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당 이주비 5억·개발이익 7억 파격조건 제시용적률 87% 사업성 높지만 입지·교통인프라 애매인근단지 59㎡ 6억대 고분양가 논란…가성비 관건
  • ▲ 안산주공6단지 전경. 사진=박정환 기자
    ▲ 안산주공6단지 전경. 사진=박정환 기자
    올해 도시정비 수주전 대미를 장식할 '안산주공6단지' 주택재건축사업에 업계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우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특화설계와 하이앤드 브랜드를 내걸고 사활을 건 수주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현상황을 고려하면 양측간 치열한 경쟁이 자칫 치킨게임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안산주공6단지 재건축은 최고 5층, 17개동 590가구 규모 준공 36년차 노후단지를 최고 36층, 9개동 1017가구로 탈바꿈시키는 프로젝트다. 추정 공사비는 2800억~3000억원이다.

    대우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간 2파전 구도로 이달 23일 소유자 전체회의를 거쳐 시공사를 최종선정할 계획이다.

    수주전 막바지에 접어든 20일 단지주변에서 만난 주민들은 두 건설사간 경쟁양상을 두고 '기대반 우려반' 반응을 보였다.

    단지에 10년째 거주중이라고 밝힌 A씨는 "소유주 입장에선 건설사들 경쟁이 치열할수록 사업조건이나 단지 이미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다만 요즘 시장분위기가 뒤숭숭해 건설사들이 약속했던 사업조건을 지킬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또다른 주민 B씨는 "재건축 추진초기만 해도 분위기가 이정도까지 달아오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경쟁이 너무 치열한 곳은 절차지연 등 꼭 탈이 나던데 시공사선정에 이어 사업시행인가까지 문제 없이 진행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 시공사 선정 전체회의를 알리는 현수막. 사진=박정환 기자
    ▲ 시공사 선정 전체회의를 알리는 현수막. 사진=박정환 기자
    대우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제시한 사업조건들은 서울 강남이나 여의도 핵심사업지를 방불케 한다.

    우선 대우건설은 △가구당 5억원 이주비 △사업비 전체조달 △소유주 이주비 LTV 150% △대물변제 △입주후 2년간 분담금 납부유예 △한국부동산원 공사비 검증결과 100% 수용 등 사업조건을 제시했다.

    이에 맞서 포스코이앤씨는 △가구당 7억2000만원 개발이익 △필수사업비 및 이주비전액 책임조달 △착공후 17개월간 공사비 유예 등을 내걸었다.

    두 회사는 안산주공6단지 사업성에 주목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단지는 용적률이 87%에 불과해 재건축시 일반분양 물량을 다수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합 계획대로 36층 1017가구로 재건축할 경우 일반분양률이 42%에 달해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주변에 구축아파트가 많아 재건축 호재가 예정된 것도 메리트로 꼽힌다.

    단지 인근 M공인 관계자는 "사업지 주변 주공 5·7·8·9단지를 비롯해 중앙역 인근에만 준공 30년이 넘은 노후구축단지들이 상당히 많다"며 "그동안 안산이라고 하면 낙후지역 이미지가 강했지만 재건축사업들이 본궤도에 오르면 지역 분위기도 180도 바뀔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현재처럼 시장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 출혈경쟁을 감수할 정도 사업지인지는 물음표가 붙는다. 다소 애매한 입지와 교통인프라 탓에 추후 분양시 흥행을 장담하기 힘든 까닭이다.

    가장 가까운 수도권지하철 4호선 중앙역이 도보 20~25분 거리로 역세권 단지라고 하기엔 다소 부담스럽고 특히 역사까지 크고 작은 횡단보도가 4개나 있어 소요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 마을버스를 이용시 15분내로 역사까지 이동이 가능하다.

    서울 출퇴근도 쉽지 않아 보인다. 대중교통 이용시 시청·광화문 등 도심까지 90분이상이 소요된다. 다만 직장이 강남권인 경우 출퇴근시간이 60분 안팎으로 줄어 고려해볼만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초·중·고교와 학원가, 상업시설이 몰린 안산중앙역 로데오거리가 도보권이고 단지 바로 서쪽에 안산중앙공원이 위치한 것은 강점이다.

    지역 분양시장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최근 안산에 2년만에 분양한 '롯데캐슬 시그니처 중앙'이 255가구 모집에 3333명이 몰리면서 평균경쟁률 13.07대 1을 기록, 전타입 마감에 성공했다.

    하지만 서울에서도 미계약 물량 속출로 인한 '줍줍'이 빈번한 만큼 실제 완판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E공인 관계자는 "안산은 자녀를 둔 3~4인 가구가 많고 중소평형대 신축수요도 어느정도 있는 편"이라며 "안산주공6단지보다 지하철역과 가까운 '롯데캐슬 시그니처 중앙' 경우 59㎡ 기준 6억원 초중반대 가격에도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던 만큼 분양시점 가성비에 따라 흥행 여부가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 ▲ 안산주공6단지 주변 구축 단지들. 사진=박정환 기자
    ▲ 안산주공6단지 주변 구축 단지들. 사진=박정환 기자
    양사가 리스크를 떠안고 출혈경쟁을 벌이는 데에는 각자의 사정이 있다.

    대우건설에게 안산은 남다른 의미가 있는 지역이다. 2001년 '안산 푸르지오 1차'를 시작으로 총 18개단지 2만여가구를 공급하며 터줏대감 노릇을 해왔기 때문이다.

    '푸르지오' 브랜드타운 조성이라는 목표로 '안산주공6단지' 수주에도 일찌감치 공을 들여온 터라 한발짝도 물러날 수 없는 상황이다.

    안산시 첫 진출인 포스코이앤씨도 올해 도시정비 1위 타이틀을 쥐려면 이번 재건축 수주가 필수다.

    현재 포스코이앤씨 누적수주액은 4조3158억원이다. 2위 현대건설이 4조1813억원으로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만약 현대건설이 오는 30일 '평촌 공작부영아파트 리모델링'(2700억원)을 수주하면 순위가 뒤바뀐다. 특히 해당사업은 수의계약으로 진행돼 현대건설 수주가 확실시되고 있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수익성이나 주변 개발호재 등을 고려하면 안산주공6단지가 알짜사업지인 것은 맞지만 요즘 같은 시장분위기에 1군건설사 2곳이 진흙탕 싸움을 벌일 만큼 메리트가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서울 강남이 아닌 이상 결국 저렴한 공사비 등 가성비가 승부를 결정지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어 "다만 수주를 위해 공사비를 너무 낮게 후려쳤다가 추후 자잿값 인상으로 인한 비용상승, 조합과 갈등 같은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