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반대, 전공의 집단사직·의대생 동맹휴학 결정선배 의사들은 궐기대회 후 총파업 노선 정부의 'PA 간호사' 발언이 투쟁 불씨 키워
  • ▲ 지난 15일 의사들이 대통령실 앞에서 의대증원반대 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날 자리에는 전공의들도 함께했다. ⓒ서성진 기자
    ▲ 지난 15일 의사들이 대통령실 앞에서 의대증원반대 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날 자리에는 전공의들도 함께했다. ⓒ서성진 기자
    [편집자주] 의과대학 정원을 현행 3058명에서 5058명으로 늘린 정부의 정책에 반발한 의사들이 맹공을 퍼붓고 있다. 이로 인해 지금 대한민국은 의료 붕괴가 시작됐다. 전국을 아우르는 대형병원과 각 지역 거점병원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을 결정하면서 의료공백이 불가피해졌고 동네의원들도 집단 휴진을 계획하고 있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빅5병원(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전공의 대표들과 논의했고 그 결과 오는 19일까지 해당병원 전공의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 이후에는 근무를 중단하기로 했다.

    빅5병원은 암 등 중증질환자들의 최종진료 공간으로 전국적으로 환자들이 몰려드는 곳이며 의료의 질적 우위를 갖춘 상급종합병원이기도 하다. 생사를 다투는 현장이며 매 순간이 치열하다. 

    만약 전공의들이 모두 병원을 떠나면 심각한 인력난이 발생하고 그 공백을 채우기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는다. 외래와 입원이 모두 밀리고 물론 수술도 중단되는 등 적기에 의료행위가 진행되지 못하는 구조로 변한다. 이런 상황이 되면 '사망자 속출'이 불가피하다. 

    전날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만약 전공의 등이 파업해서 병원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면 기존 인력을 좀 더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비대면 진료를 전면 확대하고 PA(진료보조) 간호사가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의를 대신해 PA 간호사가 일부 업무 대체는 가능하겠지만 그 공백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각에선 차관의 PA 발언이 전공의들의 심기를 자극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복지부가 의료법을 위반하며 불법으로 간주되는 PA 업무 범위의 한계를 푼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군 병원을 활용한 응급실 이용, 공공의료기관들을 활용한 응급체계 대응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조차 전공의들이 모두 빠지면 대처할 수 없다. 

    현재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들은 개별 또는 집단으로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전공의들의 대표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본인의 SNS를 통해 사직의사 밝히며 이 같은 흐름을 주도했다. 

    박단 회장은 "병원에서 근무했던 지난 3년은 인생에서 가장 우울하고 불행한 시기였다. 의료 소송에 대한 두려움, 주 80시간의 과도한 근무 시간과 최저 시급 수준의 낮은 임금 등을 더 이상 감내하지 못하겠다"며 "오는 20일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다.

    대전성모병원 소속 홍재우 인턴은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레지던트로 근무가 예정됐지만 지난 14일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영상을 올렸다. 아직 그의 사직서는 수리되지 않았지만 병원으로 복귀할 의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5일 원광대학교병원에서 수련 중인 전공의 126명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며 투쟁의 선발대로 나섰다. 이들은 다음 달 15일까지 수련한 뒤 16일부터 사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증원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전국적으로 전공의 이탈이 가속화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의료 붕괴의 시기로 접어들었다. 

    ◆ 의대생들은 동맹휴학… 선배들은 파업 논의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는 동시에 의대생들은 이달 20일 함께 휴학계를 내기로 했다. 전국 40개 의대 가운데 35개 의대 대표들은 지난 15일 오후 9시경 긴급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이들은 공지문에서 "휴학계 제출 일자를 20일로 통일해 40개 의과대학이 모두 함께 행동하는 것에 대해 참석자 35명이 만장일치로 찬성했다"고 했다.

    이에 앞서 한림대 의과대학 비상시국대응위원회는 SNS를 통해 15일 본과 4학년 학생들이 동맹휴학을 결의하고 휴학원을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대생 집단 휴학은 전공의 집단 사직과 함께 강대강 대치의 분수령이 될 수 있어 실제 휴학계 제출 여부와 규모에 관심이 쏠린다.

    전공의들과 의대생의 선배인 대한의사협회 소속 의사들은 거리로 나와 궐기대회에 참여해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을 비판했다. 또 '타협 없는 투쟁'을 선언했다.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은 "정부가 의사를 향한 강한 압박을 해도 우리는 의료정상화를 위해 나설 것"이라며 "후배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선배 의사들이 투쟁으로 앞장설 것"이라고 했다.

    오는 17일 의협 비대위는 1차 회의를 열어 동네의원 집단 휴진 계획 등이 담긴 투쟁 로드맵을 확정할 방침이다. 

    ◆ '면허 취소' 압박 통할까… 강대강 대치 국면 

    정부는 각 수련병원에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를 명령했고 의협 등 의사단체에는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을 내렸다. 집단행동 참여 의사에 대해 의료행위에 필요한 면허를 박탈하는 초강수를 둘 가능성도 있다.

    박민수 차관은 "현장에서 집단행동이 일어나 의료진들이 현장을 이탈하게 되면 업무개시명령을 내린다"며 "모든 의사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라고 그 면허를 받은 것이므로, 집단행동 독려나 권유, 조장 등은 모두 다 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의료법에 따르면 집단으로 진료를 거부하면 업무 개시를 명령할 수 있는데, 여기에 따르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자격 정지뿐만 아니라 3년 이하의 징역형도 받을 수 있다.

    특히 지난해 의사면허취소법이 통과되면 어떤 범죄든 '금고 이상의 실형·선고유예·집행유예'를 선고받았을 때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게 했다.

    정부의 면허 취소 등 강경 기조와 압박에도 의사들은 전면적 투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여 결국 그 피해는 환자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사망자 속출 등 부작용을 막으려면 지금이라도 의정 갈등을 풀고 조율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중론이다. 

    김성주 암환자권익협의회장은 "정부와 의사단체들은 이번 사태를 상대 탓으로 돌리면서 생존이 위협받는 환자를 배려하고 있지 않다"며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한데 지난 파업 때처럼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떠밀기만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