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금융, 여성 사외이사 9명→12명으로여성 사외이사 72.7%가 학계 출신성 불균형 개선했지만 다양성·전문성 취약
  • ▲ 지난 달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금융지주회장단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김 위원장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왼쪽부터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빈대인BNK금융지주 회장, 김기홍JB금융지주 회장.ⓒ연합뉴스 제공
    ▲ 지난 달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금융지주회장단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김 위원장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왼쪽부터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빈대인BNK금융지주 회장, 김기홍JB금융지주 회장.ⓒ연합뉴스 제공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이 이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여성 사외이사를 늘리며 성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고 있지만 학계 편중은 오히려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선제적으로 반영하고자 했지만 학계와 남성을 동시에 벗어난 사외이사를 구하기 어려운 현실적 이유로 사외이사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5대 금융 여성 사외이사 비중 23%→31%로 확대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주주총회 이후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금융) 사외이사 중 여성 비중은 약 31%가 될 전망이다. 기존 23% 대비 8%p가량 높은 수준이다. 

    금융지주들은 이달 퇴임하는 사외이사 자리를 대부분 여성으로 채우고 있다.

    우선 우리금융은 퇴임하는 사외이사보다 많은 신임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한다. 임기만료로 퇴임하는 송수영 사외이사 대신 이은주 서울대 교수와 박선영 동국대 교수 등 2명의 여성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 사외이사는 6명에서 7명으로, 이사회 내 여성 비율은 16.7%에서 28.6%로 높아진다. 

    하나금융은 최대 임기 6년을 채워 연임할 수 없는 3명(김홍진·양동훈·허윤)의 사외이사 대신 주영섭 전 관세청장, 이재술 전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대표이사,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심 전 삼성SDS 부사장까지 총 4명을 신규 선임한다.

    신임 사외이사로 4명이 추천되면서 하나금융지주의 사외이사는 기존 8명에서 9명으로 늘어난다. 여성 사외이사는 윤심 신임 사외이사가 추가되면서 기존 원숙연 사외이사와 함께 2명이 된다. 여성 사외이사 비중은 12.5%에서 22.2%로 오른다.

    신한금융의 경우 이번주 사외이사 추천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권은 신한금융이 사외이사 수는 현재와 같이 9명으로 유지하되 여성 수를 2명에서 3명으로 늘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KB금융은 사외이사 7명 중 3명(42.9%)이, 농협금융은 7명 중 2명(28.6%)이 여성이며, 이번 주총에서 여성 비중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5대 금융지주에서만 총 12명의 여성 사외이사가 활동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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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 사외이사 중 70% 넘게 학계 출신

    성비 불균형 개선에도 불구하고, 여성 사외이사의 학계 편중이 두드러져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과 전문성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여성 사외이사 11명 중 학계 출신은 8명으로, 전체 중 72.7%를 차지한다. 성별을 제외한 학계 출신 비중 46%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우선 우리‧신한‧농협금융은 여성 사외이사 전원이 학계 출신이다.

    우리금융이 신규 선임하는 이은주, 박선영 사외이사는 각각 서울대, 동국대 교수다.

    신한금융은 김조설 사외이사가 일본 대학에서 경제학을 지도하고 있으며, 윤재원 사외이사는 홍익대학교 경영대학 회계학 전공 교수로 활동 중이다. 

    농협금융의 여성 사외이사 2명은 서은숙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하경자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다.

    하나금융의 경우 기존 원숙연 사외이사(이화여대 교수)가 학계 출신이며, 새로 합류하는 윤심 사외이사(전 삼성SDS 부사장)가 재계 출신으로 분류된다. 

    KB금융의 경우 여성 사외이사 중 학계출신 비중이 낮은 편이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인 여정성 사외이사 외 권선주(전 기업은행장), 조화준(KT캐피탈 대표이사 사장) 사외이사 2명은 금융 전문가다.

    금융당국과 일부 행동주의 펀드는 학계에 편중된 국내 금융권의 이사회 구성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는 연초 상장된 은행 금융지주(농협금융 제외)에 주주서한을 보내 남성과 학계에 쏠린 사외이사진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사회 구성이 편중된 탓에 주주 전체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감독원 역시 지난해 12월 ‘은행지주·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내놓으면서 은행권 사외이사가 학계 인사 37%로 편중돼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