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논리보다 해운산업 발전으로 "해운동맹 신뢰하는 재무적 능력 갖춰야"우선협상 하림그룹 이래저래 부담
  • 이달 말 HMM 매각과 관련해 1차 협의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해운업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림 컨소시엄보다 해운업을 대폭 지원할 수 있는 기업이 HMM을 인수해야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HMM 매각이 금융 논리보다는 해운산업 발전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준우 성결대학교 글로벌물류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수출입 물동량의 99.7%가 선박으로 운송될 만큼 해운산업은 굉장히 중요하다"며 "전 세계적으로 해운동맹이 해체되는 상황에서 선사들은 사업 다각화가 필수다. 해운업을 대폭 지원할 수 있는 기업이 HMM을 인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발표된 머스크-하파그로이드 해운동맹 선언으로 글로벌 해운시장이 엄중하고도 급박하게 돌아가며 해당 의견에 힘을 싣고 있다. 세계 5위인 독일 하파그로이드가 HMM이 속한 디얼라이언스를 탈퇴하고, 2위 덴마크의 머스크와 최근 새 해운동맹인 '제미나이 협력(Gemini Cooperation)'을 결성하고 내년 2월 출범시키기로 했다. 

    업계는 하림의 HMM 매각 자금에 대한 논란과 더불어 글로벌 해운업계 내 인수협상대상자인 하림의 신뢰도가 낮아 HMM의 신뢰도 추락과 해운동맹 결성 난망도 우려한다. HMM 인수자는 얼라이언스 회원사도 신뢰할 수 있는 재무적 능력을 갖춘 기업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은 "해운동맹의 재편으로 HMM이 속한 디얼라이언스의 위상이 약화되며 강력한 해운동맹을 구축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하는 상황"이라며 "상대 기업이 중요하게 여기는 투명한 지배구조 등으로 이뤄진 국내의 포스코, 독일의 하파그로이드 등의 거버넌스가 요구된다"고 전했다.

    구 협회장은 "독일 해운사 하팍로이드의 경우 함부르크시를 비롯해 여섯 개 주체가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도 한국형 하팍로이드 형태를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며 "공공기업을 비롯해 튼실한 몇몇 사기업이 HMM 인수전에 참여해 최종적으로는 서로 견제하면서 덩치를 키울 수 있는 기업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HMM 인수자는 불황기에도 경기 역행적인 대규모 투자를 실시해 정기선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대, 발전시킬 수 있는 물적, 인적 투자가 가능한 기업이어야 한다"며 "매수자로 나선 하림은 양재동 개발 사업에만 6조8000억원을 쏟을 예정이기 때문에 6조4000억 원 규모의 HMM 인수 대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할 수 있을 지, 향후 탈탄소를 위한 투자가 가능할 수 있을 지 등 불신이 강하다"고 전했다.

    한편,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HMM 경영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그룹과 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현재 세부 계약조건을 놓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이 HMM 매각과 관련해 "이달 말 정도면 1차 협상 결과와 관련해 브리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올 초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