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10개월 만에 임직원 대담 '브라이언톡' 진행확장 중심의 경영 및 투자 전략, 기업문화 등 원점 재검토"과거와 이별하고 새로운 카카오로 재탄생해야"
  • ▲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카카오
    ▲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카카오
    "카카오라는 회사 이름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겠습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가 새로운 카카오를 위해 사명 변경까지 바꾸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최근 불거진 사법리스크와 경영진 및 노조와의 갈등으로 막다른 길에 몰린 회사를 살리기 위한 최후통첩으로 풀이된다.

    김 창업자는 1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본사에서 진행된 직원 간담회 '브라이언톡'을 진행했다. 2년 10개월 만에 임직원 대담에 나선 그는 과거와 이별하고 새로운 카카오로 재탄생해야 한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김 창업자는 "기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카카오를 설립해 크루(직원)들과 함께 카카오톡을 세상에 내놓은 지 14년이 되어간다"며 "불과 몇 년 사이에 골목상권까지 탐내며 탐욕스럽게 돈만 벌려한다는 비난을 받게 된 지금의 상황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김 창업자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이 되고자 했으나 지금은 카카오가 좋은 기업인지조차 의심받고 있다"며 "우리가 만들려는 '더 나은 세상'에 대해 기대보다는 우려가 커지고, 삐그덕대는 조짐을 끓는 물속의 개구리처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카카오는 임직원이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택시 매출을 과대 계상한 혐의로 감리에 들어간 상태다. 이와 함께 구원투수로 영입된 김정호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 겸 준법과신뢰위원회 위원이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회사 내부 비리를 폭로하면서 내부 갈등도 불거졌다. 노조 역시 카카오 경영진들의 내부 견제가 없는 독단적 의사결정 구조를 비판하고 나선 상태다.

    김 창업자는 "성장 방정식이라고 생각했던 그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저는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며 "카카오와 계열사는 스타트업이 아닌 재계 서열 15위인 대기업으로, 이해관계자와 사회의 기대와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카카오의 근본적 변화를 시도해야 할 시기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배를 건조하는 마음가짐으로 과거 10년의 관성을 버리고 원점부터 새로 설계해야 한다는 것. 

    김 창업자는 "지금 이 시점에 카카오가 사회와 이해관계자들의 기대와 눈높이를 맞추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부분적인 개선과 개편으로는 부족하다"며 "과거와 이별하고 새로운 카카오로 재탄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 창업자는 우선 계열사별 일괄적인 자율경영 방식 및 투자와 스톡옵션과 전적인 위임 등에서 탈피할 방침이다. 확장 중심의 경영전략을 리셋하고 기술과 핵심 사업에 집중하는 전략도 진행한다. 그룹 내 거버넌스 역시 느슨한 자율 경영 기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카카오로 가속도를 낼 수 있도록 구심력을 강화하는 구조로 개편할 방침이다.

    기업 문화 역시 기존 영어 이름 사용, 정보 공유와 수평 문화 등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새로운 카카오를 이끌어갈 리더십을 구성하기 위해 내년부터는 모든 쇄신의 진행상황을 직원들에게 공유하기로 했다.

    김 창업자는 "우리에겐 시간이 많지 않기에 지체하지 않고 새로운 카카오로 변화를 시작하려고 한다"며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으며 희생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카카오와 계열사 크루 여러분들이 함께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역설했다.

    이어 "지금의 이 힘든 과정은 언젠가 돌아보면 카카오가 한 단계 더 크게 도약하는 계기로 기억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모바일 시대에 사랑받았던 카카오가 AI 시대에도 다시 한번 국민들에게 사랑받고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주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