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법안 처리 불발상시근로자 50인 미만,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78%"영세한 제약바이오 기업 경영부담이 가중 우려"이승규 바이오협회 부회장, 정부에 가이드라인 설정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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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뉴스 제공
    LG화학의 희귀비만증 신약 후보물질 기술수출, 셀트리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와 GC녹십자의 면역글로불린 제제 ‘알리글로’의 연내 미국 출시, 휴젤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레티보’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등 연초부터 K바이오의 위세가 글로벌로 뻗고 있다.

    하지만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으로 영세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활동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상시근로자 수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을 유예하는 법안 처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2022년 1월27일부터 상시근로자 수 5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됐는데 지난 1월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확대 적용 중이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간 유예했지만 여전히 준비가 부족하다는 게 해당 기업들의 주장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확대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도 걱정이 크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약 78%가 상시근로자 50인 미만으로 구성돼 있어서다.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면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이 함께 부과될 수 있다. 부상이나 질병이 발생했을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사업장 내 안전관리 의무가 커지는 상황에서 영세한 제약바이오 기업으로서는 경영부담이 한층 가중되는 셈이다. 안전관리 담당자를 새로 채용해야 하는데 인력 채용은 물론, 인력 확보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기존 직원에 안전관리 업무를 겸직시키는 경우도 많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해석의 어려움도 크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법 내용이 복잡할 뿐만 아니라 제약바이오 기업은 산업안전보건법,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연구실안전법) 등 중대재해처벌법과 유사한 다른 법률의 적용도 받고 있어 어느 법률을 우선 적용할 지에 대한 해석도 만만치 않다.

    박수정 한국바이오협회 회원지원본부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약바이오 기업 특성에 맞는 안전보건관리 체계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 본부장은 “건설업, 제철, 제강 등 무거운 장비나 고온의 제조환경을 요구하는 기업 위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설정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비교적 작은 장비와 재료를 다루는 제약바이오 기업 특성에 맞는 안전보건관리 체계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승규 한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이에 더 나아가 정부에 제약바이오 기업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부회장은 “기업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알아서 준비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지 정해 주면 좋겠다”면서 “제조가 아닌 연구개발 분야에서는 중대재해의 개념을 다르게 봐야지 그렇지 않으면 연구원이나 직원들에게 일을 시킬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제약바이오 기업 차원에서도 제약안전보건연합회를 꾸려 서로 관련 정보를 교류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제약사 28곳이 제약안전보건연합회 소속으로 정기 회의를 통해 대책을 마련한 뒤 각사에 관련 조직이나 예산을 편성하는 등 안전보건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노경석 제약안전보건연합회장(동아제약 안전보건팀장)은 “아직 비공식 비영리 자치단체로 활동 중인데 조만간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안전보건위원회를 공식 창립해 줄 것을 제안할 계획이다”면서 “이를 통해 정부 정책이나 추진과제에 산업군 의견을 종합 개진하겠다”고 말했다.
  • ▲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달 29일 중대재해처벌법 설명회 를 개최했다.ⓒ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공
    ▲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달 29일 중대재해처벌법 설명회 를 개최했다.ⓒ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공
    ◆ 화일약품 공장화재, 업계 1호 처벌대상 되나

    한국제약바이오협회(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달 29일, 한국바이오협회(바이오협회)는 지난달 7일 각각 회원사를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하며 법률 이해도 제고에 나서며 향후 대응전략 등을 함께 고민했다.

    제약바이오협회 소속 양혜성 변호사는 “사업장에 중대재해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 및 보건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등 제반의무를 이행한 경우 경영책임자는 처벌받지 않는다”면서 “고의 및 예견가능성, 인과관계 등이 명확한 경우에만 중대재해사고가 발생했을 때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처벌받는다”고 설명하며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했다.

    제약바이오 기업 중 가장 먼저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 곳은 화일약품이 꼽힌다. 2022년 9월 경기 화성에 있는 화일약품 향남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근로자 1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재 고용노동부가 화일약품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 것인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지난해 9월에는 인천에 있는 셀트리온의 제2공장 외부 폐기물 창고에서 황산이 누출되는 사고가 나 근로자 2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난해 1월에는 광동제약의 경기 평택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며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