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부산대병원 패싱' 후폭풍… 부산 이어 서울·광주 의사회도 분노의료전달체계 역행… 국내 최고 권역외상센터 외면의사 늘리고 공공의대 세워도 바뀌지 않는 구조… '쏠림현상' 고질병 스스로 증명의료진 판단 무시 '구급차·헬기 비용' 자부담 원칙 적용돼야
  • ▲ 지난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습사건 후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서성진 기자
    ▲ 지난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습사건 후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서성진 기자
    [편집자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습사건 후 일련의 대응 과정에서 의료전달체계, 응급의료체계를 역행했다. 국내 최고 수준의 권역외상센터인 부산대병원을 패싱하고 서울대병원으로 전원했다는 것은 빅5병원, 수도권 쏠림 현상을 그대로 드러내는 지표다. 각 지역의 의대신설은 물론 의대증원의 효과도 나타나기 어렵다는 의미다. 아무리 실력을 갖춰도 이름값에 밀린 지방의료를 살릴 방법이 묘연하다. 애써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졌다. 

    지난 2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가덕도 신공항에서 피습을 당했고 이후 구급차와 헬기를 이용해 지역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됐다. 

    간판만 두고 따지면 서울대병원에 밀릴 수 있다는 인식이 있겠지만 외상 환자의 대처 능력에 있어서는 우위에 있는 의료기관이었다는 점은 대다수 의료인이 인정하고 있다. 국가 지정 '권역'이 붙었다는 것은 인력, 시설, 의료대응 능력의 완성도를 갖췄음을 뜻한다. 

    조선일보 보도 등에 따르면 김영대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경정맥 같은 혈관 손상 치료는 부산대병원 외상센터 의료진이 경험도 많고 전국 최고 수준"이라고 확신했다. 

    그런데도 “이재명 대표 가족들이 수술을 서울대병원에서 받겠다고 결정한 것"이라며 "헬기로 이동하기 위험할 정도로 위중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당장 상처를 치료하는 응급수술이 필요했었다"고 했다. 

    부산대병원은 상급종합병원이자 권역외상센터를 운영하는 국내 의료전달체계에서 최상위 꼭짓점을 차지하고 있다. 의료의 질적 측면에서 밀리지 않는 구조다. 때문에 피습사건 당시 이재명 대표의 상황에서는 헬기까지 띄워 서울로 올 이유가 없었다.

    부산대병원은 열악한 지방의료의 상황을 보여주는 곳이 아니다. 지역 내 중증 환자를 돌보는 의료기관으로 역할을 수행하며 수도권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한 보루로 작동하는 곳이다. 

    이 대표의 서울대병원 전원 결정은 이러한 구조를 부인한 것이고 각종 특혜를 활용해 지방의료를 패싱했다는 것이 의료계 중론이다. 부산대병원 의료진들은 이미 수술 준비를 마친 상태였기에 전원 당시 일부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응급환자의 전원은 병원간 핫라인 등을 통한 협의로 결정된다. 이 부분이 해결이 안 되면 '뺑뺑이'를 도는 것이다. 환자를 치료할 의료진이 없을 때 타 병원으로 보내는 것이 통상적이다. 외래와 입원환자의 상황과는 다른 구조다. 

    그래서 부산대병원이 수술을 못 해 서울대병원으로 전원을 요청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인데 이 대표의 사례는 가족의 요청에 의해 가고 싶은 곳을 요청했고 받아들여진 왜곡된 사례다. 

    이 대표의 특혜 논란은 헬기 이송, SMICU(서울중증환자 공공이송센터) 가동의 문제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간판이 좋은 병원만을 향했고 이로 인해 유수의 지방 의료진을 무시하고 의료전달체계를 무너뜨렸다는 점에 있다. 

    ◆ 실력 갖춰도 지방의료 인식 '씁쓸'… 쏠림현상 극복 어렵다

    국내의료체계의 고질병은 빅5병원,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쏠림현상이다. 대형병원에만 환자가 몰리고 '3분 진료'라는 기형적 패턴이 자리를 잡았다. 이 문제는 초고령사회를 맞은 대한민국의 해결해야 할 중차대한 과제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이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의료격차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며 각 지역에 공공의대 신설을 핵심과제로 설정했고 10년 동안 신규로 배출된 의사를 지역에 근무하게 하는 지역의사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의 부산대병원 패싱은 기존의 정책적 노선과 정반대의 노선이어서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의료계 반대에도 강행 입법한 내용과 달리 이율배반적 특혜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일반 진료가 아닌 응급상황에서 발생한 일이어서 문제가 더 크다.

    '지방대병원은 아무리 실력을 갖춰도 서울대병원에 밀린다'는 사실관계와 다른 명제가 통용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이로 인해 수천억 원의 예산을 들여 지방 공공의대를 세워도, 의사를 늘려 억지로 지역에 배치한다고 해도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향하는 고질병을 고칠 수 없다는 결론을 스스로 도출했다. 

    특히 생사를 오가는 환자를 살리지 못하게 하는 '응급실 과밀화' 환경도 막을 방법이 없음을 보여준 셈이다. 이는 이 대표의 부산대병원 패싱 문제가 남긴 부작용이다. 

    부산시의사회는 "지역의료를 해결하자던 민주당이 '우리나라 지역의료 문제의 실체'를 전 국민에게 생방송 함으로써 그들의 주장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를 증명한 것"며 "의료기관을 서열화하고 지방과 수도권을 갈라치기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고 수준의 의료진이 모든 수술 준비를 다 마쳤는데도 몇 시간을 허비해 가며 서울대병원으로 헬기 이송된 것은 특권의식에 몰입된 행동에 불과하다"며 "지역의료인들은 개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했다. 

    부산 의사들의 분노에 각 지역 의사들도 공감하고 있다. 의료계 차원에서는 헬기 이송을 특혜로 규정하고 약 2000만원에 달하는 비용은 전액 자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이재명 대표의 헬기 특혜 이송은 지역의료계를 무시하고 의료전달체계를 짓밟아버린 민주당의 표리부동한 작태를 보여준 것"이라며 "의료진의 의학적 판단에 반하는 구급차나 헬기 이송은 환자가 전액 비용을 부담하는 원칙이 필요하다"고 했다. 

    광주시의사회 역시 "부산대병원 의료진의 만류에도 이 대표를 119구급 헬기를 이용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한 것은 전형적인 특권의식에 몰입된 행동이자 내로남불의 정석"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