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1975년부터 12년 간 3500명 강제 수용법원 "형제복지원 피해자 26명에 145억 원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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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뉴데일리DB
    부량인을 선도한다는 명분으로 불법 감금과 강제노역을 자행했던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을 법원이 처음으로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한정석 부장판사)는 21일 하모씨 등 2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각 원고에게 수용기간 1년당 8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원고들이 청구한 203억 원 가운데 145억8000만 원을 인정했다. 1심 판단에 따르면 피해자인 원고 26명에 대한 손해배상금은 1인당 8000만 원에서 최대 11억2000만 원까지로 산정됐다. 

    재판부는 "대한민국은 내무부 훈령에 따라 원고들을 단속하고 강제 수용했지만 이는 ▲법률유보 ▲명확성 ▲과잉 금지 ▲적법절차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한 위헌·위법적 훈령"이라며 "이에 따라 강제 수용된 점도 위법한 조치"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위자료 산정의 근거에 대해 ▲원고들이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은 점 ▲원고들 상당수가 미성년자로 학습권이 침해당한 점 ▲ 유사 인권 침해행위 억제·예방의 필요성이 큰 점 ▲35년 간 배상이 지연된 점 ▲피고의 관리·감독 소홀과 시간 경과로 인한 증거 소실의 점 ▲장기간 명예가 훼손되고 피해 회복도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들었다.

    이어 정부가 원고들의 손해배상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한 점에 대해서는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에 해당한다"며 "이 경우 법리에 따르면 장기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부량인 선도를 명분으로 설립된 민간 사회복지법인 형제복지원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12년 간 일종의 수용시설로 운영됐다. 형제복지원은 부산시와 부랑인 수용 보호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부랑인으로 지목된 사람들을 강제 수용했다.

    해당 시설에는 3만8000여명이 강제 수용됐고 일부는 강제 노역에까지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성폭행과 구타 등의 의혹도 제기됐다.

    복지원 기록에 따르면 확인된 사망자만 513명에 달하고 일부 시신은 암매장돼 정확한 위치 파악조차 어려운 상태다.

    형제복지원 원장 박인근씨는 1989년 대법원에서 불법 감금 등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은 박씨의 행위가 정부 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형법 제20조('법령에 의한 행위나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를 적용해 무죄 판단했다.

    이에 원고들은 지난 2021년 12월 국가를 상대로 총 203여억 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