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잿값·인건비 인상 여파…시멘트 6%대 가격인상 온실가스 감축정책도 영향…설계·재료비 상승 불가피신축 수요자 가격민감도 커져 청약 흥행실패 가능성↑
  • ▲ 서울내 한 공사 현장. ⓒ뉴데일리DB
    ▲ 서울내 한 공사 현장. ⓒ뉴데일리DB
    최근 3년동안 공사비가 30% 가까이 인상되면서 분양가 상승이 기정사실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두고 신축분양 수요자들의 가격민감도가 커진 상황인 만큼 분양가 상승으로 청약성적이 저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3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한 '2023년 11월 건설공사비지수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건설공사비지수 잠정치는 153.37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보다 0.08% 하락했지만 2022년 동월대비 3.04% 상승한 수준이다.

    건설공사비지수는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노무·장비 등 직접 공사비를 대상으로 가격변동을 측정하는 건설분야 물가지수다. 기준시점인 2015년을 100으로 놓고 지수를 산출한다.

    공사비지수 변동 추이를 보면 최근 3년동안 공사비는 꾸준히 증가세에 있다.

    통계표상 공사비지수는 2020년 11월 120.22을 기록한이후 이듬해 동월 138.62로 상승했다. 2022년 11월엔 148.84로 올랐다. 같은달 기준 지난해 공사비지수는 2020년보다 27.5% 오른 수준이다.

    유형별로 보면 주거용 건물 공사비지수는 2020년 11월 120.59에서 지난해 같은달 152.54로 26.4% 증가했다. 비주거용 건물은 이 기간 119.17에서 151.81로 27.3% 증가했다.

    이처럼 공사비가 오른 데에는 원자잿값 및 인건비 인상 요인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일례로 대표 건축재료중 하나인 시멘트는 지난해 전기요금 인상과 원부자재 공급가격 급등, 고환율 등을 이유로 6%대 가격인상이 단행된 바 있다.

    또한 대한건설협회가 발표한 '2023년 건설업 임금실태조사'를 보면 지난해 하반기 건설업 임금은 26만5516원으로 상반기보다 3.95% 올랐다. 전년동기대비 6.71% 상승한 수치다.

    올해 1월1일부터 적용되는 임금 역시 전년동기보다 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협이 공표한 '2024년 상반기 적용 건설업 임금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일반공사직종 평균임금은 25만8359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69% 올랐다.

    아울러 기후위기 대응방안으로 건물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진행되고 있어 향후 공사비는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서울시는 최근 건축물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친환경 건축물인 '녹색건축물'을 확대해나가겠다고 발표했다.

    시는 '시 녹색건축물 설계기준'을 개정해 에너지효율 등급 기준을 강화하고 신재생에너지 의무설치 비율을 신설하는 등 정책 방향을 구체화하고 있다.

    업계에선 친환경 건축물 확대 취지는 이해하지만 이에 따른 공사비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친환경이나 재생에너지 관련 기준이 까다로워지면 공사나 설계시 비용이 더 들어갈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며 "재료 같은 부분에서도 불가피한 비용 인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원자잿값이 인상하면서 공사비가 덩달아 오르는 추세에 건설사들은 매출이 줄어드는 부분이 있다"며 "취지 자체는 좋으나 업계가 더 힘들어지는 요인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공사비가 늘면서 분양가도 상승 기조가 점쳐지고 있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공사비가 인상되면 분양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지금과 같은 하락장 분위기 속에 가격상승은 곧 흥행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업계 걱정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자잿값이라든지 인건비 상승과 더불어 제로에너지건축물과 같은 정책 확대 조짐으로 공사비는 앞으로 더 늘어 분양가도 올라갈 것"이라며 "상승장에선 주변시세가 받쳐줘 분양가가 약간 비싸도 청약수요가 유지될 수 있지만 현재 시장상황은 그렇지 않아 청약성적 악화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 ▲ 한 신축단지 견본주택 현장에서 청약 상담을 받고 있는 수요자들. 사진=정영록 기자
    ▲ 한 신축단지 견본주택 현장에서 청약 상담을 받고 있는 수요자들. 사진=정영록 기자
    이런 가운데 신축분양 수요자들의 가격민감도까지 커져 분양가 상승이 청약 흥행실패로 직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서울 동대문구에서 진행된 신축단지 청약성적을 보면 전용 84㎡기준 '휘경 자이 디센시아'와 '래미안 라그란데' 경쟁률은 각각 51.7대 1, 79.1대 1을 기록한 반 '이문 아이파크 자이'는 16.8대 1에 그쳤다.

    역·숲·학세권이라는 입지적 장점에도 '이문 아이파크 자이'가 상대적으로 낮은 경쟁률을 기록한 것은 고분양가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4월 분양한 '휘경 자이 디센시아' 경우 전용 84㎡ 분양가는 8억2000만~9억6000만원, 3.3㎡당 2930만원 수준이었다.

    같은해 8월 공급된 '래미안 라그란데'는 동일면적 분양가가 10억200만~10억9900만원, 3.3㎡당 3285만원으로 책정됐다.

    두달 뒤 분양한 '이문 아이파크 자이'는 동일면적 분양가가 11억500만~14억4000만원, 3.3㎡당 3550만원으로 다른 두 단지보다 높았다.

    시장에선 공사비 인상과 그에 따른 분양가 상승이 미분양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우려하고 있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건설사 입장에선 공사비 인상분을 분양가에 모두 반영하자니 청약수요 감소로 미분양을 걱정하게 된다"며 "그렇다고 할인분양을 하려고 하니 공급 필요성이 줄어들게 되는 문제가 발생해 결국 이 문제는 공급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사비 인상은 물가 상승 측면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어 정부가 중재하기란 쉽지 않다"며 "결국 원가를 생각하는 공급자와 매수여력을 따지는 소비자간 시장가격 합의점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시장작용 원리에 맡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