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00곳이상 줄폐업…'시평 75위' 대우산업개발 회생절차 돌입미청구공사액 1년만 6.92% 급증…'외상공사 1위' HJ중공업, 35.1%매출대비 미청구공사 비율 아직은 안정권 평균 10.9%…부실기준 25%부채비율 위험수준 1위 HJ중공업 906%…조선·건설시장 줄침체 '악재'신세계건설 미분양리스크 탓 재무구조 악화…부채율 1년만 2배 껑충
  • ▲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잊을만 하면 나오는 위기론인데 이번엔 진짜 힘들다."(중견건설사 관계자)
    고금리와 자금조달 경색, 주택시장 침체 등 악재가 장기화하면서 건설업계내 위기감이 팽배해 지고 있다. 

    '경남 8위' 남명건설 등 올해만 건설사 500곳이상이 문을 닫았고 지난 9월엔 시공능력평가순위 75위인 대우산업개발이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줄도산 공포가 확산됐다.

    중견건설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소위 '외상공사'로 불리는 미청구공사건이 상상외로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부채 늪을 헤쳐나갈 현금동원력은 매우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15일 시평순위 20~40위 건설사중 분기보고서를 제출한 15곳 실적을 분석한 결과 미청구공사 총액은 3조1718억원으로 전년동기 2조9665억원대비 2053억원(6.92%) 증가했다.

    해외사업이 대부분인 삼성엔지니어링(1조4836억원)을 제외하고 미청구공사 액수가 1000억원이상인 건설사는 △KCC건설 2487억원 △동부건설 2407억원 △HJ중공업 2128억원 △HL디앤아이한라 1725억원 △금호건설 1415억원 △SGC이테크건설 1244억원 △한신공영 1072억원 △두산건설 1008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전년대비 미청구공사 증가율은 HJ중공업이 35.1%로 가장 높았고 △HL디앤아이한라(32.9%) △서희건설(27.2%) △금호건설(17.7%) 등이 뒤를 이었다.

    미청구공사비는 건설사가 발주처로부터 아직 지급받지 못한 공사금액으로 '외상 공사비'로도 불린다. 보통 건설사는 공정률에 따라 기성금을 받는데 만약 공사진행보다 공사비 회수가 늦어지면 미청구공사로 구분한다. 

    미청구공사는 재무제표에선 자산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공사비 회수가 지연될 경우 고스란히 손실처리돼 부실위험이 큰 자산으로 본다. 요즘처럼 자잿값과 인건비가 올라 계획보다 공사비가 많이 투입됐거나 공사기간이 길어지면 미청구공사 발생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중견사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부문에선 조합과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되거나 미분양물량이 발생하면 미청구공사액이 증가한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지금처럼 시장상황이 좋지 않은 시기엔 미청구공사가 실제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미분양으로 인해 발생한 미청구공사액은 할인분양 등 추가마케팅으로 인한 손실이 더해져 중견사 재무건전성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 서울아파트 단지 전경. ⓒ뉴데일리DB
    ▲ 서울아파트 단지 전경. ⓒ뉴데일리DB
    다만 매출대비 미청구공사 비율은 아직까진 대부분 안정권을 유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통 이 비율이 25%를 넘어가면 부실위험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분석대상 건설사 매출대비 미청구공사 평균비율은 10.9% 수준으로 나타났다. 부실기준인 25%를 넘긴 곳은 없었고 △삼성엔지니어링 19.0% △동부건설 17.5% △KCC건설 16.8% △HJ중공업 15.2% △HL디앤아이한라 15.1% 등이 평균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늘어난 빚도 중견사들을 짓누르고 있다. 통상 재무건전성 지표인 부채비율은 100~150%를 안정권으로 본다. 200%이상은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음을 의미한다.

    분석대상 건설사 가운데 부채비율이 위험수준인 곳은 △HJ중공업 906% △신세계건설 468% △두산건설 385% △HL디앤아이한라329% △한신공영 247% △금호건설 241% △동부건설 206% 등으로 확인됐다.

    건설과 조선부문 실적이 함께 잡히는 HJ중공업은 원가율 상승에 따른 주택사업 수익성 하락과 조선사업 부진 여파로 부채비율이 1년새 439%p나 뛰었다. 신세계건설도 미분양리스크가 커지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돼 부채비율이 256%에서 468%로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중견사들의 현금동원력도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어 보인다.

    회사 대금지급 능력을 보여주는 재무건전성 지표인 유동비율 경우 안정권 기준 200%이상인 곳이 15곳중 동원개발(384%)과 동양건설산업(317%) 2곳에 불과했다.

    그외 중견사들은 △아이에스동서 164% △KCC건설 151% △삼성엔지니어링 140% △동부건설 138% △한양 134% △서희건설 130% △금호건설 120% △SCG이테크건설 119% △HL디앤아이한라 101% 순으로 조사됐다.

    특히 △신세계건설 82% △HJ중공업 81% △두산건설 73% 등 3곳은 유동비율이 100%에도 못미쳐 유동성 리스크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경기는 내년 2분기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침체기에 진입할 것"이라며 "미분양 사업장을 정리하고 선별분양을 통해 현금유동성을 높여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분석대상 기업은 △서희건설 △금호건설 △동부건설 △아이에스동서 △KCC건설 △한신공영 △HL디앤아이한라 △동원개발 △신세계건설 △삼성엔지니어링 △SGC이테크건설 △두산건설 △동양건설산업 △HJ중공업 △한양 등 15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