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인식 분야에 '딥러닝' 적용으로 한계 극복백승욱 의장, '매출 10조' 이끌 사외이사 영입 박차향후 10년 계획 이미 착수, 시장 조사 및 파일럿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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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을 롤모델로 암과 관련된 모든 주제를 통합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 

    창립 10주년을 맞은 루닛 백승욱 의장은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10년 계획을 공개하며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루닛은 영상판독보조 솔루션 등을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단기간에 기업 가치를 10배 이상으로 끌어올린 기업이다.

    지난해 6월 상장한 이후 1년 2개월여 만에 시가총액 3조를 넘어서면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빠른 성장세 대비 아직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지난 3년간 루닛은 2020년 21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에 이어 이듬해에는 457억원을, 지난해에는 50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루닛은 본격적으로 흑자전환과 성장을 위한 주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루닛은 지난 8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향후 10년 계획을 공개하며 오는 2025년에서 흑자전환을 하고, 2033년에는 매출 10조와 영업이익 5조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일환으로 먼저 유상증자를 통해 2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하고 ▲연구개발(R&D) ▲ 벤처캐피탈(CVC) 설립 ▲신제품 개발 ▲해외직원 신규 채용 ▲ 신약개발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이어 향후 ▲ 인공지능 기반 의료 빅데이터 통합 'AI 플랫폼' ▲ 모든 암 검진이 가능한 '전신 MRI' ▲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 확장 등의 계획을 공개했다. 

    이러한 사업 아이템들은 모두 백 의장과 주요 서범석 대표 등 루닛을 이끌고 있는 핵심인물들을 중심으로 비롯됐다.

    백 의장은 "향후 10년 프로젝트에 애플을 롤모델로 끌고 왔다"며 "다양한 지점에서 참고할 게 많은 회사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 산업은 환자·보험·의료기관·제약사 등의 주제들이 분절되어 있다"며 "이 모든 것들을 암이라는 주제 안에서 통합하고 싶다. 가장 좋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애플'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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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딥러닝'으로 시작해 '루닛'을 창조한 백승욱 의장 

    백승욱 의장은 대학원에서 공부한 이미지 인식분야에서 '딥러닝'을 적용해 루닛을 창립한 인물이다.

    백 의장은 "처음 사업준비를 하면서 하이테크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을 시작으로 세계 최고의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며 "그동안 하드웨어는 많아도,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한 한국 기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미지 인식분야를 사업 아이템으로 선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때의 이미지 인식분야는 사람이 직접 입력을 하면서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는 점과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점의 한계가 있었다. 

    예를 들면 어떤 물체를 인식한다고 했을 때 그동안의 방법은 물체의 특징을 사람이 최대한 프로그래밍 통해 입력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다 보니 정확도가 60%~ 70% 정도로 떨어지는 편이다. 

    백 의장은 이러한 단점이 상용화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갖고 창업 준비를 하던 중 딥러닝을 알게 됐고, 딥러닝이 물체를 인식할 때 사전에 입력하는 방식이 아니라 데이터로 진행되는 것을 보고 해법을 찾게 됐다.

    그는 "대학원 기간 동안 이미지 인식분야와 관련된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운이 좋게 '딥러닝'이라는 기술이 대중에서 공개됐다"며 "바로 이 기술이 엄청난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즉 그간 대학원에서 이미지 인식분야를 관심 깊게 살펴봤던 만큼 이 기술이 가진 한계점을 잘 알고 있었고, 딥러닝이 이 기술의 한계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됐다는 설명이다. 

    백 의장은 "딥러닝을 알게 된 이후 그동안의 방식을 다 버리고, 딥러닝을 오랫동안 연구하지는 않았지만, 지금이라도 빨리 우리 방식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이때가 2012년 말~2013년 초 루닛을 창립할 시기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후 이 생각 하나로 2013년 8월에 루닛 법인을 설립했다. 갑자기 의료 분야에 뛰어든 만큼 기초적인 공부부터 시작해 팀 내부와 투자자들의 설득도 필요했지만, 다행히 잘 넘어갔다"며 "의료 지식이 고도화하는 단계에서는 전문성이 없다는 한계에 부딪혀 처음으로 고용했던 의사가 현재 서범석 대표이사다"라고 부연했다. 

    창립 5년 이후 백 의장은 의학 전문성과 비즈니스 마인드를 겸비한 인물이 대표직에 오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서 대표이사를 신규 선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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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출 10조 루닛' 이끌 사외이사 영입에 나선 백승욱 의장

    서범석 대표이사를 신규선임한 이후 백 의장은 "제품 개발의 전반적인 부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제 서 대표를 서포트하는 역할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백 의장은 신사업 개발 업무를 도맡았던 루닛 케어라는 팀이 별도의 법인으로 분리된 이후 이사회 의장으로서 상장사 이사회 운영을 책임지며, 현재는 사외이사 자리에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네트워킹이라든지 아니면 이사회 내부에 필요한 위원회 세팅 업무 등을 진행하고 있다. 

    루닛의 조금 특이한 점이 있다면 모든 이사회가 영어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백 의장은 영어로 이사회를 운영해야 향후 사외이사분들을 모실 때도 훨씬 더 풀이 넓어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모든 이사회를 영어로 진행하고 있다.

    현재 루닛에 사외이사는 총 4명으로 백승욱의장과 서범석 대표, 정남이 사외이사, Garheng Kong이다. 

    백 의장은 "Garheng Kong은 HealthQuest Capital에서 근무하며 미국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주요 이해관계자들과의 네트워크도 엄청 좋다"며 "그러다 보니 연결이 필요하거나 미국에서의 전략 등을 문의할 때 수준 높은 답변들이 돌아오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남이 이사는 아산나눔재단 상임이사이시다. 루닛이 창업을 하고 처음 사무실을 구할 때 역삼동에 위치한 '마루180'이라는 스타트업 창업 교육 기관이 있었는데, 그때 처음 알게 된 이후 비즈니스적으로 함께 하게 됐다"며 "향후 다양한 국가에서 사외이사를 선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 의장은 "굵직한 주제들이 많아 보이지만,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놀라운 아이디어는 없다"며 " 향후 10년 계획은 루닛이 오랫동안 고민했던 부분들을 암이라는 주제로 묶었고, 이미 시장 조사와 일부 파일럿이 진행된 것들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손익분기점)BEP에 대해서는 "BEP달성 전략 같은 경우 사실 과거랑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며 "매출을 거의 매년 더블링에 가깝게 성장시켜 나가겠다는 전략이다"라고 부연했다.

    루닛은 10년 계획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루닛은 인수합병(M&A)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