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진료 후 6개월간 모든 질환서 비대면 허용 휴일·야간에 나이 제한 없이 초진 풀려의원 원장들, 정부 주도 '일방적 시법사업' 확대 지적 각과 의사회 중심으로 '보이콧'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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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건복지부
    정부가 비대면진료의 허용 범위를 대폭 확대했고 이에 반발한 개원가 원장들이 사업참여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각 과별 의사회 주도로 보이콧 선언이 이어질 경우 반쪽짜리 시범사업으로 전락할 우려가 커진다. 

    15일 의료계와 정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보완방안이 시행된다. 6개월 내에 대면 진료를 한 적이 있다면 모든 질환에 대해 비대면진료가 가능하고 휴일·야간에는 나이 제한 없이 초진까지 풀린다. 

    기존 ▲섬·벽지 등 의료기관 부족 지역 거주자 ▲노인 장애인 등 거동 불편자 ▲감염병 확진 환자에 한해 허용했던 초진 비대면진료를 전향적으로 확대한 것이 이번 대책이 핵심이다. 

    그러나 비대면진료를 시행하는 주체인 의원급에서 반대 의견을 표명한 상황으로 원활한 시행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의사가 비대면진료가 부적합한 환자라고 판단해 비대면진료를 하지 않더라도 의료법상 진료거부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복지부 역시 보완방안을 발표하며 "환자의 요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전적으로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 은평구 소재 내과 A원장은 "대면 원칙을 근간으로 진료를 봐야하며 비대면진료는 보조적 수단에 불과한 것"이라며 "갑자기 대상과 기준을 대폭 확대한 것은 부작용을 방조하는 것이기 때문에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 소재 정신건강의학과 B원장 역시 "대화만으로 진료를 이어가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며 "비대면진료를 하지않고 환자별로 타당한 처방을 이어갈 수 있도록 시간을 더 들여 진료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일선 개원가에서는 정부의 시범사업 보완방안이 성급한 결정이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비대면진료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의료계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 갈등이 원인이 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는 전날 긴급회의를 열어 "국민의 건강권과 직결되는 비대면 진료 제도시행에 있어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은 시범사업의 확대는 국민의 건강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며 그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반발했다. 

    의협은 비대면 진료 5가지 대원칙(대면진료 원칙, 비대면 진료는 보조 수단으로 활용, 재진환자 중심 운영, 의원급 의료기관 위주 실시, 비대면진료 전담의료기관 금지)을 준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약사회의 경우는 전화진료를 통한 비대면진료를 금지하고 탈모약, 비만약, 여드름약 등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의약품들을 비대면처방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김동석 대한개원의협회장은 "정부가 비대면진료 확대와 관련 직접적 이해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어보지도 않고 일방적 확대방침을 발표한 것"이라며 "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기에 정부에 당장 시행하는 것만이라도 멈춰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무리하게 확장된 비대면진료 시행 후 발생할 오진 등 여러 부작용을 방어할 구조가 형성되지 않았음을 회원들에게 알릴 방침"이라며 "비대면진료 거부는 국민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내과의사회,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등 다수의 개원의사회 역시 동일한 판단을 내리고 있으며 비대면진료 위험성을 권고하는 형태에서 나아가 보이콧까지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