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례와 다르게 불법녹음이 인정된 것 유감""주씨는 '번개탄' '유서' 등 자극적 표현으로 본질 왜곡 말라""정서적 아동학대 명시적 기준 없어 판단하기 모호"
  • ▲ 웹툰 작가 주호민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단을 받은 특수교사 A씨가 6일 경기도 수원지방법원에서 항소장을 제출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웹툰 작가 주호민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단을 받은 특수교사 A씨가 6일 경기도 수원지방법원에서 항소장을 제출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웹툰 작가 주호민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특수교사 A씨가 6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하며 입장을 밝혔다.

    A씨와 특수교사노조 소속 교사 60여 명은 이날 수원지방법원에서 검은 옷에 흰 국화꽃을 들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누구를 위한 몰래녹음인가?' '법정에서 몰래녹음은 불법이고, 교실에서 몰래녹음은 합법인가'라고 적힌 현수막을 높게 들어 올렸다.

    A씨는 1심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대법원의 판례와 다르게 예외적으로 불법녹음이 인정된 것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학교는 교사가 교육을 실행하는 곳이 아닌 자기방어와 방치로 이뤄진 공간이 될 것"이라며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신뢰를 이어갈 수 없고 교사의 훈육도 불가능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특수교육을, 나아가 공교육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이번 유죄 판결을 통해 교사들이 현장에서 잡히지 않기 위한 인격체로서 평생 교직 생활을 하도록 사법부가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학부모가 자신의 감정이 상한다고 순간적 감정으로 교사의 수업을 녹음하는 행위는 근절돼야 한다"며 "(저는) 아직도 피고인의 낙인을 떼지 못했고, 특수교사로 완전하게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앞서 주씨는 지난 1일 1심 선고 이후 진행한 개인방송에서 "선처하려다 특수교사 측이 금전 등을 요구해 고소를 취하하지 않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A씨 측과 특수교사노조 등은 주씨의 방송 내용에 대해 반박했다.

    A씨는 "주씨 측에게 금전을 요구한 적 없다"며 "합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주씨 측 변호인에게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전달한 것뿐이다. 금전배상 요구는 삭제하고, 다시 전달했는데 주씨가 개인방송을 통해 마치 '항복을 요구하듯 금전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씨가 자신의 어려움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번개탄' '유서를 쓰고 아내와 상의했다'는 등 자극적인 표현을 공공연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사건의 본질이 왜곡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A씨는 "주씨가 개인방송에서 제가 학생들에게 '쥐새끼'라고 발언했다고 주장했다"며 "처음 주씨가 제출한 녹음 원본에서도 그 부분은 들리지 않는다고 속기사가 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도 ('쥐새끼' 발언을 인정하는 취지의) 공소장을 변경하지 못했지만, 재판이 끝난 후 주씨는 제가 아동들에게 쥐새끼라는 표현을 했다고 허위 사실을 이어갔다"며 "이는 저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고 녹음기를 넣은 것과 다른 차원에서 주씨가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애학생의 학부모는 몰래 녹음해도 된다는 선례 남겨선 안 돼"

    특수교사노조는 A씨가 아동학대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은 것에 대해 강력히 반발했다.

    정원화 전국특수교사노조 정책실장은 "장애학생이라는 이유로 불법녹음이 증거로 인정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이같은 판결이 확정된다면 앞으로 장애학생의 학부모는 몰래 녹음을 해도 된다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정책실장은 "특수교사뿐만 아니라 모든 교사들은 교육 활동을 할 때 본인이 한 발언이 녹음될 수 있다는 불안을 가질 것"이라며 "이런 풍토가 자리 잡게 되면 교사가 학생을 소극적으로 지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사가 소극적으로 지도하게 되면 학생이 가장 큰 피해를 본다"며 "특히 특수아동들은 일반학생보다 더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우려했다.

    A씨는 주씨의 자녀에게 '싫어'라고 말한 부분이 유죄로 인정받았다.

    이에 대해 정 정책실장은 "해당 발언은 학생을 가리킨 게 아니라 학생의 행동을 가리킨 부분"이라며 "A씨는 해당 학생과의 라포(Rapport·의사소통에서 상대방과 형성되는 친밀감)가 그 정도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형성돼 있었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듯 정서적 아동학대는 명시적인 기준이 없어 판단하기 모호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