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역외상센터 패싱 후 서울대병원行부산대병원서 타 병원 헬기 이송… 전달체계 역행 '첫 사례' 달리는 응급실 'SMICU' 가동, 초응급 대응 의문점의료자원 낭비·특혜 논란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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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은 권력이 개입될 수 없는 성역이어야 한다. 특히 국가 지정 '권역'이라는 타이틀이 붙어 지원금을 받고 있다면 신분과 관계없이 환자의 상황의 따라 우선순위가 설정돼야 한다. 응급헬기 운영도 마찬가지다. 기본적 룰이 지켜지지 않으면 모든 체계는 엉킨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피습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일련의 과정은 특혜 논란으로 확산하고 있다. 의전 서열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응급의료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였음을 부인하기 어렵다.이 대표는 가덕도 신공항에서 구급차와 헬기를 이용해 권역외상센터인 부산대병원에 이송됐고 의료진들이 곧바로 수술 세팅을 했다. 이 정도면 최적의 루트로 효율적 대응을 한 것이다. 국내 응급체계에서 이보다 신속하고 명확한 방법은 없다.여기까지가 야당 대표에게 제공될 수 있는, 그리고 일반인은 꿈도 꾸지 못할 대응이었다. 그런데도 가족의 요청에 의해 서울대병원을 택했고 이 과정에서 논란의 중심인 응급헬기 문제가 떠올랐다.응급헬기는 사지 절단 등 중증외상환자나 심뇌혈관질환자, 분만징후가 있는 산모 등 응급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이용할 수 있다. 환자의 상태와 기상 상황 등 여러 기준을 고려해 가동이 결정된다. 당시 이 대표는 내경정맥(목속정맥) 손상으로 알려진 상태였다.일부 매체에서 부산대병원 의료진들 사이 불만이 있다고 보도가 됐지만 금세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하는 헤프닝이 벌어졌다. 덮고자 했겠지만, 부산대병원 의료진들은 불편했을 것이다. 그들은 국내 외상환자의 마지막 보루로 작동해야 했는데 이를 수행하지 못했다.부산대병원이 동일한 상황에서 헬기도 못받는 서울대병원으로 전원 결정을 내린 사례가 있었을까. 병원 측은 "(환자가) 헬기를 타고 다른 병원으로 이동한 건 처음"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의료진이 있는데도 환자 치료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문제가 된다. 이는 국내 최고 A등급 권역외상센터의 기능 결여를 의미한다. 의료자원 낭비만 있었기 때문이다.이 대표는 헬기를 타고 부산에서 한강 노들섬으로 이동했고 SMICU(서울중증환자 공공이송센터) 구급차를 이용해 차량 통제를 받으며 서울대병원으로 들어갔다.SMICU는 서울시와 서울대병원이 공동운영하고 있으며 총 4대가 가동 중이다. 달리는 응급실로 1대당 차량 가격이 2억~3억 수준이며 응급의학과 전문의 5명이 팀으로 움직이는 구조다. 이는 생사를 오가는 환자들을 위한 것으로 매년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다.그는 응급실 과밀화를 뚫고 서울대병원 중환자실로 직행했고 2시간 가량의 수술을 마쳤다. 중환자 병상이 얼마나 가동 중이었는지 확인은 어렵지만 그 어떤 중증 환자도 이러한 속도로 응급의료의 혜택을 받긴 어렵기에 기존 환자가 뒤로 밀려났을 가능성이 크다."중증 응급환자 2명 중 1명이 골든타임을 놓칠 정도로 소위 응급실 뺑뺑이는 우리 주변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높은 수익이 보장되는 분야로 의료인들이 쏠리는 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도로 위의 비극’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필수의료 분야의 소수 의료진을 혹사시키며 이들의 사명감에 의존하는 현재의 의료 시스템은 정의롭지도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국민의 생명을 실질적으로 지킬 수 있는 나라가 진정한 의료선진국이며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정치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책무다."이 대표가 지난해 7월 본인의 SNS에 올린 글로 그는 줄곧 응급실 뺑뺑이를 비판했다. 한정된 의료인력 탓에 사망하는 문제를 지적했고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대표의 말대로 국민의 생명을 실질적으로 지킬 수 있는 나라여야 의료선진국이 된다.그러려면 서울대병원이든, 부산대병원이든 의료진의 판단을 존중하는 자세를 갖추고 응급헬기나 SMICU는 정말 필요한 곳에 쓰여야 한다. 생사의 기로에 선 환자들을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