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복귀 있지만 손에 꼽을 정도응급실 인력부터 체력 고갈… 신규환자 입원 어려워 조용수 교수 "사직 아니라 순직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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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오는 29일을 '전공의 복귀' 최후통첩의 날로 정했고 그 이후엔 사법절차를 진행한다고 경고했으나 감감무소식이다. 의료공백은 심화하고 현장에 남아있는 의료진들은 '번 아웃'을 호소하고 있다. 강대강 대치로 인해 환자 피해가 심각해진 형국이다.

    28일 병원계에 따르면 전공의들의 복귀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일부 수련병원서 복귀하는 전공의가 있긴 하지만 손에 꼽을 정도로 소수에 불과하다.

    과거와 달리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차원에서 진두지휘하는 형태가 아니라 개별적 선택에 의한 사직을 표방하기 있기에 집단 복귀도 어려울 전망이다. 의대교수와 학장들도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서울 상급종합병원 교육수련부장은 "행정처분이라는 낙인이 찍히지 않도록 돌아오길 바라지만 현재로선 큰 변화가 없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 남은 의료진 '번 아웃' 호소

    전공의들이 대거 자리를 비운 병원들은 수술실과 응급실 운영 규모를 크게 줄여 응급·중증 환자 수술만 하고 있다. 신규 외래 진료는 물론 입원 환자를 받지 못하는 곳이 늘고 있다.

    전날 기준 상급종합병원의 신규환자 입원은 24%, 수술은 상급종합병원 15곳 기준으로 50%가량 줄었다. 전공의 공백이 계속되면 현장에 남아 있는 의료진들도 체력적 부담 탓에 정상적 진료 일정을 따르기 어려워진다. 

    특히 전공의 부재에 기존 인력난이 겹친 지역거점 응급실 현장에 남아있는 의료진들은 버틸 여력이 없어진 모양새다. 

    조용수 전남대학교 응급의학과 교수는 본인의 SNS에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말인가. 응급의학 전공하고 대학병원에 취직한게 죄는 아니지 않나"며 "이러다 사직이 아니라 순직하게 생겼다"고 호소했다. 

    그는 "코로나19 때부터 나라에 뭔 일만 생기면 몸이 갈린다. 싸우는 놈 따로, 이득 보는 놈 따로. 지나고 보면 고생한 거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다"며 "나는 그저 병든 환자 곁을 차마 떠나지 못하는 소시민 의사"라고 했다. 

    조 교수의 이전 발언 등에는 정부의 의대증원 강행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깔려 있지만 해당 글만 두고 보면 과부하가 걸린 응급실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전공의 부재로 간호사 인력들도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소재 상급종합병원 PA 간호사는 "의료공백으로 의사의 업무 중 일부를 허용하는 형태로 대응하고 있으며 마땅히 환자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이지만 체력적 부담이 너무 커 곧 쓰러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현재 상급종합병원 등 대형병원은 응급·중증 환자 위주로 진료하도록 하고 공공병원 연장 근무를 실시하는 비상진료체계를 가동 중이나 이 역시 이번 주를 넘기면 지속되기 어렵다는 중론이다.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으면 환자의 피해는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생사의 기로에 선 환자들이 '응급실 뺑뺑이'를 돌아야 하고 무기한 수술을 미뤄야 한다. 

    복지부는 이날 오전부터 전공의 자택에 방문해 명령을 직접 전달하기 시작했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경찰에 협조 요청도 해둔 상태다. 공무원이 민원인 등의 집을 직접 방문할 때는 반발 등에 대비하고자 통상 경찰이 대동한다.

    자택 방문을 통해 명령 교부를 확실히 마무리함으로써 전공 고발을 위한 준비를 마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정부는 "3월부터는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 면허정지 처분과 사법절차의 진행이 불가피하다"면서 29일까지 복귀할 것을 요청했다.

    복지부는 전날에는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을 교사·방조하고 업무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대한의사협회(의협) 전현직 간부 5명을 경찰에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