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한국경제 희망을 다시 쏜다]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불구 지난해 수주 잔고 1천조 돌파올해 中 저가 배터리-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 불구 성장세 지속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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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푸른 용의 해'가 밝았다. 새 희망을 품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 3년째 되는 해이자 여러 의미로 중요한 총선이 열리는 해이다. 한국 경제를 보면 올해도 녹록잖은 한 해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밖으로는 신냉전으로 불리는 미·중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결과에 따라 세계 경제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미 대선이 치러진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그에 따른 경제 블록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금리 인하가 기대되지만, 그 시기를 두고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린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여전한 고물가 기조와 실업 한파 우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가계대출 급증, 저출산 문제 등 풀어야 할 과제가 한가득이다. 새해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새 희망을 쏘아 올릴 성장 모멘텀은 무엇이 있는지 짚어본다. <편집자 註>

    지난해 국내 배터리 업계는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하면서 반도체의 부진을 메꾼 수출역군으로 부상한데 이어 실적 성적표도 본궤도에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전기차 수요가 둔화세로 접어든데다 중국산 배터리의 거센 추격도 예고되는 등 과제도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배터리 산업은 지난해 공급망 붕괴와 보호무역주의의 확산 등 불안정한 글로벌 경제 속에서도 수주 잔고 1000조원 돌파라는 유례없는 성과를 달성했다. 

    이를 통해 국가 경제를 견인할 신성장동력으로 평가되고 있다. 배터리 산업의 중요성을 인지한 정부도 지난해 10월 배터리 산업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고 한 달 뒤 국가 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한 데 이어, 올 7월에는 청주·포항·새만금·울산 등 지역 4곳을 이차전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다.

    이에 힘입어 국내 대표 배터리 3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의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배터리 3사의 올해 연간 합산 영업이익은 3조7100억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내년에는 이보다 두배에 달하는 6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IRA는 북미에서 제조된 배터리 부품과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조달한 핵심 광물에 대해 세액 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올해 1~3분기 각각 4267억 원, 3269억 원의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를 받았다.

    다만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저가 배터리 공략이 가속화되고 있고 전기차 시장의 둔화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의 대표 배터리사인 CATL은 비중국 시장에서도 LFP배터리를 앞세워 LG에너지솔루션을 따라잡았다. K-배터리 3사의 비중국 시장 점유율 합산은 여전히 중국 CATL을 앞서지만 국내 배터리 업계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의하면 1∼9월 중국을 제외한 세계 각국에 판매된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사용량은 228.0기가와트시(GWh)로 전년 동기 대비 54.9% 성장했다.

    업체별 순위에서는 CATL가 104.9%(64.0GWh)의 세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며 시장 점유율 확대에 성공했다. 지난달 0.8%p 격차로 LG에너지솔루션을 추격했던 CATL은 이달 점유율 28.1%로 공동 1위에 올랐다.

    CATL의 배터리는 테슬라 Model 3·Y(중국산 유럽, 북미, 아시아 수출 물량)를 비롯해 BMW, MG, 메르세데스, 볼보 등 메이저 OEM 브랜드들에 차량에 탑재되고 있다. 최근 현대의 신형 코나와 기아 레이 전기차 모델에도 CATL의 배터리가 탑재돼 국내 시장에서도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SNE리서치 측은 "가격 경쟁력을 갖춘 LFP 배터리를 중심으로 흐름이 변화하는 시기에 가성비를 요구하는 소비자의 심리가 들어맞으며 보급형 전기차 판매 비중이 증가할 것"이라며 "중국 업체들의 해외 진출 의지에 따른 비(非)중국 시장에서의 시장 점유율과 LFP 배터리 사용량 변화에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한국 배터리 업체들고 초격차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기존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외에도 저가형 LFP 배터리를 포트폴리오로 추가해 제품 다변화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LFP 배터리의 경우 국내 업체들이 생산하는 삼원계 NCM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떨어져 주행거리가 짧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술 개발로 성능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LFP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LFP 배터리의 점유율은 2020년 11%에서 이듬해 25%, 2022년 31%로 급증했으며, 2024년에는 삼원계 배터리를 넘어 60%를 상회할 전망이다. 현재 LFP 배터리는 중국 업체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으며 CATL과 BYD가 시장을 80% 이상 과점하고 있다.

    이와 함께 IRA 이점을 통해 탈중국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야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수혜 40개 모델 가운데 72%에 달하는 29개 모델이 K배터리를 채택했다. 북미 시장은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미래에 글로벌 전기차 주도권을 판가름할 수 있는 무대로 성장할 것이 유력하다.

    중국에 의존했던 배터리 소재, 핵심광물 공급 루트를 변화시켜 다양한 국가로 공급처를 확대하는 한편 소재의 직접 생산, 광물 채굴권 확보 등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