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제지 기술·품질 상징 척도 매출 규모 적어도 정부 공인 품질 상징 커잉크 번짐 방지·복원력 등 기술 집약
  • ▲ 한솔제지와 무림이 공급한 20대 대선 투표용지. ⓒ뉴데일리DB
    ▲ 한솔제지와 무림이 공급한 20대 대선 투표용지. ⓒ뉴데일리DB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제지업계 양강인 한솔제지, 무림의 투표용지 공급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총선은 투표용지와 벽보 등 선거에 필요한 인쇄물 수요가 약 1만톤 정도에 달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투표용지는 약 20억원, 전체 선거 인쇄물을 포함하면 15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대규모 이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규모인데다 2022년 기준 국내 인쇄용지 생산량이 242만톤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제지업계에서 ‘선거 특수’라는 말은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제지업계에서는 투표용지 납품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뭘까. 첫 번째로 국가 행사에 쓰일 제품을 납품함으로써 정부로부터 품질력을 인정받았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또 이로 인한 상당한 홍보효과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선거철을 앞두고 제지기업들의 수주전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투표용지는 기업의 기술력을 상징하는 척도이자 집약체라고 평가된다.

    투표용지는 정전기와 잉크 번짐이 없어야 한다. 개표 때 정전기로 인해 투표용지들이 달라붙거나 투표 도장의 인주가 번질 경우 ‘무효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작은 점 하나로 판독 오류가 발생할 수 있기에 생산과정에서 티끌만한 협잡물도 포함되지 않게 하는 고도의 기술력도 필요하다. 투표용지 자체의 내구성과 강도도 중요하다. 종이를 접었다 펴도 다시 펴지려는 복원력이 좋아야 자동개표기에 넣었을 때 용지 걸림 현상을 피할 수 있다.

    또 투표 대상별로 백색, 연두색, 하늘색, 등 7가지 색상과 100g/㎡의 평량(종이 무게)에 친환경인증까지 받아야 한다.

    이런 까다로운 품질기준을 통과한 제지기업은 한솔과 무림 두 기업뿐이다. 전자개표시스템이 처음 도입된 2002년 지방선거 때부터 투표용지를 납품하기 시작한 무림은 2007년 투표용지 제조기술 특허를 획득하면서 시장점유율 60%를 유지하고 있다. 나머지 시장은 한솔제지가 차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그동안 축적해 온 기술력과 품질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며 “용지를 납품한다는 것 자체가 국가로부터 기술력과 품질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출과 상관없이 납품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