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쇄신위원회 총대 맡아, 144개 계열사 직접 관리스타트업 기반 '형·동생' 조직문화 만연… "과감히 탈피할 것"CA협의체 재정비, 임원진 물갈이, 계열사 조직개편 예고
  • ▲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카카오
    ▲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카카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가 외부 감독기구 설립에 이어 경영 쇄신 기구를 직접 맡는다. 기존 카카오 공동체의 스타트업 이미지를 벗겠다는 그의 리더십이 현 위기를 타개해 나갈지 이목이 쏠린다.

    7일 카카오에 따르면 김 창업자는 '준법과 신뢰 위원회' 설립에 이어 '경영쇄신위원회'를 출범하기로 했다. 준법과 신뢰 위원회에는 김소영 전 대법관을 위촉했으며, 경영쇄신위원회는 본인이 직접 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김 창업자가 경영쇄신위원회를 직접 진두지휘하는 배경에는 현 카카오가 창사 이후 최대 위기에 빠졌다는 위기감을 인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144개에 달하는 계열사를 CA협의체를 통해서만 관리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한 것.

    특히 김 창업자는 카카오 공동체 내 만연한 스타트업 정신을 탈피하는 데 방점을 찍을 계획이다. 자율 경영이라는 이름하에 계열사 전반에 퍼진 '형·동생 문화'가 현재의 위기를 불러일으켰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재계 15위까지 올라오며 덩치가 커졌지만, 조직 운영은 20명 규모의 스타트업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김 창업자는 "카카오는 이제 전 국민 플랫폼이자 국민 기업이기에 각 공동체가 더 이상 스스로를 스타트업으로 인식해선 안된다"며 "오늘날 사회가 카카오에 요구하는 사회적 눈높이에 부응할 수 있도록 책임 경영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 창업자가 주요 공동체 CEO들의 의사결정에 함께 참여하면서 직접 위기 극복에 나설 것으로 풀이된다. 경영쇄신위원회는 공동체 경영회의에서 나온 얘기들을 실행하는 조직으로, 소수 정예지만 창업자가 이끄는 강력한 실행력을 담보하고 있다. 

    김 창업자는 우선적으로 CA협의체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개편을 진행할 것으로 점쳐진다. 배재현 카카오투자총괄대표가 SM엔터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되면서 CA협의체는 총괄 3명(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 권대열 카카오 정책센터장) 체제로 유지 중이다. 경영쇄신위원회와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위한 재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카카오 공동체 임원들의 물갈이도 예상된다. 회전문 인맥 인사 논란에 휩싸였던 만큼, 이를 쇄신할 파격적인 인적 쇄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경영진은 홍은택 카카오 대표,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등이다.

    카카오모빌리티 등 주요 계열사의 사업 방향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택시 이중계약으로 매출을 부풀린 의혹으로 금감원 감리를 받고 있다. 또한 구속된 배 대표가 유죄 판결이 나오거나 김 창업자의 혐의가 입증될 경우 카카오뱅크 최대 주주 자리에서 물러날 리스크도 상존한다. 문어발식 확장으로 논란을 키워온 만큼, 매각 혹은 재편 등의 과감한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김 창업자가 외부 감시 시스템을 도입한 데 이어, 위기관리에 직접 뛰어들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삼성 등 대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조직의 운영 방식이 과감히 바뀔 수 있다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김 창업자 본인도 사법 리스크에 휩싸이면서 공동체 전체의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며 "기존의 말랑말랑한 조직 문화가 아닌, 대기업 수준의 체계적인 조직개편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