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빅테크, 日에 투자 잇따라… '반도체·양자' 배팅한국, 미국과 '양자·우주' 성명서 채택했지만, 투자는 없어과기정통부 "2023년 한미 기술동맹 격상의 해" 자화자찬 속 日에 주도권 내줘
  • ▲ 바이든 대통령ⓒAP연합뉴스
    ▲ 바이든 대통령ⓒAP연합뉴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미국이 핵심・신흥기술 투자를 한국이 아닌 일본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지난해를 “한미 기술동맹 격상의 해”로 평가하며 자화자찬하는 사이 일본이 실질적인 미국의 기술동맹 파트너 자리를 꿰차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7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디리스킹(de-risking)’ 전략을 펼치고 있다. 반도체·양자 분야에서 중국과 격차를 벌리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미국 주요 기업들이 일본 학계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해 5월 일본 문부과학성과 ‘교육 분야에서의 협력 각서’를 체결하고 반도체와 양자 기술 분야의 인재를 육성하기로 합의했다. 협력 각서에 따라 미국 IBM과 구글은 향후 10년간 일본 도쿄대학에 1억 달러를 투자해 양자 기술 및 컴퓨터를 개발한다.

    미국 마이크론은 일본 도쿄일렉트론과 함께 향후 5년간 총 6000만 달러를 투자해 첨단 교육커리큘럼을 만들 계획이며, 매년 일본 대학생 5000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한국과도 양자 협력을 체결했으나 실제 투자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미 동맹 70주년인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4.26 정상회담에서 ‘양자 과학 기술협력 공동성명서’와 ‘한미 우주 협력 공동성명서’를 채택했다. 두 공동성명서에는 투자 언급이 전혀 없다. 실제 투자로 이어진 일본 사례와 대비된다.

    '속 빈 강정'이라는 지적을 받는 해당 공동성명서를 두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27일 "기존 한미 간 안보동맹이 기술동맹을 포함한 포괄적 전략적 동맹 관계로 격상됐다"고 자평했다.

    4.26 정상회담 당시 미국 기업들은 윤 대통령의 방미에 화답하기 위해 투자 보따리를 풀었으나 일본과 결이 다르다. 미국 기업들이 일본엔 ‘사람’에 투자했다면, 한국엔 ‘시설’에 투자했다. 일본엔 ‘양자’ 등 국가 전략기술에 투자했다면, 한국엔 ▲콘텐츠 ▲소재 ▲전력 반도체 ▲수소 등 핵심 기술이라고 보기 어려운 분야에 투자를 약속했다.

    대표적으로 넷플릭스는 K-콘텐츠에 25억 달러를, 소재 기업 코닝이 15억 달러를 한국에 투자를 단행한다. 온세미컨덕터가 전력 반도체 생산시설에 2억 달러, 그린트위드가 반도체 장비 부품 생산시설에 3000만 달러, 에어프로덕츠가 수소 생산시설에 10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양자는 미래의 ‘게임체인저(game-changer)’가 될 기술”이라며 “미국의 양자 투자 흐름을 보면 미국이 한국과 일본 중 어느 국가를 진정한 기술 동맹국으로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