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한국경제 희망을 다시 쏜다]선박 공급자 우위 시장 속 친환경 신기술 기술경쟁 심화무인선박·방산·해양플랜트 등 강점 내세워 ‘K-조선’ 선도해운업 다운사이클…선대다변화 등으로 경쟁력강화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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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D한국조선해양
    2024년 '푸른 용의 해'가 밝았다. 새 희망을 품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 3년째 되는 해이자 여러 의미로 중요한 총선이 열리는 해이다. 한국 경제를 보면 올해도 녹록잖은 한 해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밖으로는 신냉전으로 불리는 미·중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결과에 따라 세계 경제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미 대선이 치러진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그에 따른 경제 블록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금리 인하가 기대되지만, 그 시기를 두고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린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여전한 고물가 기조와 실업 한파 우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가계대출 급증, 저출산 문제 등 풀어야 할 과제가 한가득이다. 새해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새 희망을 쏘아 올릴 성장 모멘텀은 무엇이 있는지 짚어본다. <편집자 註>

    조선·해운업계가 2024년 새해 불확실의 파고를 넘어 미래성장을 위한 발걸음을 내딛는다. 바다산업은 업종 특성상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매우 크다. 코로나19 이후 전례 없는 호황을 맞아 다진 기초체력을 기반으로, 불황에 대비한 장기성장 발판 마련에 주력할 전망이다.

    올해 조선업은 LNG(액화천연가스)·친환경 선박 발주가 계속되며 공급자 우위 시장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3년치 이상 일감을 확보한 조선 3사는 이익폭을 키우며 지난 수년간의 손실을 만회하고, 디지털 전환과 친환경 기술 확보 등 투자에 속도를 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2024년 연간 1조2469억원의 영업이익 실현에 이어 2025년 영업이익이 2조원 돌파가 예상된다. 한화오션도 올해 3964억원, 내년 6566억원 등 이익폭을 키우며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도 2024년 4693억원, 2025년 7601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낼 전망이다.

    최근 3년 가득 확보한 일감이 실적 상승의 근거로 지목된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1~11월 세계 누적 발주는 3809만CGT(1545척)를 달성했고, 한국은 963만CGT(191척·25%)를 수주했다. 특히 LNG·메탄올·암모니아 등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 수주를 싹쓸이하며 초격차 기술력을 과시했다.

    ‘K-조선’은 초격차기술과 제조시스템 고도화로 유럽연합(EU), 일본과의 고부가선박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저가수주를 앞세워 시장을 잠식 중인 중국의 추격을 따돌린다는 복안이다. 정부도 ‘탄소중립 기술혁신 전략로드맵’을 마련해 조선사의 무탄소 연료 내연기관 연구개발(R&D)을 독려하고 2028년까지 71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등 지원사격에 나섰다.

    조선 3사는 친환경 기술경쟁에 아울러 무인선박, 방산, 해양플랜트에서 각기 강점을 보이며 성장을 계속할 전망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계열사 아비커스를 주축으로 무인선박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해 ‘AI 기반 기관자동화솔루션’을 현대삼호중공업이 건조한 18만톤급 LNG 추진 벌크선에 탑재, 에이치라인해운에 인도했다. ‘AI 기관사’를 둔 선박이 인도된 것은 처음이다.

    삼성중공업은 차세대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 시장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갖춘 1위 사업자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예정이다. 지난해 마수걸이 수주로 15억 달러(한화로 1조9611억원) 규모의 FLNG를 수주했는데, 올해도 추가 수주가 예상된다.

    한화오션은 ‘울산급 배치(Batch)-Ⅲ 호위함 5·6번함 건조사업을 따내며 ’함정 명가‘의 자존심을 지켰다. 올해 입찰이 예상되는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수주전에서도 성과를 낸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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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해운업계는 코로나19 시기 발주가 크게 늘었던 선박들이 차례로 시장에 공급되고, 경기침체에 따라 물동량은 제자리걸음을 걸으며 업황 둔화가 예상된다. 

    2021년 7조3775억원, 2022년 9조9516억원을 달성했던 HMM 영업이익도 지난해 5000억원 규모에서 올해는 2000억원대로 규모가 크게 축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HMM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최근 홍해발(發) 리스크에 따라 1200선을 돌파하는 등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줄곧 손익분기인 1000선에서 등락한 점에 비춰 강세다. 그러나 물동량 회복 없이 운임만 오른 것으로 호재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HMM은 시황 변화와 연계한 탄력적 선박 운용, 고수익 장기운송 계약 연장, 전략적 용선 및 대선을 통해 수익성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자동차선, 유조선 등 벌크선을 늘려 컨테이너선 의존도를 낮추는 선대다변화도 계속 추진한다.

    HMM 매각작업도 이르면 1분기 내 마무리될 전망이다.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림은 현재 산은 측과 세부조건을 논의하고 있다. 산은은 이른 시일 내 본계약을 체결한다는 방침이지만 HMM 노조와 팬오션 주주들이 하림의 자금조달 능력 등에 의구심을 제기하면서 더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