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5억원 이상 슈퍼카 전년 대비 28% 증가슈퍼카 브랜드 국내 판매, 라인업 확대 양상 뚜렷준 프리미엄급 브랜드 상대적 약세, 양극화 국면
  • ▲ 롤스로이스는 브랜드 최초 전기차 스펙터를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초로 국내에 공개했다 ⓒ뉴데일리
    ▲ 롤스로이스는 브랜드 최초 전기차 스펙터를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초로 국내에 공개했다 ⓒ뉴데일리
    1억원대를 훌쩍 넘어서는 고가 수입차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슈퍼카 브랜드들이 국내 소비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저변을 점차 확대하는 추세다.

    20일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1억원 이상 수입차는 7만1899대로 전년 대비 20%가량 늘었다. 2022년 수입차 판매량이 28만3435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4대 중 1대는 1억원이 넘는 차량이었다는 의미다.

    1억원대 고가 수입차가 늘어난 배경은 이른바 ‘카플레이션’과 전기차 증가세로 풀이되지만, 슈퍼카는 또 다른 영역이다. 지난해 1억5000만원 이상 수입차 판매량은 2만4356대로 2021년 대비 27% 증가했다. 국내시장이 고가일수록 더 잘 팔리자 슈퍼카 브랜드들도 소비자들과 접점을 늘리는 모습이다. 

    차 가격이 기본 5억원대를 넘는 롤스로이스 판매량은 지난 3년간 약 45% 증가했다. 지난해 판매량은 총 234대로, 한국은 롤스로이스 글로벌 5대 시장으로 성장했다. 브랜드 최초 전기차 스펙터를 아태지역 최초로 국내에 공개함과 동시에 프라이빗 오피스 개관을 예고하며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벤틀리는 지난해 국내 판매량이 775대로, 2021년 기록한 506대보다 53% 늘어났다. 이는 아태지역 중 가장 높은 성과로, 대표 모델인 플라잉스퍼는 국내서 누적 판매 2000대를 돌파했다. 벤틀리는 국내에 벤틀리타워를 구축하고 오너들을 위한 ‘익스피리언스 라운지’와 라이프스타일 프로그램 ‘서울 멤버십’을 마련하며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람보르기니도 판매량이 403대로 전년 대비 14% 증가하며 뚜렷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SUV 모델인 우루스가 309대로 실적을 견인했다. 올해 국내에서 론칭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레부엘토는 사전계약으로만 2025년까지 물량이 완판됐다.

    페라리는 로마 스파이더를 아시아 최초로 국내에서 공개했고, 맥라렌도 4억원대 슈퍼카 750S를 국내에서 공개하며 접점을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로터스가 플래그십 쇼룸 오픈과 함께 전기 SUV 엘레트라를 선보였다.

    슈퍼카 브랜드들은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전동화 방향성을 담은 모델을 출시하는 등 친환경성과 고성능을 모두 대응하는 추세다. 롤스로이스 스펙터와 람보르기니 레부엘토, 맥라렌 아투라와 로터스 엘레트라가 이를 충족하는 사례다.

    일상영역에서 활용도가 높은 SUV 모델을 비롯해 실내 편의성과 실용성을 앞세우는 것도 슈퍼카 브랜드들의 고민과 방향성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앞서 포르쉐가 4도어를 갖춘 파나메라와 카이엔 등 SUV 판매로 대중성과 수익성을 모두 얻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카이엔은 올해 상반기 기준 포르쉐코리아 판매 절반을 차지하는 볼륨 모델로 거듭났다.

    슈퍼카 브랜드들의 호황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진다. 평균 출고 기간이 3년 가까이 걸리지만, 예약대기 순번까지 받은 고객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슈퍼카 브랜드 CEO들이 국내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직접 방한해 오너들의 피드백을 받는 사례도 다반사다.

    한편, 내년부터 8000만원 이상 법인차에 연두색 번호판이 도입되더라도 판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미 대부분의 고가 수입차가 법인 명의로 판매되고 있고, 번호판 부착이 구매를 사전에 차단하는 실질적 규제도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판매된 1억원 이상 수입차 중 법인 명의는 66%를 차지하며, 1억5000만원 이상 수입차 법인구매 비중은 78%에 달한다.

    자동차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국면에 슈퍼카 시장의 호황은 더욱 눈에 띄는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금리와 경기침체로 자동차 시장이 대체로 위축됐지만, 고가의 슈퍼카는 무풍지대”라며 “상대적으로 개인 구매가 많은 준프리미엄 브랜드들의 판매량은 감소하는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