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주공10단지, 잇단 유찰에 삼성물산만 참여 '수의계약'여의도공작, 2차입찰 예고…노량진1구역, 무응찰로 재공고 고금리·공사비 인상 등 업계불황 탓 선별수주 기조 심화
  • ▲ 서울 아파트 전경. ⓒ뉴데일리DB
    ▲ 서울 아파트 전경. ⓒ뉴데일리DB
    공사비와 금융비용 증가로 인해 건설사들이 주택정비사업 신규수주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애초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던 다수 사업장이 시공사선정을 앞두고 수의계약방식으로 전환될 것으로 점쳐진다.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경기 과천주공10단지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삼성물산과 수의계약을 통해 사업을 추진할 전망이다.

    지난 14일 시공사선정 입찰이 마감됐지만 응찰한 건설사는 삼성물산이 유일했다. 당초 DL이앤씨와 롯데건설 등도 그간 수주의사를 보였지만 결국 입찰에 참가하지 않았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 제29조 '계약의 방법 및 시공자 선정 등'을 보면 조합이 시공권 계약을 체결하려는 경우 일반경쟁에 부쳐야 한다.

    다만 2회이상 경쟁입찰이 유찰됐을 때 조합은 수의계약방식으로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다. 현재 과천주공10단지 경우 지난달말에 이어 이달 시공자선정 입찰이 두차례 유찰된 상태다.

    과천주공10단지 조합은 관련법령과 조합규정에 따라 삼성물산을 시공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내달말로 예정된 총회에서 해당안건을 표결에 부칠 계획이다.

    과천주공10단지 조합측은 "삼성물산을 시공자로 선정하는 안건이 현재 이사회를 통과했고 오늘 대의원회에서도 논의될 예정"이라며 "모두 통과돼 총회 안건으로 상정되면 표결에 부쳐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1호' 재건축으로 꼽히는 공작아파트도 시공자선정을 위한 2차 입찰에 나선다. 앞서 9월 진행한 입찰은 대우건설만 참여의향서를 제출해 유찰된 바 있다.

    공작아파트 역시 또한번 유찰이 발생하면 과천주공10단지와 마찬가지로 수의계약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공작아파트는 포스코이앤씨와 대우건설간 수주전이 예상됐지만 포스코 측이 '여의도 한양아파트'로 관심을 돌리면서 경쟁국면에 변화가 생겼다.

    동작구에서 진행중인 노량진뉴타운 정비사업장내 규모가 가장 큰 노량진1구역도 수의계약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날 시공사선정 입찰이 오후 2시로 마감되지만 응찰에 나선 건설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조합규정에 의하면 입찰제안서를 제출하려는 업체는 마감 이틀전까지 조합측에 입찰보증금을 납입해야 한다.

    노량진1구역 조합측은 "18일까지 입찰보증금을 낸 건설사는 한 곳도 없었다"며 "입찰이 마감되는 대로 이사회를 소집해 재공고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했다.

    애초에 노량진1구역은 9000여가구 대단지가 들어서는 노량진뉴타운내 '알짜사업지'로 꼽히며 업계의 큰 관심을 받았다.

    뉴타운 8개 구역중 사업면적이 가장 크고 수도권지하철1·9호선 노량진역과 7호선 장승배기역이 인접한 '역세권'으로 입지적 장점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9월 진행한 현장설명회에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 △포스코이앤씨 △호반건설 △금호건설 등 7개 건설사가 참석해 수주전 열기를 실감케 했다.

    그러나 삼성물산과 GS건설 '2파전'으로 흘러가는 양상을 보이다 양사 모두 1차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 ▲ 서울의 한 공사 현장. ⓒ뉴데일리DB
    ▲ 서울의 한 공사 현장. ⓒ뉴데일리DB
    올해 수도권에서 정비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됨에 따라 사업성이 우수하다고 평가되는 정비사업장 경우 건설사들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다.

    하지만 고금리와 공사비 인상 등으로 인해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고 주택시장도 침체돼 건설사들이 선별수주 기조로 노선을 변경하고 있다.

    대형건설A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실제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공사비 인상으로 인한 이슈가 가장 크다"며 "원자잿값은 계속 상승하고 있지만 공사비를 두고 조합과 건설사측 이견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입찰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설사별로 분양에 좀 더 집중하는 곳도 있고 각자 사정은 다 다를 것"이라면서도 "다만 공사비외에도 여러가지 시장상황 등 사업성을 고려해 선별수주 기조로 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부연했다.

    일각에서는 수의계약방식이 조합원들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의계약은 경쟁입찰로 인한 불필요한 절차가 축소돼 사업속도가 빨라질 수 있지만 동시에 사업제안이 건설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첫삽을 뜬 서초구 한강변 대단지 아파트인 '반포주공1단지 3주구'는 2018년 시공자선정 입찰이 유찰된 끝에 HDC현대산업개발과 수의계약으로 시공권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조합은 HDC현대산업개발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전환해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특화설계 무상제공 내용이 빠지고 공사범위가 누락되는 등 갈등을 겪었다.

    결국 공사비 갈등까지 맞물려 조합은 HDC현대산업개발과 시공권 계약을 2019년 취소했고 이듬해 삼성물산을 새시공자로 선정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 시공권을 수의계약방식으로 체결하면 조합원 입장에서 경쟁방식 때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받을 가능성이 줄어든다"며 "선택권이 없기 때문에 시공자가 제시하는 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결국 정비사업 주도권이 시공자 쪽으로 넘어갈 공산도 커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수의계약을 맺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정도로 건설사들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고금리나 공사비 인상, 시장침체 등 업계 불황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방증"이라며 "분양경기 따라서 정비사업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같은 상황은 한동안 계속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