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적 수가 인상에 '지역필수의사제' 도입 현행 체계 그대로 두고 수가인상 추진 고난도·고위험 분야에 보상 확대의료계 반응 '부정적'… "달라진 것 없어"
  • [편집자주] 정부는 2025년 입시에서 의과대학 정원을 확대하겠다는 방향을 확정했고 구체적 수치를 비공개인 상태로 발표가 임박한 상태여서 의료계의 반대가 거세다. 이에 앞서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는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실행에 촉각이 곤두선 상태인데 여전히 탁상공론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적 의견이 나오고 있다. 

    1일 윤석열 대통령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충분한 의료 인력 확보가 중요하다"하고 밝히며 의대증원의 목표를 재차 강조했다. 또 "건강보험 적립금을 활용해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을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설 연휴 전후로 '네자릿수' 의대증원 발표에 앞서 의료계 달래기용이자 필수의료 확충의 의지가 담긴 것이지만 반응은 오히려 부정적이다. 재정 투입의 근거도 모호하고 기존의 틀에서 바뀐 게 없는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보건복지부는 그간 베일에 감춰졌던 '필수의료 살리기' 개념이 탑재된 정책패키지를 공개했다. 

    ◆ 필수의료 중심 전방위적 수가 인상 

    정부가 판단한 필수의료 살리기의 개념은 필요조건으로서 의사 수 확대와 충분조건으로서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패키지식 해법 마련으로 정리된다.
     
    필수의료 위기는 구조적 문제가 장기간 축적된 복합적 과제로 단기적 해법과 중장기적 구조 개선을 포함하는 정책 패키지가 나오게 된 이유다. 

    우선 업무강도가 높고 자원 소모가 많지만 저평가된 필수의료 항목은 상대가치 점수를 선별‧집중적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기존과 달리 상시 조정 체계로 전환해 난이도 높고 생명과 직결된 의료행위에 높은 수가를 준다는 의미다. 

    일례로 내시경 수술 등 저평가된 수술·처치 수가와 화상, 수지 접합, 소아외과·이식외과 등 고난도·고위험 수술 수가가 인상된다. 이 경우 평일 주간은 50%에서 100%로, 평일 야간·공휴일 주간은 100%에서 150%로, 공휴일 야간은 100%에서 200%로 수가가 오르게 된다.

    상급종합병원 폐쇄병동 집중관리료, 격리보호료도 인상되고 병의원급 신생아실‧모자동실 입원료는 50% 인상된다. 1세 미만 소아 일반병동 입원 시 수가 가산율은 30%에서 50%로 확대되고, 소아 중환자실 입원료도 인상된다.

    기존 수가 산정체계를 보완하는 정책수가를 도입하고 필수의료 공백 해소를 위한 중증‧필수 인프라 유지 보상(적자 사후보전), 협력 네트워크 보상 등 지불제도 다변화 등을 추진한다. 

    이러한 목표를 실행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재정은 2028년까지 '10조+α'를 투입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 '지역필수의사제' 도입 

    지역과 수도권 의료격차 문제도 풀어야 할 중차대한 과제로 '지역의료리더 육성 제도', '지역필수의사 우대계약제' 등을 추진한다.

    기존 지역의사제는 대학 입시 단계에서 지역에서 근무할 의사를 뽑아 법으로 지역 근무 의무를 부여하는 방식인데 이번엔 법이 아니라 계약을 통해 지역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라는 차이가 있다.

    대학입시에서 지역인재 전형의 지역출신 의무선발 비율도 대폭 높인다. 지금은 비수도권 의대 정원의 40% 이상(부산대, 전남대, 경상대 등 일부 대학은 80%)을 지역 인재를 뽑도록 의무화하고 있는데, 이 비율을 크게 높이겠다는 것이다.

    필수의료가 취약한 지역에는 더 높은 수가를 적용해주는 '지역수가' 도입도 추진한다. 중소 진료권별로 의료 수요·공급·이용 실태 등을 분석해 취약 정도를 판단한 뒤 더 높은 수가를 적용한다.

    필수의료 인력·인프라 확충과 역량 강화 지원에 사용할 '지역의료발전기금' 신설도 고려한다.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상급종합병원, 2차 병원(병원·종합병원), 전문병원, 의원 등 각 급별 의료기관도 기능에 맞게 정비한다.

    필수의료에 특화한 2차 병원을 70개 중(中)진료권에 각각 3∼4곳 육성해 성과(의료 이용률 상승, 치료가능사망률 저하)에 따라 보상하는 '혁신형 수가 제도'도 내년부터 적용한다.

    지역 거점병원과 병·의원 사이 진료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지역의료 혁신 시범사업'에는 3년간 500억을 투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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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조+α' 근거 모호… "차라리 후배의사들 휴학·파업이 현명" 

    정부의 발표에 의료계는 비판적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근본적 구조 개혁 없이는 정책 패키지가 통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막대한 재정 투입의 문제도 그 근거가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장은 "이날 발표된 모든 내용은 다 한 번씩 다뤘던 얘기들을 정리한 수순에 불과하며 새로운 내용이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며 "이러한 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던 그 수준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10조+α'의 건보 적립금을 필수의료에만 투입할 경우, 건보 재정의 위험성과 직결되기에 모호한 지점이 있다는 것. 건보 국고지원의 비율을 늘리겠다는 예상치를 설정해 반영한 것으로 실행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우려다. 

    구체적 방법론 대신 기존 수가체계에서 일부 변화를 주는 형태에 머물러 근본적 해결책으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오히려 의대증원으로 인해 건강보험 지출만 늘어나고 필수, 지역의료로의 유입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결론이다. 

    이 회장은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단체휴학과 파업 등 강경책을 모색하고 있는데 차라리 선배가 후배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합당하다고 판단이 든다"며 "예상했던 노선에서 전혀 바뀌지 않는 대책이 실행됨과 동시에 의대증원이 맞물리는 것은 결사반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여러 수가체계 개선에 대한 방법이 나왔지만 기존 체계를 유지한 채 일부 변경되는 방식은 고질적 국내 의료체계에 변화를 주기 어렵다는 진단도 나왔다. 

    박양동 대한중소병원협회 부회장(전 아동병원협회장)은 "지역에서 소아청소년 진료를 보는 의사의 입장에서 이번 정책 패키지를 보면 구조적 개편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다"고 했다. 

    상대가치점수와 유형별 환산지수를 곱해 만들어지는 수가체계 방식을 그대로 유지한 채 일부 정책수가를 추가해 반영하는 것으로 면밀히 따지면 현 체계에서 크게 바뀌는 것이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건강보험 정책결정에 있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조 개혁을 통해 필수의료 살리기 대책을 위한 재정 투입 순위를 결정하는 등 본질적 변화까지 같이 나와줘야 의미가 있었을 텐데 이번 대책은 그간의 제도를 나열하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정부가 '네자리수' 의대증원 발표를 앞두고 대규모 재원을 투입해 필수의료 대책을 만들겠다고 유인책을 냈지만 의료계 반응은 부정적이다. 단순히 10조+α가 아니라 의사들이 지역, 필수의료 분야에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촘촘한 세부대책이 꾸려져야 한다는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