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는 짬처리 전담기관? 구원투수론 강한 반감PF사업서 1000억대 손실 전력…수행능력 의문 '밑빠진 독'될 작업…국민혈세 투입의도 가능성 LH 혁신안 희석…막대한 이익땐 그들만 돈잔치
  •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짬처리 전담기관인가."

    정부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 방안을 주제로 전화통화를 하던 취재원은 'LH 구원투수론'에 강한 반감을 나타냈다.

    막대한 부채와 조직혁신으로 이미 '그로기(Groggy)' 상태에 빠진 LH가 PF위기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겠냐는 게 그의 주장이다.

    짬처리는 군대 급식잔반을 뜻하는 은어인 '짬밥'에서 나온 말이다. 쉽게 말해 어떠한 손실이나 불이익을 갑작스럽게 떠안는 것을 의미한다.

    전날 발표된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태영건설 워크아웃으로 촉발된 'PF대란' 정상화를 위해 또 'LH카드'를 꺼내들었다. 사업성은 있지만 일시적으로 유동성 어려움을 겪고 있는 PF사업장을 LH가 매입해 정상화하겠다는 복안이다.

    LH가 사업성 검토후 매입해 직접 사업을 시행하거나, 다른시행사 또는 건설사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관건은 LH에 작금의 PF위기를 뚫을 동력이 아직 남아있느냐는 것이다. 

    공공기관 구조적 특성상 LH는 만성적인 재정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해에는 주택시장 위축 여파로 사업수익이 줄면서 적잖은 금전적 손실을 봤다.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알리오)을 보면 LH는 지난해 상반기 3162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직전년도인 2022년 상반기에는 1조5132억원 영업이익을 냈는데 1년새 1조8294억원 감소하며 적자전환한 것이다.

    부채비율도 219.8%에 달하고 있다. 2019년 254.2%에 비하면 상당부분 개선됐지만 여전히 안정권인 200%를 웃돌고 있다.

    부채늪에 빠진 LH에 자칫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는 PF 정상화 작업을 맡긴다는 것은 국민혈세를 투입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정부의 'LH 구원투수론'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다.

    LH가 PF사업에서 1000억원대 육박하는 손실을 낸 전력이 있는 것도 우려스럽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LH는 지난해 10월 기준 △경기 성남시 판교 알파돔시티 △경기 용인시 동백 쥬네브 △서울 남부교정 비채누리 △대전엑스포 스마트시티 등 4개 PF사업에서 969억4000만원을 까먹었다.

    당시 LH는 부동산 불황과 사업기간 장기화, 미분양 등으로 금융비용이 증가해 사업수지가 악화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해 주택시장은 작년보다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LH의 PF 정상화 작업 수행능력에 의문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조직·권한축소 과정을 밟고 있는 LH에 다시 힘을 실어주는 것은 '엇박자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불과 한달전 공공주택사업을 민간에 개방하고 설계·시공업체 선정권한을 조달청으로 이관하는 내용을 담은 'LH 혁신안'을 발표했다. 

    '철근누락' 사태 주원인으로 LH 전관특혜가 지목된데 따른 조치였다.

    하지만 대규모 미분양과 PF부실, 중소건설사 줄도산 등으로 시장혼란이 가중되면서 LH는 또한번 '부활의 기회'를 엿볼 수 있게 됐다.

    이런저런 반대의견이 많지만 이미 칼자루는 LH 손에 쥐어졌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PF사업장을 빠르게 안정시켜 LH의 '존재가치'를 입증할 기회가 또 마련된 셈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와 같은 대규모 손실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LH PF 정상화 작업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에 나설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PF사태 수습을 근거로 LH 혁신안 추진이 흐지부지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비대해진 조직과 권한축소, 전관예우 차단은 LH가 국민신뢰 회복을 위해 끝까지 안고 가야 할 숙제다.

    공공이 민간사업 결과물을 어느선까지 책임져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도 진지하게 해볼 필요가 있다.

    주택·건설경기가 급격히 악화되지 않았다면 민간시행사·건설사들은 PF사업을 통해 막대한 '돈잔치'를 벌였을 것이다.

    거둬들인 수익이 공공에 얼마나 환원됐을지는 가늠할 수 없다.

    왜 수익은 기업이 독식하면서 손실은 국민이 공동부담해야 하는가.

    "원칙적으로 민간사업 결과는 당사자 책임이지 공공이 책임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한 부동산전문가 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