지원은 거의 없다. 

    한 원장은 "발달지연 아이들을 치료하다보니 단순히 개별적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짊어져야 할 공동의 숙제라고 여겨졌다"며 "OECD 최저 저출산 시대에 무엇보다 우선순위로 설정해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4년 새 85% 늘어 지난해 14만명 진단… 올해는 더 늘어 '제도권 진입' 필수 

    당장 발등에 불 떨어진 실손보험사의 부지급 문제를 풀어가면서 건강보험 급여화 추진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 원장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가 발달지연 치료비를 제도권 내에서 보장하고 각종 지원을 위한 공공의료체계를 정비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아이들이 장애로 이어지지 않고 정상인으로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통계에 따르면 발달지연 아동은 2018년 7만4377명에서 2022년 13만7838명으로 불과 4년 새 85%나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까지 10만명을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급증세의 원인은 사회적 인식 제고도 있지만 코로나19 확산, 고령 출산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으로도 진단을 받을 아이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로 제도권 진입을 통해 국가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급여화는 물론 정부 지원의 행동발달증진센터 활성화도 주요 과제다. 

    한 원장은 "수년씩 기다리는 대학병원 진료에 앞서 우수한 치료인력과 시설을 갖추고 있는 기존의 발달센터의 역할론을 강화해 적극적으로 치료할 수 있도록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발달지연이나 발달장애에 관한 새로운 법률제정 및 시행, 급여화 기준을 만들기 위해 정부 각처에서 서로 협력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라며 "치료의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 제도의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