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 삼성생명, 삼성화재 '유의미'한 경영성과 보인 홍 대표 '선택'양 업권 모두 거쳐 '제3보험 판' 확장 기대…"서로 다른 모든 영역 연결해야"요양사업-자산운용 등 신사업도 박차…작년 영업익, 보장성 상품 확대로 72% 신장
  • ▲ 홍원학 삼성생명 대표이사. ⓒ삼성생명
    ▲ 홍원학 삼성생명 대표이사. ⓒ삼성생명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금융과 제조, 기술과 서비스까지 서로 다른 전 영역을 연결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보험과 연결되는 모든 영역으로 '사업의 판'을 확장해야 할 것입니다." (홍원학 삼성생명 대표이사)

    홍원학 삼성생명 대표가 '제3보험' 시장 경쟁에 뛰어들었다. 삼성화재에서 의미 있는 경영성과를 내고 올해 초 친정으로 3년 만에 복귀한 만큼 업계 관심이 쏠린다. 특히 '사업의 판' 확장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돼 일각에선 지각변동까지 점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올 들어 '다(多) 모은 건강보험 필요한 보장만 쏙쏙 S1', '삼성 생애보장보험' 등 건강상해보험 상품 라인업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이들 보험은 '제3보험'으로 불리는 상품이다. 제3보험은 사람이 질병에 걸리거나 재해로 인해 상해를 당했을 때 또는 질병이나 상해가 원인이 돼 간병이 필요한 상태를 보장하는 상품이다. 생보와 손보의 성격을 모두 갖춰 제3보험으로 분류한다.

    뿐만 아니라 새 국제회계제도 시행에 따라 종신보험보다 보험서비스 순익에 유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생보업계의 관심이 지대하다.

    홍 대표 역시 제3보험 시장을 집중 공략해 수익 다각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인 가구 증가 등 인구구조 변화로, 전통적인 사망보장 중심의 종신보험 대신 생존 시 다양한 건강을 보장하는 상품에 대한 고객 니즈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제3보험 시장 진출은 삼성화재 대표를 지낸 홍 대표가 지명된 배경으로도 풀이된다.

    삼성생명은 생명보험업 불황과 맞물려 지난 몇 년간 어려움을 겪었고 최근 눈에 띄는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한화생명에 턱밑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특히 지난해 5월에는 영업실적 부문에서 한화생명에 밀려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화생명이 자회사 GA를 대형화하고 이에 맞춰 상품 보장범위도 넓혀 순위를 엎자 삼성생명도 보수적인 영업 기조를 깨고 사업비를 대거 지출해 다시 1위 자리를 회복했다.

    뜻밖의 순위변동으로 영업에 대한 위기를 느낀 삼성생명은 대표이사 교체를 통한 혁신을 단행한 것이다.

    홍 대표는 1990년 삼성생명에 입사해 특화영업본부장과 전략영업본부장, FC영업1본부장 등을 거쳤다. 삼성화재에서는 자동차보험본부장을 거쳐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삼성화재 CEO 부임 후에는 안정적인 사업관리를 통해 사상 최대 실적 달성에 이바지했다. 삼성생명에서는 화재에서 보여줬던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양대 업권을 두루 거친 만큼 융화를 염두에 둔 인사라는 것이 중론이다. 내정 이후 삼성생명이 건강보장을 강화한 보험을 잇달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요양사업-자산운용부문 등 먹거리 창출에도 박차

    홍 대표는 이와 함께 먹거리 창출에도 많은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경쟁 보험사들도 뛰어들고 있는 요양사업과 자산운용부문 투자를 통해 비보험 포트폴리오 확대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최근 급속한 고령화에 더해 핵가족화와 1인 가구도 증가하며 요양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지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삼성생명은 기획실에 TF를 꾸려 시니어리빙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표는 삼성생명의 요양사업 진출이 다른 경쟁 생명보험회사보다 다소 늦은 상황이기 때문에 사업화를 빠르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 측은 "올해는 보험영업의 경쟁 구도를 확장해 건강보험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상품혁신과 효율 제고에 초점을 맞춰 안정적인 손익(CSM)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자산운용부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인재를 적극 영입함과 동시에 투자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영국 부동산 전문 운용사인 세빌스 IM 지분을 25% 취득했던 삼성생명은 지난해 4월 프랑스 인프라 투자전문 운용사인 메리디암의 지분 20%를 취득해 2대 주주에 오르는 등 해외 대체투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홍 대표는 "삼성생명 미래 성장의 핵심은 자산운용 자회사뿐 아니라 금융 관계사와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글로벌 운용사에 대한 지분 투자의 질과 양 그리고 속도를 높여 글로벌 종합자산운용 체계를 완성해 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한편 삼성생명은 지난해 연결 기준 2조398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전년 1조3865억원 대비 72.9% 증가한 성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2조원을 넘어선 것은 2018년 2조5833억원 이후 5년 만이다.

    호실적의 비결은 지난해 새 회계제도 도입으로 건강보험 등 CSM 증대에 유리한 보장성 상품 판매를 확대한 덕분으로 풀이된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지난해 보장성 신계약 APE(연납화보험료)는 1조8467억원으로, 전년대비 8%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건강상품 신계약 CSM 비중은 2분기 30%에서 3분기 40%까지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