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하이닉스 사장 1년 9개월 만의 경영 복귀흑자전환·투자 속도조절 우선 과제로 떠올라
  • ▲ 이석희 SK온 사장ⓒSK이노베이션
    ▲ 이석희 SK온 사장ⓒSK이노베이션
    '제조업 전문가'로 통하는 이석희 전 SK하이닉스 대표가 SK온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1년 9개월 만의 경영 복귀로 지속 적자로 허덕이는 SK온의 실적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이노베이션은 7일 임원인사를 통해 이석희 전 SK하이닉스 대표를 SK온의 사장으로 신규 선임했다. 기존의 지동섭 대표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로 자리를 옮겼다.

    1965년생인 이 사장은 서울대 무기재료공학 학·석사를 마치고 1990년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에 입사했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스탠퍼드대에서 재료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2000년부터 2010년까지 11년간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이었던 인텔에서 활동한 반도체 전문가다. 당시 인텔이 최고 기술자에게 주는 인텔기술상을 세 차례나 수상했다.

    그는 퇴직 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자공학과 교수로 활동하다가 지난 2013년 친정인 SK하이닉스로 돌아와 반도체 사업을 이끌었다. 미래기술연구원장과 D램개발사업부문장, 최고운영책임자를 역임하며 전문성을 인정받아 2019년 대표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 3월까지 SK하이닉스를 이끈 이 사장은  D램 미세공정 기술 발전과 수율 안정화에 기여하며 회사의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 이 사장이 SK하이닉스의 대표로 선임된 당시 영업이익은 2조7127억원에 불과했지만 2021년에는 12조4103억원까지 뛰었다. 이는 당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었다.

    이 같은 경험을 토대로 이 사장은 SK온의 수익성에 집중할 전망이다. SK온은 지난해 1조72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올해도 3분기까지 적자를 냈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로 전기차 수요 둔화까지 겹치면서 흑자 전환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 혜택이 반영되며 분기마다 적자 폭이 줄고 있지만 연내 흑자 전환이 가능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 위축에 투자 전략 수정도 불가피하다.

    SK온은 배터리 후발주자로서 국내외 대규모 투자와 완성차 업체와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몸집을 키워왔다. 현재 북미에 블루오벌SK 켄터키1·2공장, 테네시공장, 현대차와의 조인트벤처 등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충남 서산에 1조5000억원을 투입해 3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투자 철회 등 노선을 변경하며 각각의 투자 건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포드와 합작한 켄터키 2공장도 가동 시점을 당초 목표했던 2026년보다 미루기로 했다. 이 사장은 글로벌 시장 상황을 고려해 공장의 신규 건설과 증설 속도를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달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용퇴를 결정한 데 이어 지동섭 대표까지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배터리 업계 내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전기차 성장세에 따른 공격적인 투자 경영을 앞세웠다면 이제는 한 템포 늦춰 질적 성장에 중점을 두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일시적인 전기차 수요 둔화는 어느정도 예견된 일이다"며 "중국의 저가 배터리 경쟁 확대와 미국·유럽의 IRA 정책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투자 전략보다는 기술력 확보 등 내실을 다지는데 집중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