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 30년 단지 안전진단 면제…정비업계 "일단 환영"실효성 의문…재초환·조합원 분담금·공사비 인상 여전태영건설 워크아웃 악재도…건설사들 "참여요인 부족"여의도·목동 등 상급지만 수혜 예상…조합 난립 우려도
  • ▲ 서울 한강변 아파트 전경. ⓒ뉴데일리DB
    ▲ 서울 한강변 아파트 전경. ⓒ뉴데일리DB
    안전진단 면제 등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를 골자로 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이 발표했지만 업계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와 조합 분담금 폭탄, 공사비 갈등 문제가 여전해 규제완화 '약발'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10일 정부가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에 따르면 준공 30년 경과 노후 아파트단지는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다.

    조합설립 시기 조기화로 사업기간도 최대 3년 단축될 예정이다. 정비사업 추진 요건을 완화하고 재초환 부담금을 줄이는 방안도 도입된다.

    재개발 경우 노후도 요건이 현행 3분의 2에서 60%로 완화돼 사업 착수가 한결 수월해졌다.

    정비업계는 이번 규제완화안에 대해 일단 환영의 뜻을 내비치고 있다.

    안전진단은 분양가상한제, 재초환과 함께 재건축사업을 막는 '3대 대못'으로 꼽혔다.

    정부가 작년 초 안전진단 마지막 단계인 2차 정밀안전진단(적정성검토)을 사실상 폐지했지만 여전히 많은 재건축 추진단지들이 안전진단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서울 양천구 목동 한 재건축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재초환 완화에 이어 이번 안전진단 면제까지 정부가 재건축에 힘을 주겠다는 시그널을 확실히 주는 것 같다"며 "시장 안팎 상황이 혼랍스러긴 하지만 일단 안전진단 문제만 해결되면 조합설립과 사업추진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규제완화 조치가 실제 재건축 활성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고금리와 재초환, 조합원 분담금 부담 등이 여전히 조합과 시공사 발목을 잡고 있는데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악재까지 겹친 까닭이다.

    안전진단 족쇄를 풀어주는 것만으로는 재건축시장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준공 30년이상 단지에 한해 안전진단이 면제되는 것이라 파급력 자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공사비 증가로 조합원 분담금도 가파르게 늘고 있어 조합들이 적극적으로 재건축에 나설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합들이 안전진단 면제에 힘입어 재건축을 추진하더라도 현 시점에서 시공사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워크아웃 사태 여파로 건설사들이 더욱 보수적인 수주전략을 세울 가능성이 높은데다 상급지를 제외하면 사업에 참여할 요인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 ▲ 아파트 재건축 현장. ⓒ뉴데일리DB
    ▲ 아파트 재건축 현장. ⓒ뉴데일리DB
    고금리와 공사비 인상으로 인해 급증한 조합 분담금은 도시정비사업 추진을 막는 주원인으로 꼽힌다.

    예컨대 서울 송파구 잠실 진주아파트 재건축은 공사비 인상을 둘러싼 시공사와 조합간 갈등으로 사업에 차질이 생겼다.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최근 공사비를 3.3㎡당 660만원에서 889만원으로 증액해달라고 요구했는데 이 경우 가구당 분담금이 1억4000만원 증가할 수 있다.

    또한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은 공사중단에 따른 추가분담금이 가구당 1억5000만원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재초환도 재건축 추진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작년 말 재건축초과이익 부담금 면제구간을 8000만원으로 확대하는 재초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실제 효과를 누리는 단지가 많지 않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서울 여의도나 목동, 압구정 등 분담금 납부 여력이 있는 곳만 재건축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것"이라며 "그외 지역은 작년처럼 재건축·재개발시장이 조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안전진단 면제로 재건축조합이 우후죽순 생겨 시장혼란이 가중되는 부분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덧붙였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도시정비사업 관건은 인허가보다 개별 소유주·조합원 자금여력"이라며 "용적률 상향 등 인센티브가 단지별로 얼마나 적용되는지 미정이므로 막연하게 미래가치를 기대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사업시행인가 시점에서도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하면 모든 절차가 중단되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재건축 진입문턱 완화로 리모델링보다는 재건축 선호현상이 강해질 것"이라면서도 "비슷한 시기 다수지역에서 재건축이 일제히 진행되면 사업 후반기 이주·멸실이 한꺼번에 몰리고 이로 인해 임대차시장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