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소비 위축 위기 속 '기회' 찾는다… '대규모 투자' 지속

 
2024년 갑진년 새해가 밝았지만 유통업계의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소비침체에 따른 위기가 어느 때보다 커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소비의 최전선인 유통업계의 전망도 밝지 않기 때문이다. 

주요 유통그룹이 저마다 신년사에서 절박한 위기감을 강조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다만 이런 위기 속에서 기회를 모색하는 유통업계의 투자와 전략적 변화도 어느 때보다 활발해질 전망이다. 올해 유통업계의 키워드는 ‘수익성’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요 유통사는 올해 가계소비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고물가와 고금리에 따른 저성장이 소비의 침체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통업계는 채널별로 차이가 있지만 소폭 성장에 그친 반면 수익률은 오히려 감소한 추세가 이어졌다.

작년 경제성장률은 1.4%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던 2009년과 코로나19 펜더믹이 발생한 2020년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는 이보다는 소폭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여전히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전망한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2.4%. 다만 이달 발표할 예정인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전망치가 2%대 초반으로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기존보다 하향한 2.1%를 제시한 바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인 경기회복세가 미약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소비의 위축도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단순히 점포만 내도 성장이 보장되던 시대가 저무는 만큼 효율화는 올해의 주요 화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주요 유통그룹은 체질변화를 위한 준비를 마친 상황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대표이사 40%를 물갈이 하는 대규모 인사혁신을 가했고 현대백화점그룹은 단일 지주사 전환을 통해 지배구조를 개편했다. 롯데쇼핑의 경우 주요 대표이사급 인사가 연임에 성공했지만 매년 적자를 기록했던 이커머스사업부의 대표이사가 2년만에 교체됐다. 

이들의 새해 과제는 ‘효율화’를 통한 수익성의 회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유통그룹의 신년사는 이런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도전이나 도약이라는 단어 대신 올해는 위기, 수익, 변화가 신년사에 담겼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사소해 보이는 ‘한 클릭의 격차’에 집중해야 경쟁사와의 차이를 만들 수 있다”며 “고객 가치 실현과 신세계그룹 전체의 이익이라는 궁극의 목표만 남기고 모두 덜어내달라”고 당부했다. 그가 신년사에서 수익성을 언급한 것은 3년만이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도 신년사에서 직접 위기에 대비해야한다는 메시지를 밝혔다. 그는 “올해는 지주회사 체제의 경영기반을 바탕으로 위기 상황에 대비하고 사업 안정화를 추구하면서, ‘성장 메커니즘의 확립’을 최우선 목표로 다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밝혔다. 그가 강조한 성장 메커니즘이란 미래에 대한 폭 넓은 구상으로 혁신을 지속하는 체계다. 

정 회장은 “다양한 가능성을 놓고 계획을 재설계해 나가다 보면, 새로운 성장기회에 대한 ‘유레카’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