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40~50대, 정책지원 없이 내 집 마련 '분투'미혼 중년 철저히 소외…특공 어렵고 자본도 부족'중년 특공' 요구 거세…'청년 위주' 정책 벗어나야
  • "나이가 곧 50인데 와이프도, 아이도, 집도 없다. 반려동물이라도 키워보려 했는데 전세라 그것마저 쉽지 않다."

    평소 가깝게 지내던 취재원의 신세 한탄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는 오로지 청년만을 위한 주거 정책이 또 다른 역차별을 초래하고 있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치열한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무주택 중년은 외롭다.

    청년 특별공급(특공) 같은 정부의 정책지원 없이 온전히 자신만의 능력으로 내 집 마련 전선에 뛰어들어야 한다. 하지만 고금리 탓에 자금 확보가 어렵고 청약 문턱은 낮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남들보다 결혼이 좀 늦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나이와 상관없이 신혼 특공을 노려볼 수 있어서다. 하지만 신혼 특공도 '자녀 수'가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늦깎이 중년 부부에겐 어려운 도전이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나 홀로 중년'은 더욱 쓸쓸하다. 신혼 특공이나 신생아 특공 같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고 부양가족이 없어 청약가점도 낮다.

    2021년 하반기에 1인 가구도 추첨제를 통해 생애최초 특공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주택 면적이 60㎡ 이하로 제한되고 공급 물량도 극소수라 그야말로 '바늘구멍 뚫기'다.

    사회 곳곳에서 '중년 특공을 만들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관심은 오롯이 '청년'에게만 향해 있다.

    청년 위주 주거 정책으로 인한 역차별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신혼 특공을 처음 도입했을 때부터 중년층을 소외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이후 문재인 정부가 신혼 특공 비율을 기존 10~15%에서 20~30%로 두 배 높이고 소득요건을 대폭 완화하자 세대간 갈등이 더욱 증폭됐다.

    윤석열 정부도 기본 스탠스는 비슷하다. 오히려 20~30대 표심 몰이를 위해 청년 주거안정에 더욱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3월 도입한 청년 특공이 대표적인 예다. 청년 특공은 소득세를 5년 이상 납부한 만 19~39세 미혼 청년에게 공공주택 특별공급 물량을 우선 공급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공공주택 50만호 중 34만호를 신혼부부와 미혼 청년 등 20~30대 청년층에 배정한다는 것이 현 정부의 목표다.

    바닥을 친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신생아 특공도 내년 3월부터 시행된다.

    입주자모집공고일로부터 2년 내 임신·출산을 하고 일정한 소득·자산 요건을 갖춘 이들에게 생애최초·신혼 특공 물량의 20%를 우선 배정하는 것이 신생아 특공의 골자다. 소득 기준을 대폭 낮춘 신생아 특례 주택구입 대출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물론 정부가 청년층만 챙기는 것은 아니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둔 만큼 고령층 주거안정을 위해 △고령자복지주택 △지역활력타운 △한국판 은퇴자복합단지 등을 추진 중이다. 소득이 적은 고령층이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행복주택과 영구임대 같은 정책적 장치도 이미 마련됐다.

    민간 부문에선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단지 입주민을 위한 헬스케어 시스템을 도입하고, 롯데건설은 실버타운 개념의 'VL르웨스트'를 공급하는 등 다양한 특화상품이 등장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무주택 중년층은 정부의 정책지원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 이는 중년층이라면 사회에서 일정 경력과 자본을 갖춰 충분히 자생할 수 있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당장 행복주택 입주자격만 봐도 만 19~39세 이하 또는 만 65세 이상으로, 40~50대는 대상이 아니다.

    물론 중년층이 청년층보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것은 맞다. 하지만 억대 연봉을 받는 전문직이 아닌 '보통 직장인'이라면 자기자본만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려운 것은 매한가지다. 맞벌이 소득이 없는 나 홀로 중년이라면 더욱 그렇다.

    전체 자산의 70%가 부동산인 한국에서 중년은 청년과 똑같은 약자다.

    중년층도 내 집 마련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보다 세분된 정책 혜택이 필요하다. 특히 향후 지속해서 늘 것으로 예상되는 나 홀로 중년을 위한 주거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먼저 중년층 주거실태에 대한 현황 파악부터 이뤄질 필요가 있다.

    중년층 가운데 나이·지역별 무주택 가구가 얼마나 되는지, 중년 1인 가구의 소득과 그에 따른 주거형태는 어떤지 등을 취합 및 분석한 뒤 그에 맞는 선택적 정책지원을 펼쳐야 한다.

    '허리'인 중산층이 무너지면 경제가 흔들리듯, 중년층의 좌절은 국가 위기로 이어진다. 청년 정책에만 매몰된 정부와 정치권이 이를 헤아려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