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호시절' 끝물상생금융 분담, 홍콩ELS 손실 등 악재 첩첩글로벌 이익 확대 관건… "비중 20% 이상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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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2~3년간 역대급 실적을 거둔 은행권이 내년 걱정이 한참이다.

    대내외 악재가 산적해 리테일 중심의 국내 영업만으로는 이익 성장은 커녕 현상 유지조차도 쉽지 않을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사실상 카운트다운에 돌입해 고금리 '호시절'의 종말을 고하고 있고, 정부의 '상생금융' 압박은 올해 이어 내년에 본격화할 전망이다.

    여기에 '홍콩H지수 연계 ELS(홍콩ELS)' 손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당분간 투자상품 판매를 통한 비이자이익 확보도 어려워졌다. 불완전판매 논란도 이어지고 있어 손실이 확정되면 최악의 경우 조단위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하다.

    유일한 돌파구로 글로벌 실적에 몰두할 방침이지만 지주별로 이익규모가 수천억원대에 불과해 당장의 실적을 견인하기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국내은행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19조 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4조 1000억원) 대비 38.2%(5조 4000억원) 늘었다. 

    은행권은 지난해 역대 최대인 연간 18조 5000억원 순이익을 거뒀는데, 올해는 9개월 만에 작년 총 순이익 규모를 훌쩍 뛰어넘었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져 누적 이자이익(44조 2000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9%(3조 6000억원) 증가했고, 비이자이익(4조 6000억원)도 같은 기간 무려 177%(3조원) 급증했다.

    매년 실적 기록을 경신해 왔던 은행들이지만, 내년 전망에 대해선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고금리 시대의 종말이 눈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의 상생금융 압박, 홍콩ELS 사태로 인한 대규모 손실 인식 등 악재가 겹겹이 쌓여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오는 12일(현지시각)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연다. 이번과 내년 1월 회의까진 금리 동결(5.25~5.50%)이 유력하지만, 시장에선 내년 3월 회의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실제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내년 3월 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0.25%포인트(p) 내릴 가능성이 43.8%에 달한다.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 돈잔치' 발언으로 촉발된 상생금융 이슈는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미 올 상반기 수 천억원대 상생 방안을 내놓은 은행권이지만, 최근 대통령의 '은행 종노릇' 비판을 계기로 이번엔 무려 2조원대 지원책을 준비 중이다.

    특히 은행권은 정부의 오락가락 가계대출 정책으로 인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가계부채 증가 우려로 대출 영업을 자제할 것을 주문하면서도 상생 차원에서 대출금리는 올리지 못하게 해 주수입원인 예대마진 확보가 더욱 힘들어졌다.

    여기에 내년 조단위 투자자 손실이 유력한 홍콩ELS 사태는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다. 주요 판매사인 은행들이 불완전판매 지적을 받으면서 투자자 손실의 대부분을 보전해줘야 할 것으로 보여 이익 축소가 불가피하다. 아울러 투자 상품 판매 저조로 인한 비이자이익 감소는 덤이다.

    당장 내년부터 은행권 실적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우자 금융권 내에선 은행들이 해외 실적 향상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주요 은행들의 해외법인 순익은 전체 순익의 5~15% 수준에 불과해, 이를 20% 이상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3분기 누적 기준 글로벌 순이익 규모가 가장 큰 하나은행(4049억원)의 경우 전체 이익에서 글로벌 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 정도다. 신한은행(4015억원)과 우리은행(2852억원)은 10%대, KB국민은행(1475억원)은 5%대에 그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들도 글로벌 강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10월 '글로벌 경쟁력 강화 전략'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어 '2030년 글로벌 당기순이익 비중 25% 달성' 목표를 밝혔고, 이를 위해 내년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상반기에만 총 5억달러(675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4대 은행 중 글로벌 비중이 가장 작은 KB국민은행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인도네시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거액의 손실이 발생한 현지 부코핀은행의 정상화가 진행 중이며, 최근엔 사명을 'KB은행'으로 변경하는 등 현지 영업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밖에 금융당국도 은행권의 해외 진출에 대해선 규제를 풀어주는 등 적극 독려하는 모습이다. 최근 금융지주 소속 해외 현지법인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 규제를 개선했고, 금융사의 해외지점 및 사무소 설치, 투자 관련 신고 의무도 대폭 간소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