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첫 공모 출신 센터장…최근 개소한 용산WM센터장 발령하나증권 최초 男업무직원 입사, 영업직 전환으로 PB 첫발철저한 시나리오·탐방 기반 투자로 나홀로 플러스 수익 '두각'
  • ▲ 김대현 하나증권 용산WM센터장 ⓒ서성진 기자
    ▲ 김대현 하나증권 용산WM센터장 ⓒ서성진 기자
    <편집자주>
    [진격의 PB]는 잘나가는 증권사 현직 프라이빗뱅커(PB)들을 찾아 그들의 영업 및 투자 노하우를 들어봅니다. PB들이 인정하는 진짜 PB, 그들의 역사와 그 시간들을 통해 쌓아온 '한끝' 있는 노하우 보따리를 풀어봅니다. 

    하나증권이 최근 서울시 용산역 인근에 용산WM센터를 새로 열었다. 하나은행 용산PB센터와의 복합점포로, 증권과 은행을 아우르는 원스톱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최근 증권업계가 지점 통폐합 등 효율화에 나선 가운데 하나증권이 용산에 신규 지점을 개소한 건 강북권 대표 부자동네로 꼽히는 용산구가 뉴타운 재개발로 강남급 부촌으로 부상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져서다.

    야심차게 문을 연 용산WM의 첫 항해를 맡은 선장은 1981년생 김대현 센터장이다. 그는 현재 하나증권의 최연소 센터장이자, 최초 사내 공개모집을 통해 이 자리에 오른 파격 인사다. 강성묵 대표는 취임 이후 젊은 인재 등용에 힘쓰면서 올해 6월 처음으로 사내 공모를 진행했다. 김 센터장도 주변 추천을 통해 응모에 나서면서 지난 7월 서울 은평WM센터장으로 임명됐다. 은평지점과 신촌지점을 통합하고, 새로운 요충지인 용산의 시작을 닦는 개척자의 역할이 그에게 맡겨졌다.

    적지 않은 부담이 되는 이 작업이 젊은 피 김 센터장에게 맡겨진 건 저력이 느껴지는 그의 독특한 이력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2007년 하나증권 최초 남자 업무직원으로 입사한 김 센터장은 경기도 수원지점에서 근무를 시작해 2011년 영업직으로 전환됐다. 업무팀에서 투자 상담과 금융 상품 추천·판매 등 더 전문적인 영업팀으로 차출되는 것은 소위 영전으로 여겨진다. 그 인생 첫 터닝포인트였던 영업직 전환은 매순간 빛을 발했던 적극성 덕분이다.

    "돈 버는 일에 관심이 참 많았어요. 업무외 시간까지 활용해 굳이 제가 하지 않아도 될 법인영업도 해오고 그랬어요. 자기계발서 읽는걸 좋아했는데 마음에 남는 긍정메시지를 정리해서 매일 아침 회사 동료, 선후배들에게 보내기도 하고요. 수원지점 근무할 때 회사 윗층이 찜질방이었는데, 주식 투자공부를 하다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서 그곳서 자고 출근한 날도 참 많았거든요. 그래서 '집에 안 가는 애'라는 소문이 났었어요(웃음). 그런 모습들을 보신 주변 지점장님들이 제가 열심히 하는 친구라고 평가해주시면서 영업직에 발탁될 수 있었습니다."
  • ▲ ⓒ서성진 기자
    ▲ ⓒ서성진 기자
    ◆철저한 매도 시나리오로 공략…하락장서도 안정적 수익률 두각

    김 센터장은 수원지점, 명동지점에서 프라이빗뱅커(PB)로 12년간 일하면서 포트폴리오 대부분을 주식으로 채워 안정적인 수익을 냈다.

    '좋은 종목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팔자'는 지론으로 기업 탐방과 시장 분석, 스터디 활동 등 직접 발품을 팔아 꾸준히 추적 관찰하면서 성과를 거뒀다. 이렇게 발굴한 종목들은 그가 운용하는 일임형 랩(Wrap)에 담겼다. 주식 매매 수수료 대신 일정 부분의 수익을 초과해야 성과보수를 받을 수 있는 성과수수료형 서비스를 통해 수수료를 올리기 위해 고객을 이용하는 게 아닌 고객과 함께 가는 투자가 가능해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랩을 쌀 땐 언제, 어떤 종목으로 수익을 내겠다는 철저한 매도 시나리오를 세워놓습니다. 주식은 결국 누군가에게 더 비싸게 팔아 이익이 나는 싸움인데, 유리한 지점에 제가 있어야 하잖아요. 지지 않는 가격대라고 생각하면 좋은 종목은 담고, 처음 계획했던 바와 다른 모습으로 가면 어느 정목이든 정리해요. 주식 투자엔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탐방, 치밀한 기업 분석을 통해 명확한 투자만 해요. 가끔 어떤 정보가 들어오면 '이 정보가 나한테 도대체 왜 왔을까' 의심도 해보고요(웃음)."

    고객 상당수는 김 센터장이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용한 랩을 통해 자산이 불어나고 있다. 랩 종목들은 전체적인 시장과 업황, 밸류에이션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랩 서비스를 받는 고객 기준 수익률은 70%에 달한다. 지난해 하반기 대주주 반대매매 이슈로 A종목의 가격이 급락했을 때를 제외하곤 랩을 포함해 그가 운용 중인 고객 계좌는 줄곧 손실을 본 적 없다. 

    그의 주식 실력은 고객은 물론 회사 안팎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2020~2022년 하나증권 직군 전환직원 대상으로 주식투자 강사도 했다. 지난해 상반기 한 언론사 투자 대회에 출전해 코스피가 약 2700에서 2300까지 떨어지는 폭락장에서도 안정적인 매매 전략을 선보이며 참가자 중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안정적인 수익 덕분에 첫 센터장으로서 그가 지난 4개월 동안 자리했던 은평WM지점은 몇년간의 적자를 털고, 흑자를 이어갔다.

    최근 김 센터장은 내년, 내후년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감으로 30~40%가량 포트폴리오를 채워가며 적극 투자에 나서고 있다. 부동산 등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 산업 패러다임 변화로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는 섹터라는 판단에서다. 주가의 상승 요소 중 수급과 시세, 모멘텀 삼박자가 맞아야 하는데 최근 반도체 업황이 그런 분위기라고 보고 있다. 전력인프라 수혜 변압기 관련주, 고성장이 이어지는 미용의료기기와 바닥을 다지고 있는 6G 관련 기업들도 그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는 섹터다.

    "실적이 좋아지고 모멘텀이 충분한 주식을 천천히 분할매수 전략을 통해 조금이라도 싸게 매입하려고 하고 있어요. 특히 외국인 수급이 커지는 종목들 예의주시하면서요."
  • ◆"전 직원 우수직원으로…함께하는 리더십으로 이끌 것"

    고객 계좌를 꾸준히 안정적으로 불리는 PB로서의 역할에 더해 용산WM센터의 안착 과제는 그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복합점포인인 용산지점은 영업직원이 김 센터장을 포함해 7명, 비교적 젊은 층으로 꾸려진 크지 않은 점포다. 가야 할 길은 아직 멀지만 성장 잠재력 측면을 고려할 땐 젊은 리더인 김 센터장에 대한 회사 기대도 적지 않아 보인다.

    센터장실 가장 잘보이는 책장 한편엔 올해 승진자들을 대상으로 강성묵 대표가 선물했던 '인듀어런스(어니스트 섀클턴의 위대한 실패)' 책이 놓였다. 섀클턴 선장은 모두가 죽을 뻔한 극한 상황에서도 탐험대원 28명 전원을 생존 복귀시킨 인물로, 성공보다 더 위대한 실패의 대명사로 꼽힌다. 은평지점장에 발령됐을 때, 그리고 이번 용산지점 발령을 앞두고 또 한 번 이 책을 정독하며 서로를 격려했던 섀클턴의 리더십을 가슴에 새겼다고 한다.

    "신규 지점이다보니 주변에서 기대도 크고 다 잘돼야 한다고 말씀하세요. 어깨가 무겁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정말 잘되게 하고 싶어요. 전 직원 우수직원 되는 것을 목표로 직원들과 함께 시너지를 내는 센터장이 될 겁니다. 누군가 뒤쳐지면 함께 끌어주고, 부족한 부분은 또 제가 채워도 주고…. 관리형리더가 아니라 함께하는 리더로서  위대한 실패가 아니라, 위대한 성공을 이끌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